"국정원, 내란음모 사건 진술조서 사전 작성"

"5.10 촬영 수사관이 먼저 거론" 제보 신빙성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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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음모 사건 7차 공판에서는 제보자 주장의 모순점을 추궁하기 위한 변호인단의 반격이 시작됐다.

22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열린 오후 재판에서 변호인단은 제보자 이 모 씨에 대한 반대신문을 통해 국정원 수사가 '짜맞추기식'이었다는 점과 제보내용에 신빙성이 없다는 점을 집중 부각했다.

변호인단 질의사항은 A4용지 80여 페이지, 500여 문항에 달했다.

◇ 국정원 '짜맞추기식' 수사 의혹

변호인단은 이씨가 5.10·5.12 모임에 대해 진술한 조서가 사전에 짜맞춰진 각본이라고 지적했다.

증거에 의하면 7월 20일 오후 6시 40분 수원 모 호텔에서 시작된 진술조서 작성은 오후 10시 5분 종료돼 25분간 확인절차를 거쳤다.

이 진술조서는 이씨가 핵심 사건인 5.10·5.12 모임에 대한 녹취내용을 하나하나 듣고 국정원에 진술한 것이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3시간 25분 만에 97페이지에 달하는 진술조서가 작성되고 25분 만에 사진까지 첨부된 142페이지분량의 조서를 확인한 뒤 서명, 날인한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조사받은 내용이 분량만 97페이지에 달하는데 국정원 수사관이 사전에 (조서를) 작성해 왔느냐"는 변호인단 질문에 "(국정원이) 사전에 작성했다"고 인정했다.

또 "짧은 시간에 모두 읽어보고 날인한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내용 숙지하고 있어 오탈자 정도 확인하는 수준으로 속독하면서 확인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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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씨는 "5월 10일 문모 수사관으로부터 녹음기와 함께 손목시계형 카메라를 받았다"며 "문씨가 (먼저) 촬영할 수 있겠나고 해 내가 하겠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 증언은 그간 국정원이 이씨에게 먼저 녹취나 촬영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과 완전히 배치되는 대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변호인단은 "국정원의 짜맞추기식 수사에 대해 추후 변론에서 강하게 압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제보내용 신빙성 의혹

앞서 변호인단이 "1995년 대학졸업 이후 지역에서 10여년간 시민단체·민주노동당원으로 활동했는데 이런 활동이 RO 지시에 의한 것이었나"고 추궁하자 이씨는 "민노당 권선구위원장(2005년)이 되고부턴 그랬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2004년 이라크파병반대 시국농성단 단장, 수원비행장 이전 시민연대 대표 등도 RO 지시였나"고 캐물었고 이씨는 "2004년(RO 가입)까진 RO존재를 몰랐지만 RO 지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변호인단은 "2002년 수원시의원 출마는 RO 지휘성원 도모씨가 '권유'했고, 2008년 총선 출마는 도씨가 '지시'했다고 주장했는데 구체적으로 '지시'라고 밝히더냐"고 질문했다.

이 씨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실제 언행은 다르지 않았다"고 얼버무렸다.

변호인은 또 이씨 제보가 시민단체·민노당 동료들과 갈등에 따른 개인적인 감정이나 경제적 어려움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논리로 몰아붙였다.

변호인단은 "수원시의원 윤모씨에게 '선배'라고 부르지 않아 갈등을 빚은 적 있었나. 민노당 수원시위원장에 다른 사람이 선출되자 화를 내며 사무실을 뛰쳐나간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씨는 "윤씨와는 호감보단 안좋은 감정 가진 것은 사실이나 호칭 문제로 갈등 빚은 적 없었다. 화를 내고 나간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단은 이씨가 2009년 9월 아파트 분양계약 체결 이후 대출과 아내의 퇴직, 장인의 암투병, 당구장 인수비용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 같은 변호인단의 질문은 이씨가 국정원에 제보한 것이 순수하지 않아 제보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녹취파일 '진정성립' 공방

오전 공판에서 검찰은 2시간 추가된 주신문을 통해 핵심 증거인 녹취파일의 진정성립 확인 절차를 진행했다.

미리 이미징 작업(복사)해 온 녹취파일을 이어폰으로 이씨에게 일일이 들려준 뒤 직접 녹취한 것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이씨는 "전체 녹취파일 개수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11개 파일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국가정보원에 제공했고 나머지는 문모 수사관을 통해 통신제한조치 허가서(감청영장)를 받아 녹취해 제공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원본 12개, 사본 35개 등 47개 녹취파일과 3개 동영상 파일에서 산출한 '해시값'(Hash Value·요약함수)을 목록으로 정리한 확인서 36부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해시값이란 복사된 디지털 증거의 동일성을 입증하기 위해 파일 특성을 축약한 암호같은 수치로 일반적으로 수사과정에서 '디지털 증거의 지문'으로 통한다.

이씨는 "녹취파일은 모두 내가 (대화에) 참석해서 녹음한 것"이라며 "문 수사관에게 건네기 전 녹음한 파일을 편집한 적 없고, 건넨 후에도 편집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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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주신문이 마무리되자 변호인단은 "녹취파일 원본이 상당수 삭제돼 사본과의 동일성 여부가 의문시되고 있다"며 "증거의 동일성, 무결성이 입증되지 못하는 만큼 증인에게 청취시켜 확인받았다고 해도 진정성립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에 "녹취파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는 추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 등을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며 "오늘 법정에 가져온 녹취파일은 밀봉해 검찰이 보관했다가 증거능력 부여받으면 증거조사 때 법정에서 열어보겠다"고 밝혔다.

제보자는 전날에 이어 검은 우산 2개로 얼굴을 가린 채 증인석에 앉았으며, 증인석과 피고인석 사이에는 가림막 2개가 설치됐다.

이석기 피고인 등은 재판 내내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한편 재판부는 25일까지 변호인단 반대신문을 진행하고, 26일 오후 제보자와 문 수사관을 차례로 불러 추가 신문을 벌이기로 했다. 26일 오전에는 예정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유전자감식 감정인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다.

(수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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