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형 건물마다 반드시 설치돼야 하는 방화문이 정부종합청사에 가봤더니 없거나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준공 검사를 통과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이 문제를 알아보려고 준공 허가 내주는 구청에 찾아갔더니 거기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기동취재, 채희선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당시 SBS 8 뉴스 화면/2008년 2월, 정부종합청사 화재 : 오늘 새벽 종합청사에서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불은 대통령 비서실 팀이 있는 6층으로 번져 나갔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 60대 남성이 종합청사에 불을 지르고 투신했습니다.
서울 세종로 청사에 찾아갔습니다.
2층 피난계단으로 연결된 출입구입니다.
방화문이 있지만 제대로 닫히질 않습니다.
아예 닫히지 않도록 걸쇠에 못을 꽂아놨습니다.
불이 나면, 유독가스와 불길이 계단통로를 타고 사무실로 번지게 됩니다.
[이용재/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 불이 나면 피난통로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만약에 방화문이 없다고 하면 계단이 연기로 오염되게 되고 대규모 인명피해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엔 피난계단과 연결된 1층 로비 출입구입니다.
여긴 아예 방화문이 없습니다.
문 위쪽에 철제 셔터가 달려 있는데, 더 위험합니다.
셔터를 내려 막아버리면 위층에서 피난계단을 통해 내려온 사람들이 유독가스가 가득한 계단 통로에 갇히게 되는 겁니다.
[소방관 : 위험하죠. (구조) 시간도 오래 걸리고 (화재) 진압이 늦어지면 산소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방화문 실험입니다.
컨테이너에 불을 붙이자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고 시커먼 연기가 가득 찹니다.
하지만, 방화문 너머는 멀쩡합니다.
방화문의 위력입니다.
이 때문에 건축법에서는 5층 이상 일반 건축물에는 화재에 대비해 피난 계단과 연결된 각 층에 방화문을 설치하게 돼 있습니다.
안전행정부에 요청해 정부종합청사 준공 당시 도면을 받아봤습니다.
1층 피난계단 연결통로에 방화문이 표시돼 있습니다.
1970년, 청사를 준공한 뒤 불법으로 용도를 변경하고는 수십 년간 방치한겁니다.
[안전행정부 직원 : 건축법에 따르면 (피난 계단 연결 통로에) 방화문이 들어오는 것이 맞아요.]
준공 당시 협의 후 허가를 내줬던 종로구청을 찾아갔습니다.
이런 사실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종로 구청 직원 : (정부종합청사가 방화문을) 최근에 없앤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정확한 내용은 알지 못합니다.]
종로구청에는 방화문이 있을까?
혹시나 했더니, 역시 구청의 1층 피난계단 출입구에는 방화문이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취재팀이 동대문구청과 종로 세무서 등 관공서들을 찾아 취재한 결과 하나같이 1층에 있어야 할 방화문이 없었습니다.
[구청직원 : 설계안대로만 (청사를) 준공했기 때문에 저희는 (방화문 설치 기준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불특정 다수가 드나드는 정부청사와 공공기관, 그리고 건축 인허가를 내주는 구청마저도 법을 지키지 않거나 아예 모르고 현실입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정부 종합청사와 문제의 관공서들은 방화문을 제대로 설치하는 등 잘못된 점을 바로잡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박진호·최준식, 영상편집 : 박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