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도 돋보기 댄 비트코인…'돈의 미래?'

가치 작년 말 대비 수십배↑…한국도 하루 3억원씩 거래
'위험천만 자산' vs 'IT혁신의 걸작'…불법성·보안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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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실험처럼 탄생한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청문회의 조명을 받으면서 몸값과 인지도가 치솟았다.

세계 최대 중앙은행의 수장인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조차 "장래성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할 정도다.

비트코인은 이미 지구 상에 나온 가상화폐 중 가장 인기가 높다. 유럽, 북미, 중국 등에서 돈처럼 쓰이는데다 한국에도 원화와 교환할 수 있는 거래소가 있다.

그러나 화폐 가치가 작년 말 이후 50배 이상 치솟아 거품 우려가 크고 익명 거래 특성상 마약매매 등에 쓰일 수 있어 위험한 자산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 버냉키 "위험성 있지만 가능성도"

벤 버냉키 연준의장은 18일부터 이틀 동안 비트코인 관련 첫 청문회를 여는 미 상원 국토안보 정부 위원회에 보낸 편지에서 "자금세탁 등 위험성이 존재하지만 비트코인이 장기적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도 있다"고 밝혔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비트코인 사용자들은 환호했다. 비트코인이 미 제도권에 안정적으로 편입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에 있는 유명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트곡스(Mt.Gox)에서 비트코인 가치는 18일 자정 527달러에서 19일 새벽 3시 기준 798달러로 51%가 올랐다.

이번 청문회는 비트코인을 받고 마약과 총기류 등을 팔던 온라인 장터 '실크로드'가 지난달 적발되면서 비트코인의 공과(功過)를 따져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미 정계에서는 비트코인이 이미 많이 쓰이는 디지털 화폐인 만큼 장려해야 한다는 찬성론과 불법거래의 도구로 당장 '규제 철퇴'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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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경 없는 P2P 화폐…신분도 안 물어

비트코인은 2009년 초 '나카모토 사토시'란 정체불명의 개발자가 선보인 이후 남다른 편의성과 안정성 덕에 빠르게 세계 각국에 퍼졌다.

코인(동전)이라는 말과 달리 비트코인은 물리적 실체 없이 컴퓨터 사이에서만 오가는 '사이버 머니'다. 사용자들은 누구든지 숫자와 영문 대소문자가 뒤섞인 고유의 '지갑 주소'를 받아 100% 익명으로 구매·송금을 한다. 지갑 주소는 사실상 무한대로 만들 수 있어 비밀 거래에 적격이다.

비트코인은 사용자의 컴퓨터 사이를 P2P(피어투피어) 방식으로 직접 오가는 '무국적' 통화라 국외 송금 때 중간 수수료도 매우 낮다.

코인 위조나 재사용 등 부정을 차단하는 보안 기술이 탄탄하고 민간 거래소에서 코인을 달러나 유로 등 기존 화폐로 쉽게 바꿀 수 있다. 은행 같은 중개 기관이 필요 없어 사회 기반 시설이 부족한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대안 금융 서비스로도 반응이 좋다.

비트코인을 실제 지급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례도 계속 느는 추세다. 많은 미국 온라인 장터와 유명 블로그 서비스인 워드프레스가 비트코인을 돈처럼 받고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교환하는 ATM(자동화기기)이 등장했다.

독일은 지난 8월 비트코인을 개인 간 거래에 쓰이는 통화로 공식 인정했다.

◇ 한국서도 하루 3억원 거래…코인 가격 97만4천원

비트코인 도입에 가장 열성인 국가는 중국이다. 최대 검색엔진인 '바이두'와 수많은 온라인 장터가 비트코인을 쓰고 세계 최대 거래소인 'BTC 차이나'도 중국에 있다.

비트코인을 불법의 온상으로 경계하는 시각이 많은 미국과 달리 중국 당국의 반응은 긍정 일색이다. 비트코인을 이용해 영미·유럽 중심의 세계 금융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려는 의향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디지털 자산 전문가인 스탠 스털네이커는 미 CNN방송에 낸 18일자 기고문에서 "대량 보유한 달러화가 저평가됐다는 사실에 불안한 중국으로서 비트코인은 놀라운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비트코인을 쓸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나 상점이 없다. 지난 4월 비트코인을 원화로 사고팔수 있는 거래소 '코빗'이 출범했지만 고객 대다수는 국외 사이트 구매, 소액 송금, 순수 투자가 목적이다. 이곳의 하루 평균 거래액은 약 3억원이라고 코빗은 19일 전했다. 이날 오후 코빗에서 비트코인은 97만4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 자산 거품?…비트코인 재단 "일반 대중 도입은 시기상조"

비트코인의 가격은 작년 말 13.5달러에서 19일 800달러대로 무려 59배나 올랐다. 1천 달러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은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새 기대주로 주목받는다. 노르웨이의 한 20대 남성은 비트코인 태동기인 2009년 별생각 없이 단돈 22 달러(2만3천원)을 투자했다가 4년 만에 85만 달러(9억원)의 돈벼락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에 거품이 심하다는 우려도 크다. 투기성 자본이 과열을 부채질해 가격 급락과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빗의 김진화 이사는 "위험성을 인식하고 거액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면서 "비트코인이라는 새 금융 혁신을 체험하고 배우는 목적에서 소액 투자로 접근하는 것도 좋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진흥단체인 '비트코인 재단'의 패트릭 머크 법무 자문위원도 지난 18일 미 상원 청문회에서 "고위험 환경이고 아직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도입될 준비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USA투데이가 전했다.

보안문제는 고질적 골칫거리다. 이달 초 비트코인 관리 사이트인 '인풋스닷아이오'는 두 차례 해킹을 당해 코인 4천100개를 도둑맞기도 했다.

비트코인이 마약거래, 온라인 카지노, 테러 등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규제 폭탄'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미 금융당국은 자금세탁 위험성이 크다면서 가상화폐 업체에 대해 올해 3월 거래정보 보관을 철저히 하라는 권고안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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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은행 대신 수학과 컴퓨터"

비트코인의 최대 특징은 '극도의 분권 체제'다. 중앙은행 같은 발행·규제 기관이 없다. 세계 각지 사용자는 자기 PC로 직접 돈을 찍어내 쓸 수 있다. 이런 기상천외한 방식 때문에 처음에는 '해커의 장난'이나 '사기'라는 주장도 많았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무한대로 찍어낼 수 없다. 복잡한 수학 암호를 PC로 풀어야 돈을 받을 수 있는데 사람들이 암호를 풀수록 자동으로 난도가 계속 올라가 금세 전혀 풀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PC로 만드는 행위는 '채굴'(mining)로 불린다. 광산에서 금(金)을 캐는 것처럼 어렵다는 뜻이다.

게다가 비트코인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 통화의 급격 팽창을 막고자 2145년까지 발행량을 2천100만개로 묶어놨다. 실체 없는 화폐지만 희소성을 부여하는 장치가 존재하는 셈이다.

현재 세계에 발행된 비트코인은 통화 제한량의 57%인 1천200만여개로 현재 총 시가는 약 77억 달러(8조1천억원)로 추산된다.

비트코인은 정치적 검토에 따라 통화량을 조절하는 금융당국의 '변덕스런' 개입이 전혀 없어서 훨씬 더 합리적이라고 지지자들은 주장한다.

중앙은행의 기능을 수학적 원리로 대체하고 통화 규제도 컴퓨터를 쓰는 대중의 집단 지성에 맡긴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을 '인터넷 이후 IT(정보통신) 혁신의 최대 걸작'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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