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과거를 돌이 켜 볼 수 있는 건축물이 많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특히 현대로 올수록 그런 경향은 더 강해지는데 이와 관련해 지금 경매로 나온 창덕궁 근처 ‘공간’ 그룹의 사옥 처리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공간 그룹 사옥 줄여서 ‘공간’ 사옥은 알기 쉽게 설명하면 인기리에 방송된 SBS TV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건축가로 분한 탤런트 장동건 씨가 일했던 건축사무소가 바로 그곳입니다.
특히 ‘공간’ 사옥은 한국 건축계를 대표하는 고 김수근 씨가 설계한 곳이어서 더욱 그 의미가 깊다고 건축학계는 평가하고 있습니다.
경매로 나와 보존 여부가 불투명해진 ‘공간’ 사옥이 지니는 건축학적 의미, 건축 전문가와 SBS 러브 FM 한수진의 SBS 전망대가 나눈 인터뷰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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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공간 사옥은 부동산이 아니다. 문화다. 한국 현대 건축의 가장 빼어난 건축물로 꼽히는 서울 종로 공간 사옥에 대한 문화예술인들의 말입니다.
공간 그룹의 부도로 사옥이 경매에 나오게 되자, 문화재로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요. 어떤 가치를 지닌 곳이기에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일까요.
공간 지키기에 앞장서고 있는 건축가이시죠. 관련해서 건축가 승효상 이로재(履露齋)대표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승효상 씨 / 건축가: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사진을 보여드리면 다들 아실 텐데 공간 사옥 어디지?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소개를 해주시면요.
▶ 승효상 씨 / 건축가:창덕궁 쪽으로 가시다보면요. 창덕궁 가기 직전에 서 있는 한 4~5층짜리 갈색 외관으로 되어 있는 건물입니다.
공간 이라고 하는 로고가 붙어있고요.
▷ 한수진/사회자:계동 현대 사옥과 창덕궁 사이에요. 또 담쟁이로 둘러싸여있지 않습니까.
▶ 승효상 씨 / 건축가:지금은 잎이 다 떨어져서 가지만 있을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벽돌건물만 있다가 유리 건물이 새로 옆에 세워졌죠?
▶ 승효상 씨 / 건축가:네. 그것은 김수근 선생님이 설계한 것이 아니고 그 제자였던 장세양 선생님이 설계한 건물입니다.
▷ 한수진/사회자:그리고 한옥도 있고 말이죠. 아주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는데 아마 신사의 품격이라는 드라마에서 장동건 씨가 김수로 씨가 사용하던 사무실이다.
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아! 하실 것 같습니다. 이 공간사옥이 건축학적으로 아주 귀중한 가치를 지닌 건물이라고요.
▶ 승효상 씨 / 건축가:네.특히 한국 건축의 현대화를 이룬 그런 수작이라고 알려져 있고요.
조금 설명 드리면 한국 건축의 특성은 기와나 초가 같은 모양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 있다고 하거든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하면 마당 같은 것이 있지 않습니까. 대청마루 같은 내부인지 외부인지 모르는 매개적 요소도 있고요.
그리고 앞마당, 뒷마당 연결되는 공간이 이어지는 그런 특성이 한국 건축의 특별한 점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공간 사옥 내에 다 있습니다.
그래서 공간 사옥은 현대적 재료로 되어 있지만 가보면 대단히 한국적 특성을 느낀다고 해요. 한국 사람뿐 아니라 외국 사람들도 방문하면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김 선생님은 그것을 모태 공간이라고 설명하셨거든요. 자궁 같은 공간이라고 하는 것이죠.
따뜻한 감을 느낄 수 있는데 김 선생님은 한국 전통 건축의 특징이라고 말씀하셨고요.
그것이 유감없이 표현된 곳이 공간 사옥입니다.
▷ 한수진/사회자:김수근 선생 하면 우리나라 건축계 대표적인 거장이시잖아요.
그 김수근 선생님이 직접 설계하신 건물이시죠.
▶ 승효상 씨 / 건축가:네. 71년도에 첫 번째 건물을 지으셨고요. 77년도에 증축 하셔서 지금의 모습을 이루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지금이야 현대와 과거가 어우러진 멋진 우리식 현대 건물 많은데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작업이었겠어요.
▶ 승효상 씨 / 건축가:그래서 71년부터 이 건축이 들어서자마자 많은 아류들이 나오게 되었고요. 이 건축을 모방한 양식들이 서울 도처에 깔리게 됩니다.
특히 내부로 들어가 보면 헌 벽돌로 치장되어 있는데요. 100년 전에 쓰던 벽돌을 다시 가져와서 마감을 했는데 보면 옛날 시간도 한꺼번에 느낄 수 있어서요.
과거의 기억과 현재와 혹은 미래까지 예견할 수 있는 한국 현대 건축의 보물 중의 보물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그런데 이 건물이 21일 경매에 나왔다면서요. 경매를 통해 새 주인 찾으면 좋은 것 아닌가.
이런 생각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왜 반대하시는 건가요.
▶ 승효상 씨 / 건축가:대게의 경우 부동산 업자나 혹은 건축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는 분에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제가 가지고 있는 기억이고요.
그런 경우에 이게 훼손되거나 허물 가능성이 하도 농후해서 이것을 지키기 위한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더구나 승효상 선생님은 김수근 선생님 제자이시잖아요. 그러니까 더 지키고 싶으시겠어요.
▶ 승효상 씨 / 건축가:네. 74년부터 89년까지 거기서 살았으니 제 20~30대를 다 보낸 곳입니다.▷ 한수진/사회자:그러면 어떻게 보존할 수 있을까요.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요?
▶ 승효상 씨 / 건축가:우선 공공에서 이것을 가져가야 한다고 저는 주장하고 싶고요.
그래서 이것을 공공에 귀속 시켜서 건축 박물관으로 쓰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정부가 사들여야 한다는 거군요. 그래서 건축 박물관으로 활용하자.
그러면 지금 서울시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검토를 하고 있나요?
▶ 승효상 씨 / 건축가:제가 서울시에 일찍이 요청 했고, 올 초에 요청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시에서 박 시장께서 받아들이셔서 추진해오시다가 최근에 절차상의 문제로 의회에서 제동이 걸려서요.
좌절이 되었는데 아마 그것으로 끝나는 것 같지는 않고 서울시에서는 추진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정부가 사들일 경우 문화재로 등록해야 하는 건가요.
▶ 승효상 씨 / 건축가:문화재로 등록하지 않아도 할 수 있지만 혹시 다른 경우도 생각해서 문화재 등록도 추진 과정 중에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등록은 가능하고요?
▶ 승효상 씨 / 건축가:50년 이상 된 건물에만 가능한데 긴급한 경우에 50년이 되지 않아도 등록한 예가 있어서 그 경우를 차용해서 신청해놓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법상으로는 50년이 지나야 문화재로 등록할 수 있지만, 그래도 가능하다.
라는 말씀이시고요.지금 우리나라에서 오래된 건물 허물고 새로 짓는 것.사실 그리 낯선 일 아니고요.
정말 공간 사옥 뿐 아니라 훌륭한 건물들 많이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 승효상 씨 / 건축가:너무 쉽게 짓고 쉽게 허물죠.
참 슬픈 일입니다.
건축은 우리 기억을 보존하는 아주 중요한 장치적 요소가 있습니다.
그래서 옛 건물을 허문다고 하는 것은 우리 기억을 없앤다고 하는 것과 같거든요.
기억 상실증을 만드는 것이 옛 건물 허무는 것인데 과거를 없앤다고 하는 것은 미래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삼가야 하는 일 중 하나입니다.
▷ 한수진/사회자:그런데 그런 일들이 우리에게는 너무나 쉽게, 비일비재하게 일어났어요.
▶ 승효상 씨 / 건축가:건축을 단순히 부동산으로 아는 까닭입니다.
건축이 우리 삶 자체라고 보면 그리 쉽게 허물지 못하겠죠.
▷ 한수진/사회자: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간 사옥이 하나의 새로운 전기가 될까.
저희가 한 번 기대를 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건축가 승효상 씨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