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P5+1)과 이란의 핵협상으로 미국의 중동정책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은 협상을 통해 이란 핵 문제를 풀어간다는 전략이지만 이스라엘과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들은 이견과 함께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미국의 전·현직 외교 관리들을 인용해 이스라엘 등 우방과의 긴장은 중동에서 확산하는 안보 위기를 해결하려는 미국의 능력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우방의 협조 없이는 이집트 불안, 시리아 내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중동 평화협상 등 중동의 산적한 현안을 풀어가는 데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미국 국무부 고위 관료 출신인 아론 데이비드 밀러 우드로윌슨국제센터 부소장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틀어지면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하고 미국의 다른 우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오는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재개되는 이란 핵협상에서 합의안이 도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협상 타결을 저지하려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협상이 타결되면 이란이 국제사회의 용인 속에 핵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이는 자국 안보를 위협한다는 게 이스라엘의 판단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7일 미국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제재를 풀면 세계 각국과 기업들이 핵무기 역량이 그대로 유지된 이란에 투자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이란 핵협상에서 제재 완화 합의가 도출되는 것을 막으려고 미국 의회를 상대로 로비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외교전문 매체인 포린폴리시(FP)가 최근 전했다.
프랑스도 이란 핵협상과 관련해 미국과 갈등을 빚는 것으로 관측됐다. 최근 타결이 예상됐던 협상도 프랑스가 반대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핵협상과 관련해 미국에 대한 이스라엘과 프랑스의 반대 기류는 지난 17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에서도 확인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올랑드 대통령을 "진정한 친구"라고 환대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스라엘에서 "프랑스는 이란 핵협상의 잠정 합의에 찬성하지만 모든 핵시설에 대한 국제적 감시, 20% 농축우라늄 생산 중단, 비축량 감축, 이라크 중수로 건설 중단 등 네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우디도 이란 핵협상 등 미국의 중동정책에 심기가 불편한 상태로 직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미국 측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는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경쟁 관계에 있다.
영국의 선데이타임스는 지난 17일 이란 핵협상으로 이란의 핵개발 의지가 좌절되지 않으면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협력해서 이란을 공격하는 방안을 비밀리에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들 우방과 관계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WSJ는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이 이달 중에 이스라엘을 다시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