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16일) 민간 헬기가 서울의 한 고층 아파트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앞이 잘 안보일 정도로 짙게 낀 안개가 주된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기상 조건이 안 좋을 경우 출발지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비행 절차가 안 지켜 진 점 등을 들어 인재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회사 측 압력에 밀려 무리한 비행을 한 것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과연 사고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지, 헬기 베테랑 조종사와 SBS 러브 FM 한수진의 SBS 전망대가 나눈 인터뷰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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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지난 토요일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헬기 충돌사고를 놓고 사고 원인과 책임. 관리감독 문제. 여러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과연 헬기 조종사들은 이번 사고 어떻게 지켜보고 있을까요. 관련해서 000 현직 헬기 조종사(28년차 5000시간 비행)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익명으로 연결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 000 현직 헬기 조종사(28년차 5000시간 비행):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5천 시간 비행경력 갖고 계시다고요. 횟수로는 헬기 조종한지 몇 년 정도 되신 건가요.
▶ 000 현직 헬기 조종사(28년차 5000시간 비행): 헬리콥터로만 만 25년 탔네요.
▷ 한수진/사회자: 이번 사고기 기장은 7천 시간쯤 타셨다고 하니까 상당한 베테랑 이신거죠?
▶ 000 현직 헬기 조종사(28년차 5000시간 비행): 그렇죠. 많이 베테랑이시죠.
▷ 한수진/사회자: 기장님. 현재도 서울 지역 자주 비행하시는 거고요.
▶ 000 현직 헬기 조종사(28년차 5000시간 비행): 네. 많이 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헬기와 건물 충돌한 사고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서 많은 분들이 놀라셨는데 말이죠. 정확한 사고 원인은 좀 더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일단 사고 당일 안개가 매우 짙게 꼈다고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현재로서는 기상악화가 가장 유력한 사고 원인이라고 봐야 할까요?
▶ 000 현직 헬기 조종사(28년차 5000시간 비행): 현재까지 사고 결과로 봤을 때는 기상악화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결론을 지을 수 있겠지만 부가적인 다른 상황도 무시할 수 없겠죠. 예를 들어서 내비게이션이라는 도구가 있습니다. 그런 장비의 고장일 수 있고요. 정확한 위치를 몰라서 방향을 틀다가 잘못했을 수도 있고 또 고도계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도 계측을 잘못하면 고도를 잘못 측정하기 때문에 조종사의 실수가 올 수 있고요. 그런 장비들이 있는데, 실제적으로는 시야가 안 보였기 때문에 장애물과 부딪쳤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 점에서 무리한 비행이었다는 지적도 있어요.
▶ 000 현직 헬기 조종사(28년차 5000시간 비행): 무리한 비행이었죠. 결과론적으로 보면 그렇고요. 그런데 실제 조종사가 비행을 하겠다고 임무 결정을 하면 그 임무가 완료될 때까지 해당 기장의 책임이고 그 사람의 능력이 되고 평가 결과가 되고 그렇거든요. 무리라기보다는 항상 그런 결정을 해야 하는 기장의 부담감과 책임감이겠죠.
▷ 한수진/사회자: 이번 같은 경우는 출발지와 목적지 기상 상황이 많이 다른 것 같더라고요.
▶ 000 현직 헬기 조종사(28년차 5000시간 비행): 네. 많이 달랐죠. 출발할 때는 기상이 괜찮았다가 착륙장은 안 좋아서 사고가 난 것 같은데요.
▷ 한수진/사회자: 이럴 경우에 보통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 000 현직 헬기 조종사(28년차 5000시간 비행): 통상적으로 매뉴얼이나 우리들 갖고 있는 참고서 비슷한 내용, 처음 조종 교육을 받을 때 보면요. 기상이 안 좋아졌을 때는 들어갔던 길로 되돌아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고요. 만약 이상이 있을 경우 착륙을 포기하고 회향하게 되어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회향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래서 사실 이번 사고가, 대기업 소속의 민간 헬기이잖아요. 그래서 무리하게 운행을 강행한 것 아니냐. 이런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기장님께서는 어떻게 보세요.
▶ 000 현직 헬기 조종사(28년차 5000시간 비행): 한 편에서는 무리한 운행이었다기보다는 항상 조종사들이 갖고 있는 약간의 책임감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이 이런 임무를 수행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큰 결정 요인이 되거든요. 기상도 그 중 하나이겠지만 회사의 압력도 하나의 기준이 되겠죠.
▷ 한수진/사회자: 통상적으로는 만약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돌아오셨을 것이다. 하는 것이죠?
▶ 000 현직 헬기 조종사(28년차 5000시간 비행): 네. 기상악화 상황에는 회향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요. 사고 헬기가 잠시 헬기장에서 내리기 직전 마지막 단계에서 경로를 약간 이탈했다고 하는데요. 시야가 가려졌다고 해도 한강 쪽으로 꺾었어야 하는데 왜 아파트 쪽으로 꺾었을까. 이런 의문도 나오고 있더라고요.
▶ 000 현직 헬기 조종사(28년차 5000시간 비행): 모르시는 분들 같은 경우는 그렇게 생각하실 텐데 한강을 기준으로 북쪽은 비행 금지구역입니다. 그쪽은 군사지역이라고 해서요. 그쪽으로 들어가면 절대로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강 남쪽으로 꺾게 된 것 같고요. 착륙장 자체도 한강 남쪽에 있거든요. 그런 것이 좌우했을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남쪽에 통상 착륙장이 있기 때문에 관행적으로 남쪽으로 꺾었을 것이다.
▶ 000 현직 헬기 조종사(28년차 5000시간 비행): 또 그 때 상황에서 제가 볼 때 회향하려는 시도를 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안보이기 때문에요. 회향 하려면 크게 반원을 그려야 하는데 그 선이 한강 북쪽으로 들어가게 되면 금지 구역을 침범하게 되어서 나중에 조종사가 보고서를 써야 하거든요. 남쪽으로 돌려고 돌다가 아파트와 근접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도 해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기장님도 이런 짙은 안개 속에서 비행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 000 현직 헬기 조종사(28년차 5000시간 비행): 저도 만 25년간 비행 했으니, 간혹 그런 경우가 있었죠. 불안하고 힘들지만 그럴 때일수록 더 침착하게 결정해야 하는 것이 조종사의 직업이고, 판단이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 순간순간 많으셨다는 말씀이시네요.
▶ 000 현직 헬기 조종사(28년차 5000시간 비행): 그렇죠. 그런 경우에는 상당히 당혹스럽죠.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 이번에요. 헬기 충돌 경보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혹시 일부러 끈 것이 아닌가. 이런 추측도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 000 현직 헬기 조종사(28년차 5000시간 비행): 아닙니다. 모든 장비는 처음에 이륙하기 전에 점검을 해서요. 작동이 되나 안 되느냐를 검사한 다음 모든 스위치가 ON 된 상태에서 이륙하게 되어 있습니다. 항공기 매뉴얼에 나와 있고요. 순서대로 점검한 후 이륙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게 기본적인 절차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경보가 정상적으로 울렸다고 보시는 건가요?
▶ 000 현직 헬기 조종사(28년차 5000시간 비행): 글쎄요. 그 경보기가 거기에 달려있는지 안 달려있는지조차 의문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기종 상으로 추측이 가능하지 않나요?
▶ 000 현직 헬기 조종사(28년차 5000시간 비행): 아닙니다. 어떤 기종은 달려있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달려있는 것은 아닙니다.
▷ 한수진/사회자: 일종의 옵션 같은 건가요?
▶ 000 현직 헬기 조종사(28년차 5000시간 비행): 그렇습니다. 해당 기종을 직접 타보았다면 있나 없나를 알 수 있겠지만 타보지 않은 조종사들은 그렇지 못하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만약 경보가 울렸다면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은 확보가 되었을까요?
▶ 000 현직 헬기 조종사(28년차 5000시간 비행): 글쎄요. 한 명의 조종사가 아니고 두 명의 조종사가 있는데요. 두 명이 같이 못 봤다. 판단을 못했다. 그러면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는 것으로밖에 이야기밖에 안 되는 것이고요. 또 두 번째로 생각해볼 때 둘 다 같은 착각을 한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시각 착각이라고 합니다. 시각 착각을 겪게 되면, 항공기가 기울어지고 있어도 제대로 가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되거든요. 잘 안 보일 때는 그런 시각 착각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 보면 서울의 경우 특히 고층 건물이 많지 않습니까. 이런 점에서 비행의 위험요소가 되지는 않을까. 이런 문제도 제기되고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 000 현직 헬기 조종사(28년차 5000시간 비행):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헬리콥터가 건물에 부딪친 것인데요. 건물은 늘어나긴 하지만 옮겨 다니거나 그러지는 않거든요. 그 자리에 그대로 있기 때문에 굉장히 시각적으로 좋은 참고점이 되는 겁니다. 건물의 위치를 알면 그보다 더 높게 날고 피해 다니기 때문에 건물이 높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보다 더 높은 건물을 가진 나라들도 많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요. 아무래도 같은 조종사라서 보는 심경이 남다르실 텐데요.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세요?
▶ 000 현직 헬기 조종사(28년차 5000시간 비행): 아무래도 정부에서 민간 헬기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좀 더 강화시키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그 동안은 정부에서 비행기에 관점을 많이 두고 관리감독을 많이 했기 때문에요.
▷ 한수진/사회자: 헬기 전문가가 없다. 라는 말씀이시군요.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000 현직 헬기 조종사(28년차 5000시간 비행)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