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가 ‘삼성 축구단’에 입단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기둥인데 무슨 소리냐고 깜짝 놀라실지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삼성의 새 마케팅, ‘갤럭시 11’이라는 가상 축구팀에 모델로 기용된 겁니다. 오늘 유튜브를 통해서 이 ‘갤럭시 11’의 주장으로 메시가 소개됐습니다. 축구팀을 만들어서 우주인에 맞서서 지구를 지킨다는 컨셉인데, 감독 역할인 축구 전설 베켄바우어가 직접 주장 견장을 건네줍니다. 이 광고에서 메시는 “역시 메시”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멋진 모습을 선보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8lRgdODMC4)
갑자기 메시가 왜 삼성 광고모델로 등장했을까요. 내년 월드컵을 위한 마케팅 차원입니다. 아직 반 년도 넘게 남았는데 삼성이 이렇게 서두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삼성은 월드컵 마케팅을 할 권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월드컵 이름을 써가며 가전제품 홍보를 할 수 있는 회사는 세계에서 단 한 곳, 일본 소니 뿐입니다. 그래서 삼성은 월드컵은 입에 올리지 않고, 대신 월드컵에 나갈 각국의 유명 스타들을 하나 씩 선정해서 ‘갤럭시 11’이라는 드림팀을 만드는 겁니다. 이런 방식으로 공식 마케팅 업체가 아니면서도 행사를 십분 활용하는 방식을 ‘앰부시 마케팅’, ‘매복 마케팅’이라고 부릅니다.
갤럭시11의 홈페이지(http://www.thegalaxy11.com)에 가보면 다음 선수들이 언제 공개될지도 예고돼 있습니다. 우선 내일, 11월 13일에 한 명이 추가로 공개됩니다. 그리고 12월 7까지 차례로 소개될 예정입니다. ‘팀 테크’라는 곳을 보면 이 선수들이 무기로 사용할 갤럭시노트3와 갤럭시 기어, 갤럭시 노트 등이 소개돼 있습니다. 아무래도 최종 광고는 선수들이 축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기계들까지 활용해서 외계인을 물리치는 모습이 담기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이쯤해서 가장 궁금한 점은 누가 나머지 팀원인가겠죠. 저도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예측을 해볼 수는 있죠. 우선 우리나라 선수도 한 명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전세계적인 마케팅인 만큼 지역 배분도 골고루 될 겁니다. 삼성 스마트폰의 가장 큰 시장인 독일, 프랑스, 브라질, 미국, 잉글랜드 대표는 당연히 포함되지 싶습니다. 메시 급이라면 루니, 외질, 리베리 등이 있을텐데, 또 구단 등과의 계약 문제도 있어서 그런 선수만 모아서 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이야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레버쿠젠에서 LG 유니폼을 입고 있는 손흥민 선수 같은 경우는 갤럭시11에 참여하기 어려울 겁니다.
또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겠죠. 대체 왜 메시 대신 호나우두는 생각해보지 않았느냐고 말이죠. 그런데 라이벌인 둘 중 한 명을 주장으로 정하면 아무래도 다른 한 명은 참여하기 힘들겠죠. 또 호나우두의 포르투갈은 월드컵 출전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스웨덴과 플레이오프를 치러서 이겨야만 본선에 나갈 수 있는 상황입니다. 같은 이유로 이미 월드컵에서 탈락한 웨일즈 대표인 가레스 베일도 갤럭시 11에는 포함될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볼 때 한 가지 변수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월드컵에 탈락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으로만 놓고 보면 미국보다 더 큰, 세계 1위 시장입니다. 축구 열기도 상당히 뜨겁고요. 삼성으로선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곳인 만큼, 중국 대표가 ‘갤럭시 11’에 포함될 가능성은 적잖아 보입니다. 한 가지 힌트가 홈페이지에 숨어 있습니다. 언어 선택에서 영어-독일어-불어-스페인어에 이어 중국어가 있다는 점이죠. (그런데, 한국어는 없습니다.)
여하튼 벌써 월드컵 마케팅이 시작됐구나, 기업들은 참 빠르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됩니다. 다른 기업들도 새로운 앰부시 마케팅을 선보이겠죠. 축구의 계절이 바짝 다가선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