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칼럼] 언론인들의 자기반성…"벽을 허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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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많은 스마트폰 사용자들과 마찬가지로, 내 경우도 1차적으로 뉴스를 접하는 매체는 모바일이다. 손쉽고 빠르게 관심 뉴스를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댓글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댓글 읽는게 고통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악의가 느껴지는 조롱과 욕설 같은 것을 만나면 당사자가 아니라도 마음에 미세한 상처가 남는다. 그리고 극단적인 입장에서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댓글들을 보면 단단한 벽을 만난 듯 마음이 답답해진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두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에 올라오는 댓글의 분위기가 정치관련 논쟁적 기사의 경우 정반대인 점도 의아스럽다. 댓글 내에서도 서로를 '알바' '00충'이라고 부르면서 싸운다. 각자의 입장에서 극단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댓글들. 자신과 다른 입장도 존중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미덕은 간데없이 우리 사회의 극단적 분열과 갈등의 맨 얼굴을 매일 매일 드러내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으로 늘 꼽히는 손석희씨는 JTBC 보도부문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언론의 사회통합 기능을 실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언론학자들이 언론의 기능으로 꼽는 여러 가지 중에 환경감시, 의제설정 등은 비교적 의미가 명확히 다가오는데 사회통합은 좀 모호한 느낌이고 '통합'이 주는 전체주의적 뉘앙스까지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사회통합은 사회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전제하면서 다른 입장에 대한 관용과 대화, 합리적 공론형성을 통한 사회통합을 의미하는 것이다.포털 댓글을 읽을 때마다 나는 그런 의미의 사회통합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우리 언론은 사회통합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그렇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언론이 조장하고 확대하고 있는게 아닌지... 정치권이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대화가 없는 극단적인 분열상을 보이고 있듯이 언론도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서로를 증오하면서 싸우고 있다. 사실과 의견을 구별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언론 윤리도 지키지 않고 자사 이기주의에 매몰돼 '사실' 마저도 입맛에 맞게 왜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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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에 열린 중견언론인 모임 '관훈 클럽' 토론회의 주제는 "벽을 허물자" 였다. 이념에 따라, 자사의 이익에 따라 높은 벽을 쌓고 대립하고 있는 언론의 역기능적 현실을 진단하고 앞으로는 우리 사회를 위해 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해보자는 취지의 토론회였다. 벽을 허물자는 제안이 소수 언론사들이 동업자 의식을 갖고 함께 특권을 누리던 과거의 호시절로 돌아가자는 뜻이라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사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문제되는 언론사 간의 벽은 단순히 언론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벽을 허물어 우리 사회의 건전한 민주주의적 문화를 저해하는 걸림돌 하나를 제거하자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참석자들의 발언내용을 몇가지 소개해본다.

 "우리 사회에는 두가지 진실이 있다. 보수의 진실과 진보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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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에 편파중계라는 것이 있는데 언론사가 지금 사회현상을 편파중계하고 있다. 중간지대가 실종되었고 합리적인 공론형성과정이 생략되고 있다."

 "언론이 스스로 진영논리에 갇혀서 자기 진영의 잘못에 대한 비판을 삼가는 경향이 있다. 편집회의에 들어가보면 자기 진영이 뭔가 잘못했을 때 다른 진영 쪽 신문사에서 톱으로 쓸텐데 우리까지 그럴 필요 있겠냐고 기사비중을 축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각 언론사마다 정치적. 이념적 입장이 다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사실은 제대로 써야한다. 그런데 지금은 자사의 입장에 따라 사실 마저도 왜곡하고 있다." "언론매체가 이념에 따른 정치공학적 도구가 되고 있다."

 "각 언론사의 중견인 논설위원들은 자기 소속사가 극단에 치우치지 않도록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스스로를 특정 언론사의 000가 아니라 저널리스트 000 라고 생각하고 칼럼을 쓰자. 입장이 다른 매체에도 실릴 수 있는 칼럼을 쓰자"

 "기본적인 품격과 염치를 되찾자."

 세미나에 참석한 각 신문.방송사 논설위원들은 이렇게 한국 언론의 위기상황에 대한 인식을 폭넓게 공유하고 있었다. 논설위원들은 그 언론사의 의견, 논조를 담당한다. 논설위원들 개인 간의 폭넓은 공감대와 언론사 보도 내용 사이의 간극이 무척 대조적이었다.

 참석자들은 이번 토론회가 시의적절하고 유익했다고 자평했다.그런데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언론이 바뀔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 했다. 우리 언론을 움직이는 이념논리, 상업주의, 자사이기주의, 그리고 언론의 의제설정을 실질적으로 조종하는 정치.경제권력의 힘 앞에서 중견언론인들의 성찰과 반성 만으로 당장에 무엇을 바꾸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를 가로막는 벽이 높아질수록 그것을 허물자는 의지와 공감대도 함께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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