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미가 17개월 아기 폭행…몸의 반이 마비


동영상 표시하기

<앵커>

17개월 아기가 구토를 해 병원에 데려가 보니 뇌가 심하게 부어 있고, 피가 고여 있었습니다. 아이 돌보미에게 주먹으로 머리를 맞은 겁니다.

김종원 기자의 생생리포트입니다.

<기자>

지난 7월, 50대 여성이 119로 다급한 신고전화를 했습니다.

[당시 신고 접수 119 대원 : '목욕시키는데 아기가 물을 먹어서 기절했다… 심장은 뛰는데 숨은 안 쉰다'고 신고했어요.]

소방대원이 긴급출동을 했더니 17개월 된 여자아이가 쓰러져 구토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신고까지 한 보호자가 정작 병원엔 가지 않겠다고 버틴 겁니다.

[김광호 반장/당시 출동 소방대원 : 일반적인 보호자들은 아기가 고열이 있거나 경기만 해도 병원을 가자고 해서 가고 그러는데, (이 경우는) 토까지 했는데도 병원을 안 간다고 그러니까 저는 상황이 좀 이상했던 거죠.]

알고 보니 여성은 맞벌이 부부의 17개월 된 딸을 돌봐주던 아기 돌보미였습니다.

뇌 검사 결과 심각한 부상이 드러났습니다.

[오지웅/피해 아기 담당 의사 : 이게 아이 CT 사진인데요, 뇌 중앙선도 원래 가운데 있어야 하는데 옆으로 확 밀린 상태… 하얀 게 다 피입니다. 중증 뇌손상으로 굉장히 생명이 위독하고, 몸에 적신호가 많이 보이고, 동공반응도 없어진 상태였습니다.]

수술하려고 깎은 아이 머리에서 멍 자국이 여러 개 발견됐습니다.

[외부에 의한 충격, 특히 이 정도 크기면 사람 손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이 되죠. 아주 큰 충격이 가해진 게 확실합니다.]

아이는 4시간 넘는 대수술 끝에 목숨을 건졌지만 몸의 반이 마비되고 한쪽 눈에 이상이 오는 장애를 입었습니다.

경찰이 조사에 착수하자 돌보미는 폭행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아버지 : 주먹으로 때리셨어요?]

[돌보미 : 주먹 쥐고 안 했어요. 손바닥으로 세게 제가 그랬을 거예요.]

[아버지 : 손바닥으로 치는데 멍이 그렇게…손바닥 자국이 나야죠.]

[돌보미 : 주먹을 쥐고 때렸나 봐요, 그러면.]

[아버지 : 정확히 얘기를 해 달라는 얘기에요. 주먹으로 때리셨어요?]

[돌보미 : 주먹을 쥐고 때리다, 주먹을 쥐고 한두 대 때리고 손바닥으로 때렸나 그럴 거에요.]

[아버지 :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우리 아이가 맞을 짓을 했어요?]

[돌보미 : 아니요. 순간적으로 제가 욱하는 마음에 그런 거라고요.]

아이의 부모를 더 힘들게 한 건 때린 돌보미 처벌 과정이었습니다.

[아이 엄마 : 아이가 죽거나 의식을 회복 못 하면 강력사건으로 다뤄져서 강력반에서 하겠지만, 저희 아이는 의식을 회복했고 나아지는 과정이어서 구속도 그렇게 아무나 함부로 구속하는 게 아니라고 (경찰과 검찰이 말했어요).]

돌보미는 사건 석 달만인 지난주에야 검찰에 구속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아동 학대 처벌 수위가 턱없이 낮다고 지적합니다.

이번 경우처럼 아이에게 상처를 입히면 아동복지법으로 최고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데, 아이가 아닌 어른에게 장애를 입혔다면 중상해죄에 해당돼 10년 이하의 징역을 받게 돼 있습니다.

어른보다 아이를 때린 데 대한 처벌 수위가 더 낮은 겁니다.

[이명숙/변호사 : 가정폭력이나 아동 학대에 대해서는 범죄를 저질러도 거의 구속하지 않고 있고요, 형량도 아주 낮습니다. 그게 문제죠.]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영유아 폭행이나 학대 사건은 다른 사건과 달리 즉시 구속을 하는 경우가 많고, 피의자 신상공개와 접근금지까지 내릴 정도로 중범죄로 다루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설치환, 영상편집 : 최준식 박선수, VJ : 김종갑)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