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시진핑 정권 10년 운명 정할 결전장 '3중 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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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경쟁을 뚫고 한 강력한 문파의 장문인에 오른 사나이가 있습니다. 장문인이 됐지만 문파를 모두 손에 넣은 것은 아닙니다. 늙었지만 여전히 막강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전임 장문인이 둘이나 눈을 시퍼렇게 뜨고 노려보고 있습니다. 경천동지할 무공을 구사하는 강력한 경쟁자들도 곳곳에 숨을 죽이고 있습니다. 고강한 무공을 연마하는 후배들도 호시탐탐 자리를 노립니다.

장문인은 이제 자신의 무공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무대에 섰습니다. 하지만 손속에 살의를 그대로 드러냈다가는 치명적 결과를 부릅니다. 반대파와 견제 세력들이 모두 들고 일어나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피바람이 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허약한 모습으로 시전했다가는 식물인간으로 전락합니다. 문파의 조롱을 받으며 죽는 것보다 못한 치욕적 삶을 살아야 합니다. 허허실실, 일생일대 가장 교묘한 무공을 펼쳐야 합니다. 한 초식, 한 초식으로 실리를 취하면서도 한순간도 명분을 놓쳐서는 안됩니다. 그는 과연 이런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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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전회 개시2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제회의, 이른바 3중전회에 들어간 시진핑 주석이 지금 그런 상황입니다. 시 주석, 더 정확히 말해 시진핑, 리커창 등 중국의 새로운 수뇌부는 이번 3중전회를 통해 중국 경제는 물론 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그 방법을 제시해야 합니다. 방향은 어느정도 결정돼 있습니다. '중국판 경제 민주화'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풀어서 말하면 중국 경제 체제에 시장 원리를 더 많이, 더 크게 도입하는 것입니다.

중국의 경제는 이제까지 국가와 국유기업이 수출과 대규모 SOC 투자를 통해 고도 성장으로 이끌어왔습니다. 하지만 그런식의 성장은 이제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중국 경제에 이익을 가져다주기보다 모순과 약점을 심화시킬 뿐입니다. 왜그럴까요?

중국은 수출을 늘려 세계 시장의 점유율을 꾸준히 높여왔고 이제는 가격 결정권자의 위치에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수출을 더 늘리면 이제는 세계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 분쟁을 가열시키게 됩니다. 이미 미국과 EU에서 막대한 무역 역조를 들어 이런저런 견제를 하는 상황에 기름만 끼얹는 꼴입니다.

또 수출을 늘려봐야 돈이 더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이제 가격 결정권자의 위치에 오른 만큼 수출을 늘리려면 가격을 낮춰야하기 때문입니다. '제 살 깎아먹기'에 불과합니다. 아무런 실익이 없습니다.

아울러 과잉 외환보유 문제도 걸림돌입니다.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로 중국은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국입니다. 그런데 외국 돈을 많이 갖고 있으면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닙니다. 환율 인하의 압박을 받기 때문입니다. 넘쳐나는 돈은 경제의 거품만 잔뜩 키울 수 있습니다. 이제는 적정량의 외환을 보유하기 위해 관리가 필요한 시점인데 수출 확대는 이에 역행할 뿐입니다.

국가와 국유기업을 통한 대규모 투자 정책 역시, 이제는 과잉 투자와 중복 투자로 인한 과잉 생산 문제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지역 정부들이 경쟁적으로 세워놓은 신시가지들은 입주하는 기업과 주민이 없어 텅텅 빈 유령 도시가 됐습니다. 정부가 엄청난 돈을 들여 만든 철강, 조선 기업들은 높아야 70%의 가동률에 그치는데다 공장을 돌리면 돌릴 수록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이런 부작용들은 지방 정부 부채, 그림자 금융 등의 심각한 병증을 키우고 있습니다. 불치병까지는 아니지만 난치병임은 분명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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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주도하는 경제 성장의 비효율성은 관료 사회의 부패 문제로까지 이어집니다. 생각해봅시다. 관료가 찍는 도장 하나에 수백억, 수천억 가치의 개발 계획이 결정됩니다. 몇 십억씩 되는 뒷돈과 뇌물이 오갈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장구한 역사를 통해 온갖 종류의 부패 관료들을 경험하다보니 관의 비리와 부패에 꽤나 둔감해진 중국인으로서도 이제는 더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습니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내수 확대와 함께 시장 원리의 심화를 통한 경제 활력 제고에서 찾고 있습니다. 경제 곳곳에 끼어있는 비효율성만 걷어내도 지금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끌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시장의 고도화는 앞서 말한 병폐를 모두 고칠 수 있는 만병통치약입니다.

그래서 이번 3중전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가장 먼저 국가 규제의 완화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두가지 효과를 노립니다. 하나는 내가 먼저 매를 맞겠다, 내가 먼저 내놓겠다는 전술적 선택입니다. 스스로 권한을 시장에 넘김으로써 다른 분야에도 시장화를 강요할 명분을 얻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관료사회의 부패 문제를 본질적으로 고칠 수 있습니다. 권한이 있는 곳에 부패가 있는 만큼 권한 자체를 줄이는 것입니다. 이미 싱크탱크인 국무원연구발전센터가 3중전회 직전에 보고한 '383 개혁안'에서 '개혁·개방 심화를 위해 정부 권한을 시장에 넘겨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이를 지렛대로 국유기업에 대한 개혁 드라이브도 본격화합니다. 시장 진입의 문턱을 낮추고 창업 지원 정책을 강화함으로써 민간이 더 적극적으로 기업 활동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아울러 국유기업의 민영화도 조심스럽게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리커창 총리는 이번 '3중전회' 직전에 지방정부가 직접 기업을 설치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부가 기업을 설립하는 순간 진입장벽이 됩니다. 규제가 마련됩니다. 이를 없애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지방정부 부채 문제도 국유기업 개혁에 이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부채 문제를 해결하라는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조세 제도 개혁을 통해 지방정부의 재정 강화를 꾀하면서도 직접 교부금, 즉 대신 갚아주는 돈을 주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결국 지방정부더러 알아서 갚으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유자산 매각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유기업을 팔라는 뜻이고 결과적으로 국유기업의 민영화와 연결됩니다.

금융 자율화도 중요한 정책 방안으로 거론될 전망입니다. 금융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여신에 이어 대출 금리에 있어서도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키울 방침입니다. 금융 시장이 좀더 시장원리에 의해 운영되도록 하겠다는 뜻입니다. 이런 움직임 역시 국유기업에 몰려있는 자본의 배분을 민간으로 돌리는 효과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풀이됩니다. 국유기업 개혁에 일조하리라 기대하는 모습입니다.

부패와 전쟁도 한층 강화하고 나설 것입니다. 현재 당 중앙기율위가 각 국가기관과 국유기업을 순시하며 부패에 대한 강도 높은 사찰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성 국장급 이상 고위 간부가 부패 혐의로 잡혀들어가고 있습니다. 태자당, 국가 혁명 원로의 자녀들은 국유기업에 진출해 공고한 기득권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또 지방과 중앙 정부에 각종 관시(관계망)를 형성하고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국가 정책을 좌지우지합니다. 이를 방어하면서 공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무기가 바로 반부패 전쟁입니다. 중국 석유산업을 좌지우지하던 장제민 국가자산위원회 주임이 숙청될 만큼 현재 중국 사회의 반부패 바람은 거셉니다.

이밖에 농촌의 토지 사용권을 소유권으로 전환해주는 문제, 호적제 개선 등도 빈부 격차와 사회 불평등 해소와 함께 기득권의 약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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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전회 개시3

문제는 시 주석 등 중국 수뇌부가 이런 초식을 펼쳐내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하나하나가 엄청난 논쟁과 반발을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민주화'가 말은 무성하면서 실질적인 행동은 별반 찾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엄청난 고수들과 벌이는 싸움인데 반격이 간단할리 없습니다.

국유기업 개혁의 경우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민영화'입니다. 이는 공산주의 이념과는 사뭇 다른 방향이라 대놓고 추진하기에 어려움이 작지 않습니다. 매각 과정에서 자칫 수많은 구설수를 낳을 수 있는 어려운 작업입니다.

게다가 국유기업의 해체나 민영화는 해당 기업 근로자, 관련 사업 종사자 등 적지 않은 숫자의 세력에게서 '극렬한 반대'를 부르는 반면 상대적으로 이로 인해 이익을 보는 집단은 모호하기 때문에 '원론적이고 이론적 찬성'만 얻을 수 있습니다. 반대는 강력한데 추진할 동력은 허약한 셈입니다.

또 국유기업 등 기득권층은 권력 핵심과도 밀접한 관시를 갖고 있어 역공을 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시진핑 주석이 중국의 최고 권력자이지만 장저민 전 주석의 상하이방과 후진타오 전 주석의 공청단이 이루는 세력 균형 속에 아슬아슬하게 권력을 유지하는 상태입니다. 두 상왕이 사사건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운신은 커녕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번 3중전회에서 상술한 방향의 개혁에 대해 대단히 포괄적이고 장기적이며 원론적인 방향 제시(그것도 매우 모호한 표현으로)를 하는데 그칠 뿐이고 구체적인 행동 강령은 아예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합니다. 딱히 반대하기에 어려운 좋은 말로 이뤄진 결의서가 나오리라고 전망합니다.

하지만 너무 아무 내용 없이 맹탕에 가까운 모호한 결론만 나올 경우 이 또한 문제가 됩니다. 시 주석이 자신의 취약한 권력 기반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꼴이라 그렇습니다. 보수파나 개혁파 모두에게 불만을 살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문제 해결 능력에 의구심을 품는 내외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설사 주석의 지위를 유지한다해도 치명상을 입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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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 입장에서는 그 황금률을 어떻게 찾을 지가 앞으로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는 12일까지 무대 위에서 자신을 둘러싼 적들을 상대로 거의 실현 불가능한 허허실실의 시전을 펼치기 위해 평생 닦아온 내공과 실력을 쏟아내는 시진핑 주석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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