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9호선 먹튀' 맥쿼리가 챙긴 것과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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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로 취임 2주년을 맞은 박원순 서울 시장은 요즘 직접 기자브리핑을 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그만큼 기자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정책들이 많다는 건데요. 얼마 전엔 '지하철 9호선 재구조화'에 대한 기자브리핑에 직접 나섰습니다.

'지하철 9호선 재구조화'는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이후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재구조화'라고 하니 어렵게 들리시겠지만, 쉽게 얘기해 서울시와 지하철 9호선 민자사업자 간에 맺은 협약을 변경한 것을 말합니다.

지하철 9호선은 <메트로 9호선>이란 이름의 민자사업자가 운영하는 서울시의 대표적 민자사업입니다. 지난해 이 민자사업자가 기습적으로 요금을 올리겠다고 선언해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그제서야 지하철 9호선이 민자사업인줄 알게 된 시민들도 적지 않았고, 민자사업자가 독단적으로 요금을 올리겠다고 하면 사실상 막을 도리가 없는 상황에 분노를 느낀 이들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지난해 9호선 요금 인상 논란은 우리 사회에 민자사업에 대한 폐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시민들의 분노는 타당한 것이었습니다. 왜냐면 서울시와 9호선 민자사업자 간의 협약 내용을 보면 민자사업자에게 너무나 일방적으로 유리하기만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잠시 서울시와 민자사업자가 최초에 맺은 협약을 살펴볼까요. 협약은 시작부터 놀랍습니다. 서울시는 민자사업자에게 매년 8.9%의 수익률을 약속했는데 이 수익의 실현방법으로 다름 아닌 요금인상으로, 매년 요금이 5%씩 인상되는 예상운임표에 합의한 겁니다.

특혜는 이뿐이 아닙니다. 30년 동안 거의 9%에 가까운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것도 모자라 만약 적자가 발생하면 서울시가 세금으로 적자를 보장해주는 이른바 '최소수입보장'(Minimum Revenue Guarantee), 줄여서 흔히 'MRG 조항'까지 넣습니다. 바로 이렇게 협약에 약속한 수익률이 나오지 않을 경우 요금 인상에 합의했기 때문에 즉 민자사업자에게 사실상 요금결정권을 내준 탓에, 기습적인 요금 인상이라는 상황을 맞게 된 겁니다.

협약의 내용을 알리 없었던 시민들은 요금 인상 논란이 불거진 뒤에 비로소 협약의 진실을 알게 됐고, 특혜도 이만저만 특혜가 아닌 협약을 체결한 서울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비난 여론이 쇄도하자 서울시는 협약 변경에 총력을 기울입니다. 특히 박원순 시장은 자신이 취임하기 전 체결된 협약이지만 결국 자신이 그릇된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결국 특별팀까지 꾸려서 협약 변경에 전방위적으로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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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9호선

서울시가 나서자 9호선 민자사업자도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합니다. 9호선 민자업체인 <메트로 9호선>의 대주주는 바로 맥쿼리인프라 투융자회사로 일명 맥쿼리라 불리는 곳입니다. 맥쿼리는 한국의 9호선 외에도 우면산터널 등 전국 각지의 도로와 철도 15곳의 민자사업에서 엄청난 이익을 챙기고 있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훨씬 더 얻어가는 이익이 많은 다른 민자사업의 경우는 특별한 이슈가 없는 탓에 비난의 눈길이 그리 심하지 않았지만, 9호선의 경우는 요금을 인상하겠다고 나서면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자 맥쿼리는 조금씩 생각을 바꾸기 시작합니다. 결국 올해 들어 맥쿼리는 9호선 대주주 자리에서 빠지기로 전격 결정합니다. 그렇다면 30년 동안 '황금알 낳는 거위' 역할을 해줄 9호선에서 맥쿼리는 왜 빠진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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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한 요인이 될수 있겠지만 더 들여다보면 맥쿼리의 얄미울만큼 영리한 셈법이 작용한 겁니다. 일단 9호선은 맥쿼리가 대주주로 있는 다른 민자사업에 비해 규모가 너무 작습니다. 맥쿼리의 전체 포트폴리오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불과하니까요. 비중은 작은데 계속 관계하는 동안 요금을 올릴때마다 엄청난 비난여론을 직면해야 한다는 것은 지난해 요금 인상을 시도했다가 충분히 깨달은 거죠.

그리고 사실 맥쿼리 입장에선 지금 대주주에서 빠져서 자신의 주식을 팔고 나가도 남는게 엄청납니다. 결국 협약대로 수익을 얻으려면 요금 인상은 불가피한데 그건 엄청난 시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쉽지 않다는 것은 알았고,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빠질 타이밍에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을 한거죠. 여기에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맥쿼리의 주식을 사줄 다른 대주주들을 물색했고 그 결과 보험사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맥쿼리의 주식을 사는 것으로 정리가 된겁니다.

맥쿼리가 이번에 9호선 주식을 매각하면서 받은 돈은 1천 300억여 원. 투자 원금은 745억 원이니, 수익률은 75%에 달합니다. 그러나 이건 단순 주식 매각 대금일뿐, 그동안 자신들이 세운 9호선 운영회사에 자신들이 다시 고리로 돈을 빌려준 형태였기 때문에 그간 벌어들인 수익은 매년 엄청난 액수였죠. 결국 맥쿼리는 이익은 이익대로 챙기고, 요금 인상 파동으로 스스로 못 이기는 척 떠나는 모양새를 갖추면서 여론의 따가운 시선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일거 양득을 이룬 겁니다.  

맥쿼리는 이제 9호선에선 손을 뗐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맥쿼리가 다른 민자사업에도 철수한다는 장미빛 전망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기도 했는데요. 그러자 최근 맥쿼리는 이례적으로(그동안 맥쿼리는 언론의 정식 인터뷰 요청에는 거의  응한 적이 없습니다.)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의 민자사업에서 철수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엄청난 이익을 얻고 있는 민자사업에선 전혀 떠날 의지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못 박은 겁니다.

문제는 맥쿼리가 관계된 다른 민자사업들은 9호선보다 훨씬 투자금액도 엄청나고 그에 따라 얻는 수익도 엄청난 것은 물론 계약기간도 경우에 따라 수십년에 달할만큼 깁니다. 사실 우리가 맥쿼리의 투자 행태를 욕할 수만은 없습니다. 이익추구가 최우선인 기업에게 어떻게 허술한 민자사업법의 구멍을 그렇게 잘 겨냥해서 엄청난 수익을 얻었는냐고 비난할 수만은 없죠.

결국은 시민의 세금으로 행해지는 민자사업은 과연 나중에 협약이 잘못되면 시민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가는 만큼, 민자의 돈으로 거대 민자사업을 시행할 땐 이것이 꼭 필요한 사업인가에 대한 치열한 정책적 고민과 함께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수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이 맥쿼리가 우리에게 남긴 뼈 아픈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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