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 유적에서 실크로드 교류 확인"

린메이춘 中 베이징대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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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의 화려한 향락의 도시 폼페이는 기원후 79년 갑작스러운 화산폭발로 순식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2천여 년 전 인류가 겪은 비극의 역사가 아이러니하게 현대 고고학의 소중한 유산으로 남은 곳이 폼페이다.

폼페이가 남긴 수많은 유적 중에서 유독 고고학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다.

한 그림이었다.

그림 속 한 여인이 몸에 두른 천이 실크로드를 통한 대표적 교역물인 비단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중국의 비단이 로마 제국으로 건너가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는 사실은 문헌 기록으로 이미 드러난 바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물질자료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 이 그림에는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고고학 학자들 사이에서는 이 천이 중국에서 생산한 비단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를 입증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중국 고고학 학자들 역시 근거를 찾지 못해 애를 태웠고, 결국 이 그림은 동·서양 교역로인 실크로드의 루트를 확정하는데 학술적인 논거로 사용되지 못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 실크로드학의 최고 권위자인 린메이춘(林梅村) 베이징대 교수는 이 미스터리를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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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호텔현대 경주에서 열린 '실크로드 위의 인문학, 어제와 오늘'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한 그는 '실크로드를 연 사람들'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 이후 연합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이 천의 소재가 중국에서 건너간 비단임을 최초로 밝혀냈다고 소개했다.

최근 현지에 직접 가서 그림을 확인한 그는 마왕토 출토 비단과의 비교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그는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비단은 중국산의 비단과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면서 "중국산 비단은 두께가 두껍고 재질 자체가 다르다.

그 당시의 중국제 비단만 폼페이 그림과 마찬가지로 투명한 빛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린메이춘 교수는 "모든 자료에서 이러한 점을 확인할 수 있으며, 특히 한나라 시기 마왕토에서 출토된 비단 역시 투명하다"면서 "이러한 점을 토대로 폼페이 그림 속 천이 중국제 비단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조강연에서 4개의 사례를 통해 기원전 1세기까지 실크로드의 흔적을 추적한 그는 실크로드를 통해 동양에서 서양으로 전해진 것 중에서는 비단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며 실크로드 개념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린메이춘 교수는 "한당(漢唐) 시기에 많이 이용되던 육로 실크로드는 비단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며 "그보다는 당시 사상·생활과 관련한 문화적 교류를 더 많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한당 시기 육로 실크로드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 교류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면서 "해상 실크로드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운수품·교역품 한 가지로 제한해서 볼 것이 아니라 동서양의 사람들이 교류하는 문화적 원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영애 경주대 문화재학과 교수(중앙아시아학회장)는 중앙아시아를 단지 서쪽의 미술이 동쪽으로, 동쪽의 미술이 서쪽으로 옮겨지는 '통과지'로 간주하는 시선에 반기를 들었다.

임 교수는 "중앙아시아 불교 조각은 서쪽, 즉 간다라의 조각양식을 기본으로 시작했으나 5세기경부터는 중앙아시아만의 특징이 생겨난다"면서 실크로드에서 중앙아시아는 단순한 통과지가 아니라 독특한 양식의 생산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근거로 태평진군 4년(433) 불입상, 태화 19년 석불입상, 태화 23년 석불입상 등에서 가슴 위에 펼쳐진 좌우대칭의 U자형 주름이 흘러내리며 발목까지 이르고, 양 허벅지 위의 수직주름이 무릎까지 이어지는 패턴은 5세기 중앙아시아의 옷 주름과 동일한 전개방식이라는 점을 들었다.

임 교수는 이어 벽화의 화려한 채색도 5세기에서 시작해 7∼8세기까지 중앙아시아에서 유행한 불교 미술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앙아시아 불교 조각의 주재료는 찰흙이었는데, 흙으로 만든 소조상은 돌과 비교하면 재질이 약해 돌출된 부위가 쉽게 손상된다"면서 "이 때문에 돌출부위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부족해진 입체감을 강한 채색으로 대신했다"고 해석했다.

교육부와 경상북도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세계인문학포럼 사무국)이 주관하는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실크로드 분야에서 세계적인 인지도 및 중요성을 지닌 상징적인 연사들이 나서 실크로드 국가의 다양한 문명을 돌아보는 자리다.

이번 행사는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경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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