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 의사가 보험사 편에서 보험금 지급을 막는 사례를 취재해 2주에 걸쳐 두차례 보도했습니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니 많은 분들이 해당 보험사가 삼성생명인 줄 아시더군요. 그런데 해당 보험사는 삼성생명이 아닙니다. 엉뚱한 회사가 좋지 않은 사례로 지목돼 피해를 볼 수 있어서 그 부분부터 바로잡고 시작하겠습니다.(사례에 나온 해당 보험사는 같은 그룹 계열사이긴 하지만, 두번 다 생명보험사가 아닌 손해보험사입니다)
어떤 분들은 보험사 편만 든 자문의사를 비난하셨습니다. 맞습니다. 비난의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비단 자문의사 개인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래서 오늘은 보험회사, 자문의사, 손보협회의 암묵적인 커넥션에 대해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보험회사에는 자문의사라는 게 있습니다. 소비자가 각종 상해와 질병에 대한 보험금을 청구할 때 보험사가 의료 관련 전문 지식이 없는만큼 말 그대로 자문을 구하기 위한 겁니다. 각 과목별로 있고요, 자문료는 건당 16~20만원쯤 됩니다.
마찬가지로 손해보험사들의 모임인 손해보험협회에도 의료심사자문위원회라는 게 있죠. 여기에 자문의사가 30명 정도 있습니다. 역할은 보험사 자문의와 비슷합니다. 회원인 보험사측이 자문을 요청하면 협회에서 의사 자문을 받아 전달하는 식입니다.
취지로 보면 자문의사는 당연히 있어야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실제론 이 제도가 그렇게 긍정적인 역할만 하는 건 아닙니다.
자문 의사는 보험사나 협회로부터 자문료를 받습니다. 이 자문료는 의사의 소속 병원이 아닌 의사 개인에게 가는 부수입이 됩니다. 보험금 청구인을 직접 진찰하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그냥 청구인이 보험사에 제출한 진단서나 관련 서류를 보고 판단해주는 겁니다. 보험금 청구가 엄청나게 많은 만큼 이 자문도 엄청나게 많이 이뤄집니다. 건당 20만원이 채 안되지만, 모이고 모이면 상당히 짭짤합니다. 세금도 안 붙습니다.
이번에는 협회입니다. 보험사들의 모임인 협회는 보험사들의 이익과 권익 보호가 존재 목적입니다. 의료심사자문위원회를 협회 내부에 두고, 자문의사 지정도 협회가 합니다. 이쯤되면 자문의사는 보험사나 협회쪽에 유리하게, 되도록이면 보험금 지급이 적게, 아니면 지급이 안되게 판정할 소지가 많을 수 밖에 없죠. 팔은 보통 안으로 굽으니 말이죠.
마지막으로 보험사입니다. 이 자문의사의 의견은 말그대로 '자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보험금 지급에 적용될 때는 '자문'이 아닌 절대적인 판단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소비자가 청구할 때 제출한 진단서는 대부분 직접 진찰을 받고 나온 소견입니다. 그런데도 직접 진찰 과정이 없는 자문의사 소견서가 이 진단서보다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보험사가 보험금 주기 싫을 때 이 자문의사 소견서를 들이밀고 소비자와 '네고'를 하기까지 합니다. 보험사와 협회, 자문의사가 아주 적절하게 서로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죠.
물론 모든 보험사와 자문의사가 이런 건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 제도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는 건 분명합니다. 그래서 이런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생명보험협회의 경우 의료심사자문위원회를 협회 외부에 두고, 자문의사 선정도 의사협회가 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보도가 나가자 해당 보험사는 관련 TF를 만들어 앞으로는 협회 자문의사에 자문을 구하지 않고, 꼭 자문을 구해야할 때는 3명 이상의 의사에게 물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되도록이면 제3의 병원에서 청구인과 함께 진찰을 받는 공동감정을 많이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잘 지켜질까요? 계속 주의깊게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