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단풍 속에 숨겨진 고도의 생존전략…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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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이 성큼 눈앞에 다가오면서 낮은 기온에 단풍의 붉은 빛깔도 절정에 달하고 있습니다.

오늘(26일)도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가을 산은 등산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아름다움은 사실 단풍나무가 오랜 세월 진화하면서 만들어낸 치밀한 생존 전략의 결과입니다.

단풍나무 이파리 밑을 자세히 보면 여러 개의 씨앗이 숨어 있습니다.

씨앗마다 길이 3~4cm 정도 되는 날개가 달려 있는데, 이게 꼭 헬기 프로펠러나 잠자리 날개처럼 생겼습니다.

씨앗을 떼어내 위에서 던지면 빠른 속도로 빙글빙글 돌면서 떨어집니다.

포스텍 연구진은 이 자연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지난해 단풍나무 씨앗을 직접 모은 뒤 바람을 불어주면서 씨앗이 어떻게 회전하는지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 씨앗은 1분에 평균 1,200번 넘게 회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날개의 생김새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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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방사광 가속기로 촬영했더니 단풍나무 씨앗은 마치 비행기 날개처럼 한쪽이 약간 두껍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포스텍 이상준 교수는 씨앗의 두께 변화는 크지 않지만, 이러한 미묘한 구조 덕분에 양력을 잘 받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이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단풍나무 씨앗 낙하 영상을 보면 씨앗이 양력을 받아 1초에 1.2미터 정도씩 천천히 떨어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씨앗 아래쪽에서 낙하 속도를 상쇄하는, 즉 초속 1.2미터 정도의 바람을 불어주면 씨앗은 제자리에서 계속 돌아갑니다.

바람만 잘 타면 씨앗이 그만큼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진화했다는 뜻입니다.

단풍나무는 도토리처럼 열매를 맺어 동물이 섭취하는 방식으로 씨앗을 퍼트리는 것보다 에너지를 덜 쓰는 번식 방법을 택한 것입니다.

그래서 단풍나무 군락지 근처를 살펴보면 수십 미터 떨어진 곳까지 씨앗이 날아와 새로 자라나는 어린 단풍나무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흩어진 붉은 빛깔이 다른 색깔의 단풍들과 화려한 색의 조화를 이루면서 가을 산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것입니다.

단풍의 붉은 빛깔을 만드는 색소 안토시아닌도 다른 나무들과의 생존 경쟁에 필수적인 무기입니다.

과학자들은 단풍나무의 낙엽이 땅에 떨어져 안토시아닌이 흡수되면 이게 다른 종의 성장을 억제하는 이른바 타감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김선희 박사는 홍릉수목원 근처에도 단풍나무의 타감 작용으로 다른 풀이 잘 자라지 못하는 곳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단풍나무가 모여 있는 곳 바로 밑은 주변보다 잡풀이 훨씬 적고 다른 경쟁 상대의 나무가 쉽사리 뿌리내리지 못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가을마다 등산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화려한 단풍은 이렇게 고도의 생존 전략이 빚어낸 결과물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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