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동성애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온 미국 공화당에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공화당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기부해온 기업가를 비롯해 일부 중도보수 진영 인사들이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동성애를 일정부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물밑에서 설득작업을 벌이는 데 따른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시간) 이런 움직임을 소개하면서 대표적인 인물로 억만장자 헤지펀드업체 대표인 폴 싱어와 전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의장을 지낸 켄 멜먼을 들었다.
싱어는 아들이 동성애자이며, 멜먼은 지난 2010년 본인이 동성애자임을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싱어는 최근 공화당 의원들을 상대로 직장 내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고용상 비차별 법안'(ENDA)을 지지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이르면 이달 내에 상원에서 이 법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톰 레이놀즈, 놈 콜먼 등 2명의 전직 공화당 의원을 로비스트로 고용해 본격적인 로비에 나섰다.
레이놀즈, 콜먼 전 의원은 동성애 자체에는 반대하지만 직장내 동성애자 차별 금지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공화당 내의 이런 변화는 극단적인 동성애 반대로 인해 젊은층과 여성 등 내년 중간선거와 2016년 대통령선거의 승리를 위해 필수적인 유권자층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현실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콜먼 전 의원은 "안타깝게도 공화당의 이미지는 (일반 유권자들과) 감정적인 간극이 있다"면서 "따라서 동성애 차별에 반대하는 시도를 통해 공화당이 직면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의 차기 대권주자들 가운데 동성애를 공식 지지한 경우는 없지만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공화당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동성결혼 허용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서 보수층의 찬사를 받았으나 이후 동성애자들에 대한 친근감을 나타내면서 진보 혹은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의 거부감도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이날 동성 결혼을 허용한 뉴저지주 지방법원의 판결에 대한 항소도 취하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보수진영 내부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가족연구위원회(FRC)의 피터 스프릭 연구원은 "싱어 대표 등이 이런 작업을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쓰든 이는 공화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공화당은 여전히 강력한 사회적 보수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리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