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13일)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앞 거리에 노점이 차려졌습니다. 크고 작은 스프레이 그림 20여 점이 진열됐고, 가격은 작품 크기에 상관없이 개당 60달러. 파리만 날리던 노점상은 오후 3시 반이 돼서야 겨우 '개시'를 했습니다. 하지만 첫 손님부터 가격 흥정에 나섰고 결국 노점을 지키던 노인은 '반 값'에 작품 2점을 팔았습니다. 저녁 6시 가판을 접을 때까지 팔린 작품은 겨우 8점, 손님은 3명, 벌어들인 돈은 420달러입니다.
하지만 뒤늦게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땅을 치며' 후회했습니다. 센트럴파크로 부리나케 달려가 봤지만, 이미 노점은 사라진 뒤였습니다. 가판에 진열됐던 그림들은 전부 영국 출신의 '얼굴 없는' 세계적인 화가 '뱅크시'의 작품이었습니다. 길거리 벽화로 유명한 그의 작품은 뉴욕과 런던 경매에서 최고 백만 달러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된 바 있습니다. 지난 2008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Keep It Spotless>라는 작품은 무려 187만 달러에, 같은해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Simple Intelligence Testing>은 126만 달러에 팔렸습니다.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브래드피트'도 그의 작품에 열광하는 팬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백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뱅크시의 그림을 60달러를 주고 산 사람들은 마치 '로또'에라도 맞은 기분일 것 같습니다.
거리의 예술가 뱅크시는 1974년 영국 브리스톨에서 태어났다는 것 외에 알려진 것이 전혀 없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입니다. 그에게 도시의 담벼락은 캔버스, 스프레이는 붓입니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강한 사회적 풍자를 담은 벽화를 남겨 사람들은 그에게 '아트 테러리스트', '그래피티 테러리스트'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뱅크시는 전쟁과 폭력 등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들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합니다.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반전'의 재미가 있습니다. 작품 활동도 심야나 인적이 드문 시간을 골라 기습적으로 이뤄집니다. 가끔은 길거리 말고, 전시장에도 출몰해 슬며시 자신의 작품을 걸어놓고 나옵니다. 뱅크시의 작품이 언제, 어디서, 어떤 형식으로 전시될지는 오직 그만이 알고 있습니다.
뱅크시는 자신의 평범하지 않은 작품 활동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서는 동네의 가장 좋은 벽만 있으면 된다. 당연히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불필요한 입장료를 낼 필요도 없다. 벽이야말로 당신의 작품을 발표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 (뱅크시, <BANKSY, Wall and Piece>) 고급 갤러리에서 소수의 사람들만 누리는 예술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고 즐기는 거리 예술을 고집하는 그의 생각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그가 이번엔 뉴욕에 나타났습니다. 10월 한달동안 미국 뉴욕의 거리에서 '바깥이 안보다 더 낫다(Better Out Than In)'는 주제로 게릴라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겁니다. 매일 새로운 작품들로 뉴욕 시민들을 만나고 있는 그는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고 있습니다. 센트럴파크 앞 노점 이벤트(?)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뱅크시는 당시의 '파리 날리던' 상황을 동영상으로 찍어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지금 뉴욕에서 펼쳐지고 있는 뱅크시의 신출귀몰한 활약들은 그의 블로그를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