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사리 정기국회가 시작됐지만 여야간 기류는 여전히 냉랭하다. 야당은 전격 등원을 결정했지만 여전히 장외투쟁의 천막을 접지 않고 있다. 여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도 여야가 정치 실종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날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여야 간 대립이 격화될 때면 여당 측에서 야당의 '떼쓰기' 혹은 '억지'라는 비판이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추석을 하루 앞둔 지난 달 18일에도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 겨냥한 야당의 비판 논평에 아래와 같은 논평으로 맞불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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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 서면 논평 (9월 18일)
민족의 명절에 까지 원색적으로 대통령과 여당을 헐뜯는 민주당이야 말로 국민의 힘들게 하는 말썽쟁이 정당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올바른 야당이라면 국회에서 여당과 정정당당 경쟁과 논쟁을 통해 민생을 돌봐야 하거늘 틈만 나면 대통령 공격하고 떼쓰는 정치를 하면 민생현안에는 귀를 막고 뒷짐지고 있는 민주당이 과연 책임있고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제1야당이라 부를 수 있을지 답답하다.
민주당은 이번 추석 민심에 제발 귀기울여 명절이후에는 국회에서, 각 상임위 회의장에서 새누리당과 민생돌보기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길 바란다. 집권여당으로서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모든 '떼쓰기와 앙탈'에도 불구하고 국회정상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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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이란 정치적인 주의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한 단체이다. 근본적으로 현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정략적 계산이 앞서는 경우도 많지만 원론적으로 서로 생각이 다른 집단이 국익이란 공통 분모를 놓고 협상을 벌이는 게 정치의 본질이다.
이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파열음을 낼 때 이른바 '정쟁(政爭)'이 발생한다. 사안을 놓고 이야기하다 보면 물러서지 못할 때도 생기게 마련이다. 또 도가 지나쳐 사단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무조건 나쁘다고 비난할 수만도 없다. 그게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여야간 대립은 정치 선진국들도 예외가 아니다. 당장 미국이 그렇다. 오바마 케어라고 불리는 건강보험 개혁안이 문제였다. 의료보험이 없는 15% 정도의 미국인에게 보험 혜택을 주겠다는 민주당과, 이에 반대하는 공화당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연방 정부 폐쇄라는 최악의 국면에 빠졌다.
지난 1일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해 1백만명 안팎의 공무원이 일시 해고됐고 연방 정부 기능이 부분적으로 정지됐다. 불과 1주 동안 셧다운으로 인한 누적 피해액이 16억 달러, 우리 돈 약 1조7천18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미국 역시 비용을 톡톡히 치르는 셈이다.
민주-공화 양당간 기싸움 속에 오바마 대통령은 8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떼쓰기(extortion)'가 미국 민주정치의 관례가 되도록 할 수는 없기에" 자신은 예산 문제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이지만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여야간 정쟁, 혹은 싸움, 공방을 (어감이 다 좋지 않은 말들이긴 하지만) 무조건 '후진 정치'라고 비판할 건 아니라는 얘기다. 조금 더디고 비효율적일 지라도 참고 지켜보고 또 무관심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정치 기사는 정쟁 기사라며 넘겨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왜 그런 정쟁이 일어나는지 관심을 갖고 그에 대한 심판의 역할을 하는 게 국민이고 여론이고 표심이다. 언론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지만 한계가 있다. 여야 정쟁의 상당수는 누가 맞고 틀리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