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세계 최강 미 공군은 지금 (2) 양자에서 다자로

변화하는 미군 전략에 편승하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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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운데 제복 차림이 워싱턴 주재 일본 대사관 무관부 소속 항공 자위대원.

좌우에 양복 차림을 한 5명은 항공 자위대 출신 예비역 장성들이다.

미국의 태평양 공군 사령관을 따로 만나고 싶었던 건 딱히 차세대 전투기 때문은 아니었다. 콘퍼런스에서 그가 설명한 아태 지역 전략을 듣고 나서 조금 더 자세히 묻고 싶었다. ‘별들의 포럼’ 직전 열린 허버트 칼라일 대장의 강연은 인상적이었다.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어조로 미 공군의 구상과 전략을 풀어 나갔다. 상대는 미국 공군의 구성원과 이해관계자들이다.

그런데, 청중석 한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이들이 있었다. 양복 차림의 아시안 5명, 혹시 한국에서 왔을까.. 아니었다. 일본인들이었다. 노트북으로 자료를 찾아가며 메모할 준비에 열심이었다. 비디오 카메라의 렌즈는 연단 위 칼라일 사령관이 준비한 슬라이드를 조준하고 있었다. 뭔가 임무를 띠고 일본에서 날아온 분위기가 확 느껴졌다.

바로 뒤쪽 조금 떨어진 곳에 제복 차림의 일본인도 한 명 있었는데, 워싱턴의 일본 대사관 무관부 소속 현역 자위대원이었다.

다가가 물었다. 일본 항공 자위대 출신의 예비역 장성들이라고 소개했다. 워싱턴에 온 이유를 물으니, 미국 공군과 아주 좋은 사이라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베 신조 정권의 최대 관심사인 집단적 자위권 문제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지역 안정을 위해 보통 국가들이 다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아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요.”

한국의 국민들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에 민감해 하고 일본과 안보 협력에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목소리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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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나라 한국도 집단 방위에 참여하고 있지 않습니까?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이 하면 괜찮고, 일본이 하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적절한 영어 표현을 못 찾아서였을 수도 있겠지만, “너무나 ‘어리석은(stupid)’ - 말도 안 되는 생각“이란 말로 짧은 인터뷰의 끝을 맺었다.

‘아베 총리가 국제 사회를 향해 큰 소리를 치는 동안, 정부 안팎에서 이렇게 준비를 하고 있구나..’

잠시 생각을 접고, 미 태평양 공군 사령관 칼라일 대장의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슬라이드 한 구석엔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얼굴이 딱하니 올라 있다. 아태 지역 여덟 가지 도전 가운데 하나다.

알래스카와 하와이, 괌을 잇는 3각 축을 중심으로, 능동적 방어(active defense) 전략에 따른 전력 투사 계획을 설명했다.

2014년 훈련 계획엔 한국군과 함께 하는 을지 프리덤 가디언, 키 리졸브, 독수리 훈련이 포함돼 있다. 중국 등 몇 나라만 빼고 아태 지역 많은 나라들이 미국 공군과 연관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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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자에서 다자로"] 미 태평양 공군 사령관인 허버트 칼라일 대장이 미 공군협회 주관 2013 항공 우주 콘퍼런스에서 아태 지역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칼라일 사령관은 특히 알래스카에서 실시된 레드 플래그(Red Flag-Alaska 2013) 훈련을 높게 평가했다. 한국 공군의 F-15K 전투기들이 처음으로 한반도에서 이륙해 알래스카 상공에 도달한 데 우선 의미를 부여했다.

더 큰 의미는 다른 데 있었다. 대한민국 공군과 일본의 항공 자위대, 호주와 미국의 공군이 참가한 레드 플래그는 미 공군이 추구하는 새로운 군사 협력 모델의 성공 사례였다. 네 나라가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익히고 파트너십을 키운 대단한 성공작이라고 평가했다.

‘양자(bilateral)주의’에서 ‘다자(multilateral)주의’로의 전환이다. 한-미, 미-일, 미-호주 군사 협력을 따로따로 하는 것보다 여럿이 한꺼번에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이유다. 시퀘스터로 예산 사정이 빡빡해진 미군의 현실적인 필요도 있다. ‘뱅 포 벅 (bang for buck)’ 이란다. 일석삼조 격이다.

강연이 끝난 뒤 칼라일 대장은 SBS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일 관계를 바라보는 생각을 털어놨다.

“둘 다 훌륭한 공군력이죠. 과거사 문제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공동의 가치가 있습니다. 공동의 목표가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친구들과 함께 더 나은 공군력을 위해 하나의 팀으로 잘해 나갈 수 있습니다.”

레드 플래그 알래스카 훈련의 경험은 어땠는지 물었다.

“아주 좋았습니다. 제가 말씀드리지요. 한국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의 전문성은 괄목할만했습니다. 미국과 호주도 그렇지만, 함께 훈련을 함으로써 정말 능력이 향상됐습니다.”

군사 협력 방식을 양자에서 다자로 전환한 배경을 좀 더 듣고 싶었다.

“여럿이 함께 훈련(multilateral engagements)을 하면 비용을 절감할 뿐 아니라 훈련 참가국들에 득이 됩니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다자 훈련을 하려고 합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알다시피 미국은 한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고, 일본과도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죠..”

거기까지였다. 찔끔했다.

“일본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언급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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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질문에 대답을 피했다. 사실 미국은 아태 지역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이 확대되는 것을 환영하면서도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한 집단적 자위권 추구는 일본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2013 훈련은 미국 공군의 주선 하에 대한민국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가 첫 연합 훈련을 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미국은 앞서 아태 지역 다국적 해군 훈련인 ‘림팩(RIMPAC)’을 계기로 우리 해군과 일본 해상 자위대, 그리고 해군의 3각 군사 협력을 주선한 바 있다.

SBS의 보도 이후 논란이 일자 공군은 “훈련이 시작되면 국적은 큰 의미가 없다”며 연합 훈련의 의미를 애써 축소해 설명했다.

아직 다 씻지 못한 식민 지배의 아픔에 눈을 감고 있는 아베 내각이 국제 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서든 집단적 자위권을 일본의 방위 정책으로 관철한다면 그 땐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군이 세계 전략의 틀을 수정하고 일본 자위대가 그에 편승해 운신의 폭을 넓힐 때 우리 군의 책략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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