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인천 모자 살해 사건…패륜 범죄의 비참한 끝

범행 저지른 차남만 남고 어머니 형, 아내 모두 세상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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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3일 인천에서 7억 원대 원룸건물을 보유한 58살 김 모 씨와 그녀의 첫째 아들 32살 정 모 씨가 한꺼번에 사라졌습니다. 김 씨에겐 미혼의 장남과 기혼의 차남, 2명의 아들이 있었습니다. 경찰에 신고한 건 둘째 아들 29살 정 모 씨. 정 씨는 8월 16일 경찰 지구대를 찾아 “어머니가 실종됐다”고 신고했습니다. 김 씨와 장남이 실종된 지 사흘이 지나서였습니다. 인천 모자 살해 사건의 시작입니다.

■ 특별수사팀까지…험난했던 경찰 수사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참고인 조사를 벌이던 차남 정 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경찰은 행적에 모순된 점이 많다며 차남 정 씨를 지난달 22일 긴급체포했습니다. 그러나 정 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입을 굳게 닫았습니다. 직접 증거를 찾지 못했던 경찰은 결국 체포 16시간 만에 정 씨를 풀어줘야 했습니다. 경찰은 정 씨의 혐의를 입증할 직접 증거 수집과 사라진 모자 수색에 집중했습니다.

일단 정 씨가 8월 14일 형의 혼다 시빅 차량을 몰고 이동한 경로를 추적했습니다. 14일 오후 2시쯤 출발한 이 차량은 동해 IC를 거쳐 울진, 태백, 정선을 들렀다가 제천 IC를 지나 다음날인 15일 아침 7시쯤 인천으로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경북 울진군에서는 차량으로 50분가량 걸리는 구간을 5시간 반 만에 통과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경찰은 이 시간 동안 시신을 유기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습니다.

그리고 14일 정 씨가 인천에서 집을 나설 때 집 근처 주유소에서 찍힌 CCTV 영상도 중요한 정황증거가 됐습니다. 경찰은 CCTV 영상에서 차량 타이어가 어느 정도 눌리고 차체가 밑으로 내려와 있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9월 4일 같은 차량으로 주유소 CCTV 앞에서 모자의 몸무게인 125킬로그램이 나가는 물체를 차량에 싣고 100차례 넘게 실험을 했습니다. 국과수에서는 영상 분석을 통해 8월 14일 찍힌 차량에 125킬로그램의 물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 결과를 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 씨의 혐의를 입증할 직접 증거는 없는 상황. 사건을 해결한 실마리는 뜻밖에도 차남의 부인 김 씨에게서 나왔습니다. 참고인 신분이던 9월 중순쯤 김 씨는 남편이 시신을 유기한 장소를 지목했습니다. 차남 정 씨가 도박을 즐겼던 강원도 정선의 한 야산과 정 씨의 외가가 있는 경북 울진이었습니다. 경찰은 정 씨 부인을 데리고 지난 9월 23일 시신 수색 작업을 벌였습니다. 결국 오전 9시 10분쯤 강원도 정선의 한 야산에서 어머니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7시 50분쯤 경북 울진군에서 장남의 시신까지 발견되면서 경찰 수사는 급물살을 탔습니다.

결국 차남 정 씨는 범행을 자백했고, 24일 오후 정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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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모자 살해 캡

■ 갑작스런 아내의 자살…“억울하다”

사실 경찰은 수사 초기 단계부터 차남 정 씨와 그의 아내 29살 김 모 씨를 사건의 공범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수사 초기 단계부터 김 씨를 공범으로 보고 있었지만 진술을 얻어내기 위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고, 모자의 시신이 발견되고 차남 정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난 뒤에는 김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바꿨습니다. 수사상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을 바꿔도 될 타이밍이었다는 것이 경찰 설명입니다.

차남 아내 김 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첫 조사를 받았던 9월 25일. 경찰은 오전부터 자정 무렵까지 강도 높은 조사를 했습니다. 다음날 오후 1시 반까지 다시 경찰서로 오라고 말했는데, 출석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안됐습니다. 경찰은 김 씨 자택에 강제로 들어갔습니다. 김 씨는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김 씨는 유서를 남겼습니다.

“부모님 전 결백합니다. 남편이 진실을 이야기 하고 자백을 하기 위해 전 한 달간 설득했습니다. 정말 억울하고 한스럽습니다. 또한 제가 저지른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억울하고 두렵습니다. 시댁식구를 찾는데 전 도움을 드렸을 뿐입니다. 전 저의 목숨으로라도 결백을 주장하고 싶어요.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언론에 알려주세요.”

김 씨는 유서에서 공범으로 몰려 억울하다는 내용과 함께 경찰의 강압 수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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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8리]인천

■ 시신유기 장소 지목한 차남 아내…공범일까?

아내는 계속 범행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정 씨가 어머니와 형의 시신을 유기할 때 김 씨가 같이 있었다는 점을 의심했습니다. 8월 14일 김 씨는 “이혼 이야기가 오가던 남편으로부터 화해 여행을 가자는 연락이 와 따라나섰을 뿐”이라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시신을 넣은 것으로 보이는 가방을 남편이 유기한 것 같아 경찰에 알렸다”고 진술했습니다.

모자의 시신이 모두 발견됐던 9월 24일 오후, 취재진은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갔다 오는 정 씨와 인천 남부경찰서 앞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정 씨는 “죄송하다”며 범행 일체를 자백했지만, 아내에 대해서는 “아내는 범행을 몰랐다”며 “아내가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던 상태라 범행을 모르고 있는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아내도 공범이라고 말하는 정황증거를 많이 확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9월 25일 오후 차남 아내 김 씨도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었습니다.

경찰이 아내를 공범으로 보는 증거는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었습니다. 우선 범행 전인 7월 말 정 씨와 김 씨가 메신저에서 대화 나눈 내용입니다. 경찰은 차남 부부가 살해 방법, 증거 은닉 방법, 매장 방법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습니다. 이 메신저 대화 내용에서 증거 은닉 방법 가운데 하나였던 락스. 범행 전 정 씨는 범행도구인 청 테이프, 비닐, 락스 등을 구입했습니다. 경찰은 정 씨가 락스를 구입할 때 김 씨도 함께 있었던 것을 확인했습니다.

■ 끔찍한 패륜 범죄…범행 이유는?

경찰은 정 씨 부부가 돈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숨진 어머니는 수억 원 대 원룸 건물을 가지고 있었고, 정 씨가 결혼 할 때는 1억 원짜리 빌라도 해줬습니다. 그런데 정 씨는 지난 한 해 동안 강원도 정선 카지노에 30차례 넘게 드나들었고 경찰이 확인한 정 씨의 빚은 8천만 원이 넘습니다. 차남 아내 김 씨도 20차례 넘게 정선 카지노에 드나들었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도박 빚 때문에 최근 어머니와 상의 없이 빌라도 팔아버리고 보증금 천만 원에 월세 40만 원짜리 집에서 거주했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숨진 어머니 주변 사람들의 진술도 마찬가집니다. 지난 7월 정 씨가 어머니에게 5천만 원에서 1억 원에 달하는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어머니 지인의 진술도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전형적인 패륜 범죄의 모습을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범행을 저지른 차남 정 씨에게 이제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머니와 형, 아내는 모두 사라졌습니다. 패륜 범죄는 비참한 결론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법의 심판뿐입니다. 경찰은 내일 정 씨를 검찰에 송치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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