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해 부러운 것이 적지 않습니다. 우선 중국의 광활한 영토가 부럽습니다. 온대에서 아열대까지, 사람이 살고 문화를 가꾸기 가장 좋은 기후대에 이렇게 드넓은 영토를 가진 나라는 미국과 중국 딱 두 곳뿐입니다. 중국의 막대한 인구도 부럽습니다. 때때로 너무 많아 질리기도 하지만 13억 명 넘는 동포가 있다는 것은 측정할 수 없는 막강한 힘입니다. 미국이 1인당 GDP가 자신의 6분의 1 수준의 중국을 잔뜩 긴장해서 보는 이유도 이 어마어마한 인구 때문입니다. 유구한 역사도 부럽습니다. 그 화려, 찬란한 역사를 이어받은 후손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어깨에 힘이 들어갈 것입니다. 중국인들의 턱없는 자존심에 어이없어 하다가도 일면 수긍이 가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그런 역사를 수많은 학자와 역사가들이 철저하고 정확하게 기록을 해놓은 점은 부러움을 더욱 키웁니다. 사료가 부족해 올바른 역사 기술조차 힘든 우리나라와 특별히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부러운 것을 꼽으라면 조금 유치하지만 중국에만 서식하는 동물 판다입니다. 나라를 대표할 수 있고 전 세계가 아무 이견 없이 받아들이는 동물 마스코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물은…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히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더 시샘이 납니다.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대회 마스코트로 호랑이인 호돌이가 선정됐습니다. 여러 동물이 후보로 오르내렸지만 아무도 호랑이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사실 시조 단군의 설화속 조상인 곰이 가장 적당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바로 직직전의 모스크바 올림픽에서 이미 마스코트로 활약한 뒤였습니다. 그 다음은 호랑이죠. 인내심이 부족해 곰에게 밀렸지만 그래도 우리 조상 반열에 오를 뻔 했고 산군이나 산신령으로 불리며 우리 민족의 외경과 사랑을 받은 대상이었으니까요.
하지만 호돌이에게는 우리의 마스코트로서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습니다. 북한을 제외한 한국에 단 한 마리도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멸종해버린 동물이 마스코트라니 아무래도 어색했습니다. 그래서 한 칼럼니스트(이름은 그만 잊어버렸습니다)는 호돌이 대신 신라 천마총에서 나온 그림속 천마를 마스코트로 삼자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대단히 참신하고 대담한 발상이기는 하나, 기마민족의 습성을 버린지 이미 오래이고, 우리 땅에서 말이 뛰노는 모습을 흔히 보기 어려운데다, 천마는 왠지 그리스의 페가수스를 연상시킨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물을 찾기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전 세계에서 오직 유일하게 판다를 보유한 나라입니다. 게다가 판다는 어찌된게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만 진화를 한 듯한 놈들입니다.
먼저 외모, 동글동글한 생김새에 눈에는 자연산 마스카라를 칠했습니다. 어깨에 망토를, 다리에 까만 바지를 입은 듯한 흑백의 조화는 도대체 미워할 만한 구석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성격은 온순함 그 자체입니다. 원래는 사람들과 뚝 떨어져 살았습니다. 쓰촨이나 간쑤, 시장에 고도 1800~4000미터 사이의 산지에서만 서식합니다. 1869년 프랑스의 한 선교사가 찾아내 세계에 소개하기 전까지는 그런 동물이 있는지 조차 잘 몰랐습니다. 그러면서 먹이는 99%가 대나무입니다. 사람과 먹이를 놓고 다툴 일이 없습니다. 즉, 사람에게 해를 끼칠 구석이 전혀 없어 더욱 사랑을 받습니다. 호주를 대표하는 캥거루가 농작물을 해친다며 무차별 포획의 대상이 되는 것과 사뭇 다릅니다.
그러면서도 생활 습성은 까다롭습니다. 수많은 대나무 가운데 딱 7가지 종류의 대나무만 먹습니다. 그것도 신선해야 합니다. 상하이 동물원에 있는 판다에게 신선한 대나무를 공급하기 위해 매일 새벽 동물원 직원들이 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서산이라는 곳에 가서 대나무를 베어온다고 합니다. 하루만 지나도 손도 대지 않는다네요. 이렇게 까칠하니 마치 나쁜 남자, 나쁜 여자에게 매력을 느끼듯 사람들이 더욱 지극정성을 쏟게 됩니다.
외모적인 귀여움만 따진다면 호주의 코알라 역시 막강한 적수입니다. 그런데 판다는 코알라에게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바로 귀여운 짓입니다. 유칼립투스 나무에 매달려 잠만 자는 코알라와 달리 판다는 상당히 장난을 즐깁니다. 쓰촨 청두시에 판다 보호기지가 있는데요, 이곳에 가서 집단 생활을 하는 판다를 보면 그 활달함에 놀랍니다. 친구들은 물론 엄마, 아빠와 대단히 과격한 장난을 즐깁니다. 나무에서 밀어 떨어뜨리는 것은 예사입니다. 그냥 대나무 잎을 씹어 먹는 모습조차 마냥 귀엽습니다. 퍼질고 앉아서 먹는 자세가 인간과 매우 닮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희귀하다는 점도 인기에 한몫 합니다. 2007년 기준으로(그 이후 통계는 중국에서 내놓지 않았는지 도저히 찾을 수 없네요) 세계의 동물원과 연구소에 수용된 판다는 2백66마리, 그리고 야생에서 생활하는 판다가 1천6백마리가 조금 안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전체 판다의 수는 2천 마리에도 못미치는 셈입니다. 그래서 판다는 세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있고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희귀성의 원칙에 따라 판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뛸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세계의 모든 판다에 대해 소유권을 중국이 갖고 있어서 설사 밀반입을 했더라도 발각이 되는 순간 모두 중국 정부에 압수당하게 됩니다.
중국 정부는 이런 살아있는 보물인 판다를 120% 이용하고 있습니다. 동물 외교 사절로 주요 국가에 보냈습니다. 2007년 현재 25마리가 외국에 파견됐는데요, 그 가운데 11마리는 미국 각지의 동물원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판다는 자연스럽게 중국의 문물을 소개합니다. 대부분의 해외 동물원에는 판다의 사육장소 옆에 중국의 전통 풍습을 소개하는 생활관을 차려놓고 있습니다. 판다를 구경하면서 중국의 문화에 대해 부지불식중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게다가 판다가 보여주는 재롱 하나하나가 중국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는 특효약입니다. 무엇보다 어린이들에게 무한대의 사랑을 받기 때문에 미래를 향한 중국의 소프트파워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의 외교사절 판다는 막대한 외화까지 벌어줍니다. 판다는 해외에 공짜로 나가 있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1년 임대료가 1백만 달러, 우리 돈 12억원에 가깝습니다. 여기에다 판다 보호활동비 지원 명목으로 가욋돈을 받습니다. 외국에 있는 판다 부부가 새끼를 낳을 경우 이들 한 마리에 해마다 60만 달러를 더 내야 합니다. 그리고 아기 판다는 4년 정도 부모와 같이 지낸 뒤 모두 고향 중국으로 보내집니다. 2007년 미국이 11마리의 판다를 임대받기 위해 중국에 지불한 돈이 8천만 달러에 달합니다. 그런데도 세계 각국에서 중국에 판다를 보내달라고 빌다시피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판다가 파견됐던 적이 있습니다. 지난 1994년 9월 한중 수교 2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판다 부부가 용인의 에버랜드에 왔습니다. 저도 판다를 직접 보려고 따가운 가을 햇볕 아래 1시간 넘게 줄을 섰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나라에 온 판다는 1998년 9월까지 딱 4년을 머물다 되돌아갔습니다. 다음 파견은 감감무소식입니다. 들리는 말로는 삼성 그룹에서 판다를 다시 보내달라고 상당히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공짜도 아니고 한해 수십억원의 돈을 주면서, 그냥 주는 것도 아니고 잠시 빌려달라는데 이렇게 콧대를 세웁니다. 판다의 막강한 위력이 실감 나시죠?
지난 2008년 타이완에 파견 온 투안투안과 위안위안 부부가 지난 7월 딸을 낳았습니다. 5년 만에 인공수정에 성공한 것입니다. 타이완은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입니다. 태어난 뒤 거의 매일 이 아기 판다의 소식을 중계방송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이 아기판다는 현재 타이완 최고의 인기 스타입니다. 곧 100일을 맞아 아기 판다의 이름을 공모하고 있습니다. 이름이 무엇이 될 지가 요즘 타이완 사람들 사이의 최고 화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타이완의 이런 열기는 중국 대륙 본토로도 전해졌습니다. 타이완 아기 판다의 소식은 중국 CCTV에서도 단골 메뉴입니다. 아기 판다 덕분에 양안 관계는 더욱 부드러워지면서 마냥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당초 중국에서는 2002년부터 타이완에 판다를 보내려 했습니다만, 당시 타이완 정부가 거절했습니다. 판다 이슈로 양안의 중요 문제들을 덮으려 한다면 반발한 것입니다. 그로부터 5년 뒤 판다 부부가 타이완을 찾아왔고 다시 5년 뒤 아기 판다 한 마리가 나와 10년전 갈등을 기억조차 할 수 없는 옛 이야기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남북 사이에 여전히 냉기가 흐르는 우리로서는 또한번 부러운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9년 1월 북한 자강도에서 생포된 백두산 호랑이 한 마리가 서울대공원에 온 일이 있습니다. 언젠가 백두산 호랑이 부부가 우리나라에서 새끼를 낳고 그로 인해 양측이 함께 기뻐하는 일이 벌어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