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올여름이 남긴 기록들…개운치 않은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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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태풍 ‘도라지’가 가시권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워낙 발생 당시부터 힘이 약했기 때문에 주변 세력에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면서 제 갈 길을 가지 못하더니 결국은 일본 남쪽 연안에 상륙한 뒤 일본 열도를 따라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내륙에서는 에너지 공급이 끊기는 것은 물론 심한 마찰력이 가세하기 때문에 태풍 ‘도라지’는 빠르게 생명력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17호 태풍 '도라지'는 수요일(4일) 오전 9시 온대저기압으로 약해지면서 태풍으로서의 일생을 마감했습니다.

태풍이 물러가면서 이제 지난여름 내내 걱정거리였던 골치 덩어리들이 모두 제거된 느낌입니다. 폭염도 폭우도 태풍도 모두 물러가면서 푸른 하늘이 더욱 빛나는 초가을 날씨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풍성한 결실도 전망되고 있어 상쾌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정말 오랜 만의 일입니다.

기분 좋은 날 괴로웠던 지난날을 떠 올리기가 조금 그렇기는 하지만 올 여름의 성적표가 공개된 뒤여서 오늘은 지난여름을 결산해보려 합니다. 물론 모두가 예상하듯 올 여름의 성적은 대단함 그 자체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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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_500

장마가 길면 시원하기 마련이지만 올 여름에는 중부와 남부의 기상현상이 극단으로 나뉘는 바람이 최장 장마와 최강 폭염이 함께 기록된 해로 남게 됐습니다. 아마도 앞으로 상당기간 올 해와 같은 여름이 나타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먼저 폭염 기록을 보겠습니다.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 전국의 평균기온은 25.4도로 평년보다 1.8도나 높았습니다. 한 달도 아닌 세 달 평균이 1.8도나 높았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기록으로 올 여름 더위가 얼마나 대단한 지를 보여주는 지표인데요. 현대적인 관측이 이뤄진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기록입니다.

특히 8월의 기온 기록은 놀라울 정도로 최고기온 평균이 32.3도로 집계돼 한 달 내내 국민들이 얼마나 폭염에 시달렸는지 수치로 확인됐습니다. 더위의 대명사인 대구의 경우 8월 9일 하루 평균기온이 32.9도를 기록해 1907년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더운 하루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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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

열대야 기록 또한 대단한데요. 제주도의 열대야 일수는 무려 52.5일을 기록해 제주도 주민의 경우 거의 두 달 가까이 잠 못 이루는 밤과 씨름한 것으로 나타났고 남부의 열대야 일수도 18.7일로 73년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장마 기록도 좀처럼 깨지지 않을 대단한 기록입니다. 중부의 장마는 지난 6월 17일에 시작돼 8월 4일에 끝나면서 무려 49일이나 이어졌는데 이 기록은 사상 최장 기록입니다.

올 여름의 이런 기록들은 그리 유쾌하지 않습니다. 많은 국민들에게 큰 불편함을 주었다는 이유 외에도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전해 드렸듯이 상식이 깨졌다는 점이 바로 그것인데요. 비가 많이 오면 기온이 낮아지는 것이 당연하고 폭염이 이어지면 비가 자주 내리지 않는 것이 상식인데 올해의 기록은 이 상식을 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날씨가 극단으로 치우치면서 상식적으로 서로 함께 할 수 없는 통계치가 완성된 것인데요. 평균값만으로는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시대로 진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분석이 어려워지면 미래에 대한 전망이 더욱 불확실해지기 마련인데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의 종착역이 어디인지를 이미 역사를 통해 생생하게 목격했기에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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