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의 대학 학비에 투자하는 것은 돈을 강에 버려 흘려보내는 것과 같다."
중국의 한 아버지가 자신의 딸에게 대학 학비 대주기를 거절하면서 한 말입니다. 이 한 마디가 중국에서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무슨 사연일까요?
링링(가명)의 아버지는 쓰촨성의 한 농촌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초등학교만 겨우 나왔습니다. 링링과 남동생을 낳은지 얼마 안돼 쓰촨성의 수도인 청두로 집을 옮겼습니다. 농촌에 사는 것보다 대도시에서의 벌이가 났다는 친척 말에 따른 것입니다. 고향의 땅과 집을 처분한 돈으로 청두에서 조그마한 가게를 하나 열었습니다. (정확히 무엇을 하는 점포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오토바이를 개조한 삼륜차를 이용해 땀 흘려 일하는 직업이라고 합니다.) 열심히 일해 부유하지는 않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링링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려 하면서 단란했던 가정에 파열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아버지가 링링에게 대학 학비를 대줄 수 없다고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돈이 없어서는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모아둔 돈이 4년 학비 4만 위안(우리 돈으로 약 7백5십만 원)을 대기에 모자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 돈을 대학 학비로 쓰는게 무의미 하다며 지원을 거절했습니다.
링링은 할 수 없이 스스로 대학 학비를 구해보려 했습니다. 우선 학자금 대출을 알아봤습니다. 불가능했습니다. 링링의 집이 학자금 대출을 받을 만큼 가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친척과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지방에서 4만 위안이라는 돈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게다가 4년 넘게 돌려 받을 수 없고 확실히 갚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어 모두 난색을 표시했습니다. 도저히 학비를 마련할 방법을 찾을 수 없게 되자 링링은 지역 언론에 자신의 처지를 제보했습니다. 기자가 취재에 나섰고 대신 설득하기 위해 링링의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링링의 아버지는 모두에 밝힌 말을 했습니다.
아버지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대학 학비로 4년 동안 4만 위안을 써야 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공장이나 회사에 취직해 4년 동안 벌 수 있는 돈, 4만 위안의 기회비용까지 더하면 대학 4년에 들어가는 비용은 8만 위안입니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대학 졸업생이라며 구직의 눈 높이만 높아져 제대로 취직을 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설사 바로 취직을 해도 대학 졸업생 초봉은 월 2천에서 3천 위안 사이입니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대학 비용 8만 위안을 뽑기 위해서는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적어도 3년 가까이 걸립니다.
8만 위안이면 청두에서는 조그마한 집 한 칸을 장만할 수 있는 돈입니다. 대학을 가지 않고 바로 일을 시작하면 남들이 대학 졸업할 무렵에는 집이 한 채 생겨서 안정적으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반면 대학에 갈 경우 4년을 공부에 쓰고 다시 4년 넘게 일해야 겨우 생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도 확실한 보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자식의 대학 학비에 투자하는 것이 무조건 손해 아닙니까?"
그러면서 아버지는 자신의 예를 듭니다.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못했지만 성실하게 일하고 열심히 생활해서 밥 굶지 않고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으면서 살았습니다. 대학을 나온 사람들에 비해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지는 못했어도 삶이 더 궁색하지는 않았다고 자부합니다. 오히려 제가 아는 이웃들은 자녀에게 대학 학비를 투자했는데도 그 가운데 4명의 젊은이가 아직까지 취직을 못하고 부모에게 얹혀 살고 있습니다. 돈은 돈대로 쓰면서 오히려 부작용만 생길 수 있는 짓을 뭐하러 합니까?"
혹시 링링이 여자라서 교육에 소홀한 것은 아닐까? 링링의 아버지는 절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링링의 남동생은 그나마 중학교만 보낸 뒤 더 이상 공부를 시키지 않고 바로 자신의 가업을 물려줄 계획입니다. 즉, 링링의 아버지가 대학 학비 지원을 거절하는 이유는 남존여비의 문제가 아닙니다. 남들이 다 한다고, 무조건 상급 학교에 진학하고 대학에 가는 것은 돈 낭비일 뿐이라는 주장입니다.
이에 대한 링링의 반론은 이렇습니다. "단순히 간판을 얻으려고 대학에 가려는 것이 아닙니다. 책을 읽고 이치를 깨닫는 것을 정말로 즐깁니다.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는 시간이 가장 즐거웠습니다." 아울러 링링은 자신의 아버지와 같이 단순히 몸을 써서 근근히 밥벌이를 하는 삶에 만족할 수 없습니다. 좀 더 지적이고 사회적으로 존경 받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링링 아버지의 재반론입니다. "대학 공부가 실질적으로 삶에 도움이 될 지 더 철저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많은 젊은이가 그저 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돼서 대학을 갑니다. 그런데 학력이 낮다고 무시당하면 좀 어떻습니까? 그들보다 더 알차게 생활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대학에 쏟아부을 돈과 시간을 아껴서 남들보다 일찍 생산 활동에 참여하면 자신도 좋고 사회에도 좋은 일 아닐까요? 저는 링링에게 고등학교 교육까지 시켜줬다면 부모로써의 의무를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사는 인터넷을 통해, 또 여러 지역 일간지들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중국에 큰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중국의 많은 누리꾼들이 링링, 또 링링 아버지의 입장을 옹호하며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긴 시간 부녀의 논쟁을 지켜보고 기사를 쓴 중국의 기자는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링링 아버지의 논리는 틀린 구석이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자녀들을 무조건 대학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현 세태에 던져주는 시사점이 많았습니다. 링링 아버지의 말대로 현재 중국 사회는 교육을 빙자해 막대한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공부에 자질도, 의욕도 없는 젊은이들에게 대학을 심리적 사치품으로 마구 안겨주고 있습니다.
다만 링링의 아버지가 간과한 한 가지가 있습니다. 돈을 버는 것만이 삶의 유일한 의미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자신의 꿈과 가능성을 추구하는 것, 또 사회적으로 인정 받고 존경 받는 것, 지적인 수준을 높이고 지식의 경계를 넓혀가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가치입니다. 따라서 링링이 분명한 목표를 갖고 결정한 판단이라면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합니다. 그것을 아버지가 스스로의 생각만으로 꺾는 것은 자녀를 부속물로 착각하는 태도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참으로 적절한 지적입니다.
다만 저는 링링 아버지의 주장이 중국보다도 작금의 한국 사회에 더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대학 학비 뿐 아니라 대학에 가기 위해 막대한 사교육비까지 써야 합니다. 그만큼 사회 전체적으로 더 많은 돈과 시간을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쓰고 있습니다. 그 모든 교육에 대한 투자가 개인과 사회에 유용하고 적절한가요? 그저 학벌을 갖추게 하기 위해 자녀의 발전이나 행복과 상관없이 시험준비를 위한 요령을 가르치는 데 귀중한 자원을 쓰고 있지는 않나요? 자녀의 이상이나 희망과 상관 없이 남들이 좋다는 전공을 택해서 무의미한 4년을 보내게 한 뒤 고학력 실직자만 만들고 있지는 않나요? 정말 우리는 자녀의 교육비를 마치 부동산에 투자하듯, 금융상품을 고르듯 철저히 따져보고 연구해서 쓰고 있나요? 링링 아버지의 말대로 남들이 하니까 아무 고려 없이 강물에 돈을 던져 흘려보내듯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