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출 호조태환권 인쇄원판 환수과정과 의미

1892년 구권 화폐와 신권 화폐 위한 교환권 인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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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중인 1951년 미국으로 유출됐다가 한국과 미국 당국이 공조 수사를 통해 환수받는 호조태환권(戶曹兌換券) 인쇄 원판은 요컨대 한국 최초의 근대 화폐를 찍어내려던 인쇄판이다.

고종 29년(1892), 조선은 근대적 화폐 제도 정비를 위해 지금의 재무부에 해당하는 호조 산하 태환서(兌換署)에서 구권 화폐의 유통을 정지하는 대신, 그것을 신권 화폐와 교환할 수 있는 증서를 발행하고자 한다. 이 교화증서가 호조태환권이다.

이번에 환수하는 인쇄판은 이 증서를 제작하기 위한 원판이다.

◇호조태환권 인쇄원판 국외반출과 환수 경과

문화재청과 대검찰청에 따르면 인쇄 원판이 반출되고 환수된 경위는 다음과 같다.

문제의 인쇄 원판은 덕수궁에 소장돼 있다가 1951년 한국전쟁 당시 참전 미군인 A씨가 미국으로 불법 유출해 갔다.

한데 A씨 유족이 2010년 4월, 미국 미시간주 옥스퍼드시 소재 경매회사 미드웨스터 옥션 갤러리(Midwest Auction Galleries)에 경매를 의뢰한다. 이 인쇄원판을 포함한 한국 골동품 다수가 나왔다는 정보를 당시 주미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 이종철 부장검사가 입수한다.

이에 이 부장검사는 전쟁 중 국외 문화재 반출의 불법성을 알리면서 경매 중지를 요청하고 경매 직후에는 경락자인 한국인 B씨에게 대금입금 및 인수 연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 제의는 거절당했다.

이에 주미 법무협력관은 경매 직후 관련 사실을 본국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보고하는 한편 미국 국토안보부와 법무부에 형사절차 진행을 요청한다. 이에 따라 미국 국토안보부 이민관세집행청이 이 사건을 내사하기 시작했다.

이민관세집행청(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은 국토안보부 법집행기관으로서 국가안보(전략물자수출입), 금융범죄ㆍ자금세탁, 지식재산권, 밀수(마약ㆍ인신), 출입국 등을 담당한다.

2010년 6월, 이민집행관세청은 대검찰청 검찰국제협력단에 호조태환권 인쇄원판 내사와 관련해 공조를 요청함으로써 한·미 공조수사가 개시된다.

대검찰청은 문화재청과 함께 미국 측 수사와 관련하여 호조태환권 인쇄원판의 진위, 한국정부의 소유권 유무, 문화재 유출 경위 및 문화재 관련 국내 법령 근거 등 관련 증거 및 참고자료 등을 제공하면서 공조를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같은 해 9월에는 대검찰청이 국토안보부 이민관세집행청과 상호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수사공조의 공식적 기반을 마련하고, 이민집행관세청 국토안보수사국(HSI) 한국 지부를 통해 실시간 이 사건 수사를 공조한다.

이렇게 해서 미국 국토안보수사국은 미국 연방장물거래금지법을 적용해 올해 1월 호조태환권 인쇄원판 경락자인 B씨를 체포하고 인쇄 원판을 압수한 데 이어 2월에는 경매회사 대표를 체포했으며, 지난달에는 몰수 절차를 완료했다.

◇호조태환권과 인쇄 원판이란?

1892년 조선은 근대적 화폐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신식화폐조례를 공포하고 인천전환국을 설치하며 그와 동시에 신화폐와 구화폐의 교환업무를 담당하는 태환서(兌換署)를 신설한다.

태환서에서는 호조태환권을 발행해 구화폐와 교환함으로써 화폐제도를 정비한다. 그 후 호조태환권을 신화폐와 교환해 회수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50냥권, 20냥권, 10냥권, 5냥권의 총 4종 호조태환권을 제조한다.

하지만 이 태환권을 유통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운명을 맞이한다.

1893년, 전환국을 운영하던 일본인 사이에 내분이 일어나자 조선 정부에서는 인천전환국의 운영권을 되찾은 다음 전환국에서 제조한 호조태환권을 소각했다.

이번에 환수하는 인쇄 원판은 바로 이 호조태환권을 찍어내던 판이다.

4가지 교환권 중에서도 10냥권 인쇄원판이며 가로 15.875㎝, 세로 9.525㎝, 무게 0.56㎏인 청동 재질이다.

상단과 하단에는 가로로 '戶曹兌換券'(호조태환권), '大朝鮮國政府典환<環에서 王을 없애고 둘레를 口로 씌운 글자>局製造'(대조선국정부전환국제조), 좌우에는 세로로 '戶曹'(호조) 및 '兌換署'(태환서), 중앙에는 '拾兩)'(십냥)과 그 아래에 '此券以通用正貨交換也'(차권이통용정화교환야) 및 '이 환표는 통용하는 돈으로 교환하는 것시다'라는 글자를 각각 돋을새김했다.

문화재청과 대검찰청은 이 인쇄원판 환수가 우리 국외반출 문화재 환수사상 외국 수사기관과 공조해 형사절차를 통해 환수한 최초의 사례로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올해가 한미동맹 60주년이며 미국 측에서도 큰 의미를 부여해 국내에서 성 김 주한 미국대사가 직접 인쇄 원판을 다음달 3일 오후 3시 대검찰청 15층 대회의실에서 한국정부 측에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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