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수 띄운 보시라이…5일간의 치열한 법정드라마

검찰측 주요증거에 "신빙성 없다" 시종일관 혐의부인
보시라이-구카이라이-왕리쥔 '삼각관계' 변수 급부상
中 공판 대부분 공개…고위층 부패상 여실히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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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국 충칭시 당서기에 대한 재판심리가 26일 마무리됨에 따라 중국 안팎의 커다란 관심을 불러일으킨 이번 사건도 이제 선고 절차만 남겨두게 됐다.

보시라이는 공판 내내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검찰과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재판 초기까지만 해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내와 관련된 일은 내가 알 수 없었다"고 부인하는 보시라이의 주장에 대해 옹색하기 짝이 없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보시라이 측에서 검찰측 주요 증인인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와 왕리쥔(王立軍) 전 공안국장의 관계 등 새로운 주장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판결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점치기 어렵다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법원이 이례적으로 '문자중계' 방식으로 재판 과정 대부분을 외부에 공개하는 과정에서 중국 최고위층의 문란하고 사치스러운 사생활의 단면도 고스란히 외부에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시라이 예상 밖 '반격'…혐의부인 일관

지난 22일 첫날 공판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번 재판 역시 속전속결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작년 8월 열린 구카이라이 재판(고의살인죄)은 단 하루만에 심리가 종결됐다.

그러나 실제 재판에서는 예상 밖의 장면들이 잇따라 연출됐다.

보시라이는 공판이 시작되자마자 혐의를 부인하기 시작했고 재판이 진행될수록 반격 수위는 높아졌다. 검찰과 증인의 발언을 꼼꼼하게 메모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공소장에 따르면 보시라이는 당서기 등으로 근무할 때 쉬밍(徐明) 다롄스더그룹 이사장 등 사업가로부터 2천179만 위안의 금품을 받고, 아내의 영국인 살인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혐의(직권남용)다. 공금 500만 위안을 횡령했다는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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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는 그러나 뇌물수수 및 횡령 혐의에 대해 돈을 받은 사실이 아예 없다거나, 기업인들이 아내와 아들에게 건넨 금품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왕리쥔 등으로부터 아내의 살인 행각에 대한 보고를 받고서도 은폐하려 했다는 공소사실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강력하게 무죄를 주장했다.

보시라이는 시종일관 무죄를 주장하는 근거로 검찰이 주요증인으로 내세운 구카이라이와 왕리쥔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는 점을 거론했다.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은 대부분 두 증인의 증언을 토대로 구축된 것이어서 증언의 신빙성이 약하다는 점을 부각하면 공소사실 근거도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보시라이는 때로는 일부 증인을 향해 "미친개'라는 막말까지 해대며 법정을 긴장시켰다.

하지만 검찰은 이에 대해 "피고인의 죄행은 극히 엄중하고 죄를 인정하지도 않고 있어 법정 경감 사유도 없다"며 엄벌의지를 피력했다.

◇재판 내내 치열한 부부간 '공방'

이번 재판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보시라이와 구카라이, 보시라이와 왕리쥔의 법정공방전이었다.

재판 직전 일부 외신에서는 구카이라이가 법정에서 증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설마하고 의심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첫날 재판 초반부터 남편의 뇌물수수 혐의를 뒷받침하는 구카이라이의 서면증언을 전격 공개하며 보시라이를 압박했다.

구카이라이는 관련 증언에서 뇌물수수, 공금횡령, 직권남용 등 보시라이가 받는 모든 혐의에 대해 아주 구체적인 증언들을 했다.

보시라이는 이런 증언에 "아주 웃기고 가소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구카이라이가 "감형을 받기 위해" 꾸며낸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24일 공판에서는 스스로 자신의 외도사실을 공개했다. 아내가 과거 아들 보과과(博瓜瓜)를 데리고 영국유학을 떠난 것이 외도와 관련돼있다는 것이다.

보시라이가 치부를 꺼낸 것은 물론 아내와 아들에게 흘러들어간 기업인들의 금품이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한때 '절친' 사이였던 왕리쥔과 보시라이는 직접 공방전을 펼쳤다.

왕리쥔은 작년 1월 28일 보시라이에게 구카이라이의 살인사건을 직시해야한다고 조언했지만 오히려 "주먹으로 얻어맞았다"고 주장했고, 보시라이는 사건에 관한 정식 보고를 받은 것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보시라이는 법정에서 구카이라이와 왕리쥔이 심상치 않은 관계였다는 주장도 내놨다.

왕리쥔의 미국 영사관 도주사건은 왕리쥔이 구카이라이에 대한 연정을 자신에게 들켰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주장은 진위 여부를 떠나 이번 사건의 핵심에 '치정관계'가 놓였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고위층 부패상도 적나라하게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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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재판은 중국의 5세대 지도부 출범 이후 최고위직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반부패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시험대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재판 역시 공개재판 형식이기는 했지만 방청객들이 공개모집 절차없이 일찌감치 정해져 사실상 비공개 재판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시진핑 체제가 강력한 반부패와 사법개혁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여전히 고위층에 대한 재판에서는 폐쇄성을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재판 첫날부터 이례적으로 법정의 주요상황을 웨이보와 관영매체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전파했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측과 검찰 측 간에 이뤄진 공방내용도 몇 시간 정도의 시차를 두고 거의 전문 형태로 공개했다.

중국 관영매체는 이에 대해 "법원이 새로운 매체를 적절히 이용하고 있으며 재판의 중요 정보를 사진과 글로 정확하게 공개하고 있다"며 "법치와 반부패 단속에서 새 지도부의 자신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당국이 사전검열로 알리고 싶은 것만 공개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만 중국시보는 이날 뉴욕타임스(NYT)를 인용, 보시라이가 재판 첫날 당 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한 것은 가족에 대한 신변 위협 때문이라는 발언을 했지만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 고위층에 대한 기존 재판 사례들을 볼 때 '진전'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이번 재판에서는 보시라이의 불륜 행각 뿐 아니라 구카이라이가 남편의 권력을 등에 업고 위세를 부린 점, 보과과가 해외여행 과정에서 기업인의 전용기를 이용한 사실 등 최고 지도층의 치부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 지도부가 한때 최고 지도층 일원이었던 보시라이와 구카이라이의 망가진 모습을 고스란히 공개하기까지는 나름대로 고민을 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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