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전력난의 주범은 '행복한 공무원들'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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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난 이야기가 나온 지 벌써 3년이 다 돼 갑니다. 그동안 국민들은 여름, 겨울마다 “전기가 모자라니 전기를 최대한 쓰지 말라”는 말을 귀 아프게 듣고 있습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꼼꼼히 따져야 해법이 나올 텐데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행복한 공무원들’ 이 큰 원인이라는 점을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행복한 공무원’이 무슨 이야기인가 하실 겁니다. “공무원이 왜!” 하고 발끈하신 공무원들도 계실 겁니다. 제 말은 대다수 일반 공무원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책을 결정 권한을 갖고 누릴 건 다 누리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일부 고위 공무원들을 말하는 겁니다. 만약 대한민국이 나라가 아니라 기업이었다면 어땠을까요. 3년 째 이 난리에 몇 조원은 쉽게 넘을 정도로 경제적 피해를 입었는데, 책임자들이 제 자리를 지킬 수 있었을까요? 아마 그렇지 못했을 겁니다. 진작에 옷을 벗었겠죠. 하지만 이 공무원들은 정반대입니다. 책임을 전혀 지지 않고 오히려 승진에 승진을 거듭합니다.

이 분들, 어떤 잘못을 했는지 보시죠. 먼저 수요 예측을 엉터리로 해서 대책을 세우질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발전소는 가장 간단한 화력발전소를 짓는 데만 5년 이상 걸립니다. 그래서 수요 예측은 정말로 중요합니다. 2006년, 정부는 2012년에 최대 전력수요가 6712만 kw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올 여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최대전력수요는 8천만 kw를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오차가 무려 20% 이상 난 겁니다. 대체 무슨 근거로 전력예측을 이렇게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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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캡쳐_500

그런데 이 공무원들, 예측만 잘못한 게 아니라 수요를 오히려 늘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기 사용량의 50%는 기업이 쓰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기름값이 크게 오르면서,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은 산업용 전기는 더 싸진 셈이 됐습니다. 당연히 수요가 늘겠죠. 그렇다면 전기료도 단계적으로 현실화해서 기업들이 다른 에너지원을 쓰도록 장려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그러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외국기업 유치를 한다며 전기를 어마어마하게 쓰는 산업까지 국내로 가지고 오려고 안달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데이터센터, IDC입니다. 서버에 냉각장치가 어마어마하게 달려서 전기 잡아먹는 귀신입니다. 반대로 고용유발효과는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외국 기업의 IDC를 우리나라에 유치하려고 제도를 손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이, 그 주체가 바로 전력난을 관리하는 산업통상자원부입니다. 한쪽에선 전기 모자라다며 국민에게 아끼라고 하고, 한 쪽에선 세금까지 들여가며 전기 잡아먹는 외국 산업을 끌어들이려고 하는 겁니다. 아무래도 공무원들의 ‘실적’이 되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이 공무원들, 잘못을 했으면 인정하고 고쳐야 하는데, 핑계를 대고 피해가려는 나쁜 습관이 또 튀어나옵니다. “일반 국민이 전기를 많이 써서 전력난이 났다”고 우기기 시작한 겁니다. 2011년 7월, 당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이런 대국민 담화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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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부 캡쳐_500

국민 여러분,최근 전력수요 급증의 주요 요인중 하나는 가정과 건물에서 사용하는 냉방수요의 급증입니다. 에어컨, 선풍기와 같은 냉방기 사용량을 20%만 줄이더라도 약 300만kW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수요의 80%나 되는 산업용과 공공상업용 전기를 줄여야지, 16% 밖에 안되는 가정용이 문제냐는 지적이 쏟아지자 그제서야 ‘강압형’ 어법에서 ‘읍소형’으로 말을 바꿉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달라지는건 없습니다. 이번에도 내놓은 대책이라는게 또 가정용 전기료를 실질적으로 올리는 겁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산업용 전기료에 대한 말은 여전히 없습니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도 우리나라 기업 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까지 몰려와서 전세계에서 가장 값싼 산업용 전기를 주구장창 돌려댈 지 모릅니다.

그래서 전력난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행복한 공무원들’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는 겁니다. 잘못을 인정해야만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텐데,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잘못을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죠. 당장 현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부터 전력난이 시작되던 2011년, 전력대책을 주도하던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이었습니다. 작지 않은 책임이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다음, 그 다음 장관도 역시 지금 정책을 세우는 ‘행복한 공무원들’ 중 한 명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만 맡겨놓아서는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지금이라도 범국민적인 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대안을 제시하고, 책임을 져야 할 '행복한 공무원들'에게는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래야 책임있는 정책 결정과 집행이 이뤄지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불행한 국민'으로 앞으로도 한 동안 여름엔 찜통 더위에 뻘뻘 땀 흘려가며, 겨울엔 내복 입고 곱은 손을 비벼가며  전력난에 시달려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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