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허리케인에서 태풍으로 변신한 13호 태풍 '페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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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시청자에게서 문의 전화가 한 통 걸려온 적이 있습니다. 허리케인과 태풍 가운데 누가 더 세나 하는 것이었는데 아마 내기를 한 듯 무척 진지했습니다. 대답을 해야 하는 제가 무척 난감했는데요. 왜냐하면 허리케인이나 태풍 모두 같은 열대저기압으로 이름만 다르기 때문입니다.

열대저기압은 지역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데요. 아마 한 두 번은 다 들은 적이 있을 만큼 귀에 익숙한 것들입니다.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해 우리나라나 일본, 중국과 동남아에 영향을 주는 열대저기압은 ‘태풍(Typoon)’이라고 하고 북중미에 영향을 주는 열대저기압은 ‘허리케인(Hurricane)’이라고 불립니다. 또 인도양에서 발생한 열대저기압은 ‘사이클론’(Cyclone) 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같은 열대저기압이라고 해도 미국에서는 허리케인, 우리나라에서는 태풍으로 불린다는 것인데요.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열대저기압이니 우열을 가린다는 것이 무의미하겠죠. 무척 답을 궁금해 하던 분들은 이런 대답을 드리자 멋쩍어 하면서 전화를 싱겁게 끊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갑자기 이런 해프닝을 떠 올린 것은 이유가 있어섭니다. 일본으로 향하고 있는 13호 태풍 ‘페바’가 보기 드믈게 이런 경우이기 때문이죠. 무슨 말인가 하면 13호 ‘페바’는 중앙태평양에서 발생해 허리케인으로 불리던 열대저기압이었는데 날짜변경선을 넘으면서 태풍으로 변신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이름들은 세계기상기구가 출범하기 전에 이미 각 지역에 뿌리를 내린 뒤여서 이름을 바꿀 때 생길 혼란을 줄이기 위해 하나의 이름으로 통합하지 못하고 지역적인 이름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발생하자마자 바로 소멸된 14호 태풍 ‘우나라’도 같은 경우였는데요. 한 해에 두 개나 되는 열대저기압이 중앙태평양에서 북서태평양으로 이동해 이름을 태풍으로 바꾼 것은 지난 2002년 이후 올해가 처음입니다. 2002년에는 17호 태풍 ‘엘레’와 24호 ‘허코’가 날짜변경선을 넘었습니다.

일단 이렇게 허리케인에서 태풍으로 이름을 바꾼 열대저기압은 힘이 무척 강합니다. 망망대해 한 가운데서 발생해 바다를 따라 이동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이죠. 태풍은 에너지를 더운 바다에서 얻는데 계속 바다를 따라 이동하니 줄기차게 에너지를 공급받으면서 강한 힘을 유지할 수밖에요.

하지만 이런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매우 적습니다. 우리나라까지는 워낙 거리가 멀어 대부분 일본 동쪽바다에서 전향을 하기 때문인데요. 이번 13호 태풍 ‘페바’도 상황이 마찬가지여서 우리나라에는 영향이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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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호 태풍_취파

문제는 12호 태풍 ‘찌마’인데 이 태풍은 수요일(21일) 밤 타이완 북쪽 바다를 지나 목요일(22일)에는 중국 푸저우 부근 해안에 상륙한 뒤 금요일(23일) 중국 내륙에서 온대저기압으로 소멸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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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진로대로 이동한다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겠지만 태풍이 일으킨 파도가 밀려오면서 제주도 부근 해상의 물결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 태풍이 소멸되면서 남길 많은 수증기가 우리나라로 유입될 경우 폭염으로 신음하는 남부에 단비를 뿌릴 가능성도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기록적인 폭염은 목요일(22일) 비나 소나기가 내리면서 주춤거리기 시작해 금요일(23일)에 전국에 비가 오면서 기세가 꺾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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