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높은 교육열을 말할때 흔히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란 고사성어를 얘기합니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3번씩이나 이사했다는 것이죠. 처음에 공동묘지 근처에 살았는데 맹자가 장례 흉내만 내자 어머니는 이사를 합니다. 그런데 이사간 곳이 시장통이어서 맹자가 이번에는 장사꾼 놀이에 열중합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또 다시 글방 근처로 집을 옮겼고, 훗날 맹자가 훌륭한 학자로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장례 과정을 보며 맹자가 예와 의식을 배우고, 시장통에 살면서는 현실 경제를 익히고, 이를 글방 공부를 통해 학문적으로 정립했다며 맹모삼천지교를 새로운 시각에서 재미있게 긍정적으로 해석해 놓은 글을 본적이
있습니다만 어쨋든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 교육을 위해 상당히 애를 썼다는 점만은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최근 중국의 높은 교육열 아니 좀 극성스럽다고 하는게 좀 더 적확한 표현 같습니다만, 그런 교육열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바로 중국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손꼽히는 베이징대와 칭화대 취재를 통해서 였는데요, 방학을 맞아 두 대학 구경에 나선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실제로 그런지 확인차 취재를 나가봤는데 말로 들었던 것 보다 훨씬 더 참관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칭화대와 베이징대 모두 베이징 서북쪽의 우다코라는 지역에 있습니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서강대 등이 있는 서울 신촌의 대학가처럼 우다코 지역도 칭화대와 베이징대를 비롯해 인민대와 베이징어언대 등이 몰려 있는 대학촌입니다.
칭화대는 캠퍼스가 넓다보니 출입문이 동서남북 4곳이나 되는데 참관객들은 서문으로만 교정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참관객들이 워낙 많다보니 방학 기간 출입도 제한돼 오전과 오후 하루 두차례만 참관할 수 있는데, 오후의 경우 1시 반부터 입장이 가능했습니다. 참관 가능 시각 40분쯤 전에 서문에 도착했는데도 이미 대기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더군요. 선착순 입장이다보니 참관 가능 시각 이전부터 사람들이 서로 먼저 들어가기 위해 몰려드는 겁니다.
베이징도 요즘 폭염 탓에 한낮에는 36도 안팎까지 기온이 오르는 등 찌는듯한 더위가 기승인데, 뙤악볕 아래 많은 학부모들이 양산을 들고 자녀와 함께 땀을 흘리며 학교 교정 안으로 들어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참관이 가능한 오후 1시반 시간이 다 되가자 대기줄은 족히 50미터는 될 정도로 길어졌습니다. 학교 경비원 말로는 방학 때면 하루에 적으면 3천 명, 많으면 1만 명 넘게 온다고 하더군요. 폭주하는 참관객들로 서문쪽 경비원들도 두 세명에서 방학때면 예닐곱명으로 늘어난다고 했습니다.
베이징 대학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역시 동서남북 4군데 출입구 가운데 참관객들은 동문쪽으로만 출입이
가능했는데, 칭화대만큼 긴 줄은 아니었지만 역시나 출입 가능 시간전부터 대기줄이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중국의 최고지도자인 시진핑 국가주석과 전임인 후진타오 전 주석 역시 칭화대 졸업생인데 그래서 그런지 칭화대가 최근들어 베이징대보다 더 인기가 많다는 얘기들이 많습니다. 올해 대학입시에서 칭화대는
베이징대보다 문과, 이과 모두에서 커트라인이 몇점씩 더 높았습니다. 문과는 베이징대가, 이과는 칭화대가
유명한데 문과까지 칭화대의 커트라인이 더 높게 나오면서 중국 사회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캠퍼스 참관 대기줄이 길다보니 출입까지는 대개 3-40분 이상 길게는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틈을 노려 돈벌이 나선 사람들도 있었는데, 취재진에게도 줄서서 고생할 필요없이 바로 학교 안으로 들여보내주겠다며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 사람들은 어디서 구했는지 대학 출입증이 있었는데, 입구에서 경비원에게 출입증만 보여주면 동행자를 몇 명이고 데리고 들어갈 수 있는 점을 돈벌이에 악용하고 있었습니다.
걸어서 동행하며 출입문을 통과시켜주면 5위안( 약 9백원)이고 자전거나 승용차를 이용하면 20위안 (약 3600원)을 받았습니다. 학교 안에서 가이드까지 원하면 50위안(약 9천원)을 더 내야합니다. 단순히 출입문 통과할 때까지 한 2-30미터나 될까요...참관객과 동행하며 출입만 시켜주고 돈을 받다니, 참 돈 벌기 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방법으로 돈을 벌 생각을 다 했는지 신기할 따름이고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돈벌이에 관한한 사회주의 중국이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적이라는 말이 새삼 실감났습니다.
베이징대와 칭화대 두 곳 모두 취재차 여러번 가 본적이 있는데, 사실 줄 서서 입장을 기다릴 정도로 학교 안에 볼거리가 많지는 않습니다. 명문대 캠퍼스라고 건물이 특별히 멋있거나, 오래된 학교여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문물이나 기념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도 캠퍼스가 마치 유명 관광지처럼 북새통인데는 학부모들의 교육적 바람, 희망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취재에 응해준 한 가족은 중국 서북부 신장위구르지역에서 40여시간이나 걸려 베이징에 왔다며 칭화대와
베이징대를 둘러볼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인터뷰에서 딸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꼭 명문대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딸도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며 화이팅을 외쳤는데, 그런 딸을 보는
어머니의 표정이 무척이나 흐뭇해 보였습니다.
헤이룽장에서 왔다는 한 가족도 딸아이에게 학교 구경을 시켜주고 공부 열심히 하게 해서 칭화대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희망사항을 숨김없이 털어놨습니다. 베이징대 교정에서 만난 아빠와 아들도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저장성에서 일부러 베이징대를 보러 찾아왔다며 베이징대는 문과가 훌륭한 만큼 문과쪽으로 진학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방학 기간이라고는 해도 사실 부모들이 왠만한 정성 아니면 평일에 시간 내기도 어렵고 땅덩어리 넓은 중국에서 베이징이 아닌 신장이나 헤이룽장, 저장성 등지에서 찾아오기도 참 만만치 않은 거리인게 사실입니다.
부모들의 정성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중국은 '한 자녀 정책'으로 자녀에 대한 부모들의 교육열이 기본적으로 높습니다. 과외 등 사교육 비용도 적지 않게 들어가는데 웬만큼 산다는 중산층 이상의 경우 방학때면 자녀를 외국 특히 미국이나 유럽에 어학 연수보내는게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을 정돕니다. 중국 사회도 우리 사회처럼 좋은 대학을 나와야 출세할 수 있다, 아니 그래야만 그나마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보니 입시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고 그만큼 학부모들의 교육열 또한 극성스러울 정도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방학 때면 명문대 캠퍼스가 그 대학 재학생이 되고픈 예비(?) 학부모와 학생들로 붐비는 이런 진풍경은 중국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