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세력의 시위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45일만에 농성 근거지에 대한 강제 해산 작전에 나섰다.
이집트 군인과 경찰이 14일(현지시간) 장갑차와 불도저를 앞세워 시위대 해산 작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수십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국 혼란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집트 군경은 카이로 시내에 있는 2곳 농성장 가운데 1곳을 해산했지만 나머지 1곳에서는 여전히 대규모 군부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어 추가 유혈충돌이 우려된다.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와 수에즈, 페이윰에서도 무르시 찬반 세력이 충돌해 사상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 이집트 군경, 새벽 최루탄 쏘며 전격 해산 작전 돌입
이집트 군부가 지휘하는 과도정부의 보안군과 경찰 병력은 이날 오전 7시께 무르시 지지자들이 한달 넘게 연좌농성을 하는 카이로 나스르시티 라바광장과 기자지역 카이로대학 앞 나흐다광장 등 2곳에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 강제 해산을 시도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농성장에 설치된 간이 진료실과 텐트에도 최루탄이 떨어졌다.
군경은 카이로대 앞 나흐다광장에 진입해 몇시간 만에 현장을 완전히 장악했지만, 최대 집결지인 라바광장에는 여전히 무르시를 지지하는 시위 참가자 수백명이 남아 있다.
이번 해산 작전에 따른 사망자 수는 엇갈린다. AFP통신과 현지 언론은 직접 시신을 헤아리거나 의료진의 말을 인용해 최소 124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라바광장 인근 마케쉬프트 병원에서 시신 94구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무르시의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은 "군부의 강제 진압으로 250명 이상이 숨지고 5천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사망자 중에는 무슬림형제단 지도부 무함마드 엘벨타기의 10대 친딸도 포함돼 있다고 한 목격자가 알자지라에 말했다.
사망자 다수는 총격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전했다. 무슬림형제단 대변인은 "농성장 주변의 건물 옥상에서 저격수들이 쏜 총탄에 시위대 다수가 맞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집트 내무부 대변인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최루탄만을 쐈을 뿐 실탄은 발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집트 내부무는 이어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진압 경찰관 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내무부는 또 라바광장에서 50명, 나흐다광장에서 150명 등 시위 참가자 200명을 가스통과 불법 무기, 실탄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했다고 전했다.
이집트 국영TV의 중계 화면을 보면 군부대의 불도저와 장갑차가 나흐다 광장의 농성 텐트촌을 제거하고 모래주머니를 제거하는 가운데 곳곳에서 차량과 타이어에 불이 붙고 검은 연기가 치솟는 장면이 나온다.
이집트 군경은 현재 나흐다 광장과 연결된 모든 도로를 봉쇄한 상태다.
카이로 나스르시티 현장에서는 최루탄 발사에 따른 흰 연기가 간간이 보이지만, 시위대 다수는 방독면을 착용한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카이로 뿐 아니라 지중해 도시 알렉산드리아, 수에즈, 페이윰에서도 유혈 충돌이 벌어졌다.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130km 떨어진 페이윰에서는 시위대가 경찰서 2곳을 습격하다가 보안군과 충돌해 최소 9명이 숨졌다고 일간 알아흐람이 보도했다.
수에즈에서도 총성이 울리는 무르시 찬반 세력의 충돌 속에 최소 5명이 목숨을 잃고 53명이 부상했다.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정부 기관 건물 주변에서 경찰과 무르시 지지파가 격렬히 맞붙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집트 전역이 혼란에 휩싸이자 각 지역의 은행은 업무를 즉각 중단했으며 철도 운행도 전격 중지됐다.
◇ 무슬림형제단, 반발 지속…추가 유혈충돌 우려 무르시 지지 시위대의 주축은 무슬림형제단은 군경의 시위대 해산 작전이 전개된 이날 라바광장 연설과 페이스북을 통해 이집트 국민에게 "거리로 나와 학살 중단 시위에 참가해달라"고 촉구했다.
무슬림형제단 대변인 기하드 알하드다드는 "이번 작전은 시위대를 해산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모든 목소리를 분쇄하려는 유혈 진압"이라고 말했다.
라바광장에는 군경과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여전히 대치 중이다.
군경은 라바광장과 연결된 도로를 전면 차단한 채 외국 취재진의 진입도 불허하고 있다.
내무부는 성명을 통해 "시위 현장을 떠나려는 사람에게는 안전한 퇴로를 제공하겠지만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시위대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애초 이집트 당국은 지난 12일 새벽 라바광장과 나흐다광장에 모여 있는 무르시 지지자들을 강제로 해산하려고 했으나 대규모 유혈 사태를 우려해 해산 작전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시위대는 지난달 3일 무르시가 군부에 축출당하고 나서 지금까지 무르시 복권을 촉구하는 연좌농성을 벌였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외교 사절단이 최근 이집트를 방문해 중재 노력을 벌였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군부의 시위대 해산 작전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앞서 카이로에서는 전날 무르시 찬반 시위대가 충돌해 최소 1명이 숨지고 7명이 크게 다쳤다.
(카이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