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최장집 교수의 돌연 사임…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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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의 대표적인 원로학자이자 한국 정당정치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정책연구소 '내일'의 이사장직을 돌연 사임했습니다. 정책연구소 출범을 공식선언한 지 80일 만입니다. 최 이사장은 지난 토요일 안 의원을 만나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안 의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원로학자의 결심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잠시 시간을 거슬러 가보겠습니다. 지난 5월 22일 '내일' 출범 선언 기자회견장입니다. 당시 최 이사장은 '내일' 합류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정치학 공부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민주주의 정치에 과정을 보면서 제가 느꼈던 것은 민주주의와 정치를 올바로 이해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껴왔습니다. 그래서 민주주의와 정치를 올바로 이해하고 잘 실천하면 우리나라 정치를 비롯해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모든 측면에서 한국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그런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나빠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민주주의에서 정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민주주의 건강하게 작동못하는 데 이런 문제를 안타깝게 생각해왔고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를 포착하고 이것을 정책으로 만들어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정치리더라고 할까. 리더 그룹들이 있지 않고서는 민주주의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기 힘들다고 느껴왔습니다."

"저는 좋은 인적자원과 좋은 뜻을 가지고 한국정치를 발전시켜 보겠다고 하는 이들에게 좋은 정치와 리더십을 형성 시키는 것이 연구소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역할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제가 구체적으로 정치학 공부하면서 정당에 연루된 적이나 참여한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안철수 의원만큼 저한테 집요하게 진정성을 가지고 대한 사람이 없었고 안 의원의 열정에 감동한 것이 이 이사장직을 맡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실정치에 얼마나 기여할지에 대해 전혀 경험도 없고 자신도 없지만 민주주의와 정치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이 연구소가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노력할 것입니다."

당시 발언에서는 평생 정치와 정당 이론을 연구해 온 원로학자가 자신의 연구 결과를 현실정치에 잘 접목해 민주주와 한국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집니다. 안 의원의 진정성에 감동했다며 정치인 안철수의 칭찬도 덧붙이고 있습니다. 당시 안철수 의원 측에서는 최 이사장이 사실상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화 해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행보가 매우 적극적이라고 혀를 내두르기도 했습니다.

80일 만에 마음이 바뀐 최장집 이사장과 직접 통화해 봤습니다.

-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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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뭐 연구소 일이 원래 학자로서 정책연구나 정책대안을 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연구소 일이 정치적인 역할까지 확대해서 하다 보니까 내가 그 정치적인 역할을 하는 그런 위치에 서게 되서 많이 부담스럽고. 난 원래 정치를 한다거나 공직을 추구한다거나 그런데는 관심을 가지고 참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런 내가 하는 역할에 대한 처음 생각했던 것과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제일 큰 이유입니다.

-정치적 이유라면 구체적으로 뭘 말씀하시는 건지요? 재보선 앞두고 인재영입에 대한 압박감 때문이신가요?

=그런 건 내가 하지 않더라도 정치활동이나 이런 조직이나 이런 것. 주로 정치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국면에서 많이 하게 되면 내가 많이 부담스러우니까 그런 걸 하기 좀... 그런 거죠. 그런 게 많아지기 전에 그만 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순수한 정치적인 연구랄까 그런 게 아니라 정당으로 가는 전단계 정치세력화 역할 비중이 컸나요?

=그렇게 볼 수 있죠. 내가 하는 역할이 거기에 연구소와 구분되지 않으면서 확대되서 내가 감당하기가 너무 일이 많았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기대를 상당히 많이 했었는데요.

=그런 건 있는데 내가 하는 일은 정치권에서 하는 것 보다는 본래하던 연구활동이나 학문적 일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치권에서 자유로워지고 싶고... 그렇습니다.

최 이사장의 발언은 학자로서 정치이론과 정책분야에 집중하고 싶었지만 현실정치에서 연구에만 몰두 할 수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학자와 정치인의 갈림길에서 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묻어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정치적 활동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최 이사장이 부담스러웠다고 말한 정치적 활동이 무엇인지에 대해 안 의원 측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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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는 민주당 토론회를 정치적인 학자로 가신건데 코흘리개들이 최 교수님을 난도질을 해 버렸어요. 그런 것들이 학자로서 있을 때와 정치세력과 같이 있을 때 차이가 나오는 거죠.

-학자적 양심을 갖고 있는데 민주당 의원들이 상처를 줬다는 건가요?

=본인이 정치인으로 인식되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스스로 하신겁니다.

내부 갈등설에 대해서도 물었지만 안 의원 측은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데 내부에서 아무런 갈등 없었고 그런 문제로 미리 얘기한 적 없습니다.

-최장집 교수가 선거 출마나 당대표 요청 받아서 부담을 느꼈나요?

=그건 너무 과한 추측이고 최교수님에게 당 만드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그런 상황까지 갈 수 없어요. 진도가 나가야 그런 얘길 꺼내죠. 전체적으로 내부적으로 특별한 게 없어요.

그럼 안 의원 측이 주장한 민주당 토론회로 다시 가 보겠습니다.

지난달 31일 최장집 이사장은 민주당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했습니다. 최 이사장은  NLL 대화록 사태를 지적하면서 "정당 정치가 보이지 않는다. 무엇 때문에 여야가 중심 이슈로 NLL 문제를 이렇게 오랫동안 끌어와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고, 방향이 잘못돼도 굉장히 잘못됐다"며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의 반격도 있었습니다. 의원들은 "안철수식 정치가 초엘리트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구경꾼으로 지켜보다가 반사이익을 얻는 정치"라며 안철수 의원을 강하게 성토했습니다. 진보진영의 저명한 원로학자는 어느새 안철수 의원 측의 대표 정치인으로 자리매김 했고 석 달 새 원로학자는 경쟁의 대상이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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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정책 네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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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을 염두한 듯 어제 안철수 의원도 비슷한 취지로 말했습니다. 안 의원은 보통 화가 날때 미세한 경련증상을 보입니다. 어제 국회의원 회관에서 마주친 안 의원의 뺨은 '파르르~' 떨렸습니다.

=지난 토요일에 말씀을 들었지만 최 교수님께서 이사장직 맡은 이후  학자적 양심가지고 한 말씀 가지고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주위에서 해석하다보니 많이 힘들어 하셨던 것 같습니다. (파르르~)

= 앞으로도 계속 찾아뵙고 말씀을 계속 나누려고 합니다. 앞으로는  최 교수님 말씀에 정치적인 그런 해석 덧붙여서 왜곡 폄하하는 시도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파르르~)

민주당이라고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야권 재편 또는 정치권의 경쟁 상대들의 태도에 대한 원망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학자적 양심을 가진 원로학자의 자존심에 상처를 줬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세제개편안을 놓고 여야의 대치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 공식입장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의 한 인사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안철수 떠나는 최장집 선생 건은 어떻게 보나?

=공자가 임금이 맘에 안드니 떠난 거 아냐? 최장집 선생이 그쪽에 합류할 때 얼마나 꿈에 부풀었었겠어요. 노동중심의 정당정치, 당신 꿈꿔온 정치제도나 이상에 대한 현실적인 실험을 위해 설레였을텐데... 석 달 지켜보니 아니다 싶은 거겠죠.

-'내일' 사람들은 민주당 의원과 세미나 때 얘기 하던데?

=그게 말이 됩니까? 선생이 무슨 의원 몇몇이 그랬다고 아예 떠난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소리에요. 정치적 부담이란 말로 포장은 하셨지만, 기본적으로 안철수의 깜냥이 안 되니까 떠난 거지... 자기 둘이 과외수업 분위기가 안 좋았던 거죠.

안철수 의원의 정치 멘토가 떠나면서 당장 안 의원 측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 의원 측은 최 이사장의 사임을 거듭 만류해야 한다. 십고초려 해서 영입한 만큼 십고초려 해서라도 만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안 의원이 최 이사장을 거듭 찾아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 이사장의 사퇴는 사실 안 의원 측 입장에서는 상당히 커다란 타격입니다. 우선 최 이사장의 역할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 이사장은 아시다시피 진보진영의 대표적 원로학자. 특히 정당정치 최고 권위자 중의 한 명입니다. 안철수 세력의 정치적 노선인 진보적 자유주의를 제시했고 신당창당의 이론적인 설계도를 그리는 핵심인물이었습니다. 이는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안 의원 측 정치세력화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신당의 설계도는 현재 미완성 상태로 멈춰 서 버렸습니다. 설계도를 보완하든 아니면 새로운 설계도를 그려야 합니다.

두 번째는 안철수 측이 야심차게 영입한 영입인사 1호 인사의 사퇴가 갖는 상징성입니다. 최 이사장의 영입을 시작으로 인재영입에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고 최근까지도 안 의원 측은 숨은 진주 찾기에 매진해 왔습니다. 그러나 블루칩의 증발로 안 의원측의 인재영입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 지 느낌표가 물음표로 평가절하된 상황입니다.

세 번째는 안철수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대중정치인으로 상당한 존재감을 내비치고 있었는데 주변 핵심인사가 떠났다는 건 지도자로서 자격이 있느냐는 국민적 의구심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핵심인사 또는 멘토의 퇴장은 최 이사장이 처음은 아닙니다. 윤여준 전 장관과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도 있었습니다. 안 의원 측도 조직장악력을 발휘해야 할 시점에 블루칩의 이탈이 뼈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최장집 이사장은 정치적인 자문을 비롯한 안 의원과의 개인적인 관계는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다시 공식적인 위치로 돌아올 가능성은 낮아보입니다. 안철수 의원은 이제 또 다시 홀로서기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10월 재보선이 채 석달이 남지 않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난 안철수 세력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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