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과 '펠리칸 브리프' 등 법정 스릴러 소설로 유명한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존 그리샴이 한 독자의 사연을 통해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 테러용의자 수용소의 부조리를 고발했습니다.
그리샴은 지난 10일과 12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관타나모 수용소를 비롯한 미국의 반인권적 대테러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리샴의 이야기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11년째 갇혀 있는 독자 34살 나빌 하드자랍의 기구한 사연에서 비롯합니다.
최근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자신의 책이 반입 거부된 것을 계기로 "내 책을 즐기는 수감자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증이 생겨 추적하게 됐다고 그리샴은 말했습니다.
지난달 미국 언론은 논픽션 '이노센트 맨'과 소설 '불법의 제왕' 등 그리샴의 일부 저서가 관타나모 수용소에 반입을 금지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리샴은 하드자랍이 "알제리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성장했고, 축구에 재능이 있어 파리생제르맹 FC에서 뛰는 것이 꿈인 소년이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리샴에 따르면 하드자랍의 삶은 지난 2001년 9·11 테러 당시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알제리계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하면서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아프간 침공 이후 파키스탄으로 달아나던 길에 폭격을 맞았고, 병원에서 깨어난 이후 포상금 5천 달러에 미군에게 팔렸다는 겁니다.
그리샴은 "하드자랍이 게스트하우스에 머문 것은 테러나 전쟁, 범죄행위와는 상관이 없었다"며 "당시 미국은 외부에서 온 아랍인을 데려오기만 한다면 누구에게든 돈을 뿌렸다"고 지적했습니다.
하드자랍은 테러 연관성을 부인했으나, 다른 수감자들이 고문 끝에 허위 진술을 하는 바람에 무고하게 혐의를 덮어썼다고 그리샴은 주장했습니다.
악명높은 바그람 공군기지 수용소와 칸다하르 교도소를 거친 하드자랍은 지난 2002년 2월 결국 관타나모 수용소로 끌려갔습니다.
그리샴은 "이후 하드자랍이 수면박탈과 극한 기온에의 노출, 장기간 격리 등 '관타나모 편람'에 나오는 모든 잔학행위를 겪어야 했고, 11년 동안 가족과 면회 한 번 할 수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그가 묵은 게스트하우스가 알 카에다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하나 적용할 범죄 혐의가 없었다"며 "2007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석방 허가도 받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절망에 빠진 하드자랍은 지난 2월부터 다른 수감자들과 단식투쟁을 벌였고, 결국 '강제급식'까지 받게 됐습니다.
그리샴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수감자들이 떼죽음을 당할 상황이 되자 미국 정부는 수감자를 석방하는 대신 강제급식에 나섰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수백 명의 아랍 시민이 관타나모로 이송돼 인간성 말살을 겪었다"며 "사과도, 유감 표명도, 배상도, 그 비슷한 것도 전혀 없었다"고 질타했습니다.
이어 그리샴은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그가 혼자 일어설 수 있도록 배상하라"고 미국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그리샴은 1989년 첫 장편 '타임 투 킬'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으며, '펠리컨 브리프'와 '의뢰인' 등 인기작들이 30개국에 번역돼 있고 전 세계에서 2억5천만부 넘게 판매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