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힐러리가 대선에 출마하냐, 안하냐 말고는 기삿거리가 없느냐"
익명을 요구한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의 최측근이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푸념조로 한 얘기다.
하루가 멀다하고 클린턴의 출마 여부와 관련한 기사들이 신문지상을 도배질하고 있는데 대한 부담감을 털어놓은 것이다.
실제로 2016년 대선의 막이 오르기까지 아직도 많이 남았지만 클린턴은 이미 레이스에 올라있는 분위기다.
당장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선두를 굳히고 있다.
대선후보 경선의 첫 프라이머리를 치를 뉴햄프셔 지역의 최근 여론조사(WMUR 그래나이트 스테이트, 7월18일부터 29일까지 유권자 516명 대상 조사)에서 지지율이 무려 62%에 달했다.
이렇다 보니 수퍼팩(Super PAC·액수에 제한없이 합법적 기부가 가능한 정치외곽단체)을 통해 들어오는 선거자금이 속속 불어나고 있다.
여기에 NBC와 CNN이 클린턴을 모델로 영화와 다큐멘터리까지 만들겠다고 나서면서 클린턴의 주가는 가일층 치솟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 여성 정치단체인 에밀리 리스트(EMILY's List)는 9일(현지시간) 아이오와에서 타운홀 미팅을 갖고 '힐러리 대통령 만들기' 운동을 본격화한다.
2008년 오바마 캠프에서 활약했던 민주당의 클레어 맥카스킬 상원의원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기과열' 양상에 대해 클린턴 진영은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표정이다.
무엇보다 상황이 통제되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다.
현 시점은 정확히 말해 '이미지 형성기'이다.
2008년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전력이 있는 클린턴으로서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면모를 구축해나가야 하는 준비기간인 셈이다.
특히 공화당이 나이(2016년 대선때 만 69세) 문제를 집중적으로 걸고 넘어지고 있어 이를 극복할 정교한 이미지 관리전략이 긴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미묘한 시점에서 그의 인생역정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지느냐는 이미지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게 워싱턴 정가의 관측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7일자 기사에서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NBC와 CNN이 클린턴 띄우기를 한다고 발끈하고 있지만 솔직히 그런다고 보장하기 어렵다"며 "클린턴이나 그의 측근들이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초기 이미지를 형성하는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클린턴을 취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항의하는 공화당 전국위원들에게 "제작물의 내용을 보기 전까지 판단을 유보해달라"고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클린턴의 초기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주는 또다른 요인들이 있다.
오랜 정치적 동지로 돈줄을 맡아왔던 테리 맥컬리프 전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이 참여한 올 하반기 버지니아 주지사 경선, 클린턴 여성보좌관의 남편으로 최근 섹스스캔들의 주인공이 된 앤소니 위너 민주당 하원의원의 뉴욕시장 경선이 어떤 결과를 보이느냐에 따라 악재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클린턴 진영은 일단 '침묵 모드'다.
클린턴의 측근으로 민주당의 선거전략가인 애니타 던은 "현 시점에서 통제할 수 있는 것만 통제하고 그럴 수 없는 것은 통제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클린턴 자신은 최근 저서를 집필하거나 아동교육을 연구하는데 몰두하며 '낮은 포복자세(lie low)'를 유지하고 있다.
워싱턴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클린턴이 당분간 '잠수'(潛水)하는게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조언들이 나온다.
1996년 밥 돌 상원의원의 대선 경선에 참여해던 공화당의 전략가인 스콧 리드는 "현재로서 클린턴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책은 당분간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러닝머신에 올라가 몸을 만든 뒤 넉달 또는 다섯달 후 다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