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비극' 담은 총알…63년 만에 몸 밖으로

6살 때 북한군 총탄 맞은 오경택씨 최근 제거수술 성공
"어린이에게 총 쏠 만큼 비극적인 일 다시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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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일흔이 다된 사내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툭 떨어졌다.

"어휴…이제 편합니다. 60년 세월 몸에 지니고 다녔다는 게 기적 같은 일이죠. 어린 아이에게 총을 쏠 만큼 비극적인 일은 다시 없길 바랍니다."

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병실에서 만난 오경택(69)씨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는 지난달 29일 이 병원에서 호흡곤란, 가슴 두근거림 때문에 심장 수술을 받았다.

병명은 '교착성 심낭염'.

병원에서 짚은 원인은 우심방 옆 탄두였다.

63년을 지니고 살아온 금속이 비로소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순간이었다.

엑스레이와 CT(컴퓨터 단층촬영) 필름에는 심장 바로 옆 경계선에 총알 모양의 금속성 물체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1950년 10월 어느 날부터 지녀온 것이었다.

여섯 살 꼬마는 밭일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계곡에서 가재를 잡으며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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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탕!" 어디선가 총성이 울리고 오씨는 정신을 잃은 채 쓰러졌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업고 동네 의원으로 달려갔다.

응급처치로 기적처럼 목숨은 건졌지만, 총알은 몸 안에 남았다.

총알이 할퀸 오른쪽 가슴에는 큰 흉터가 새겨졌다.

아버지는 그에게 "인민군이 쏜 총에 맞은 것"이라 했다.

그의 고향 강원도 양양군에서 퇴각하지 못한 북한군이 몇몇 남아 있었는데, 그들의 짓이라는 것이다.

총탄은 몸과 마음에 모두 상처를 남겼다.

가슴에 불편함을 느껴 몇 번 병원을 찾았지만 "제거하려면 위험하니 그대로 사는 게 낫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북한군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이 치밀어 올랐다.

꼬마는 커서 군인이 됐다.

군복이 멋있기도 했지만 "내 몸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그들로부터 이 나라와 다른 사람을 지키고 싶다"는 각오가 또 다른 이유였다.

35년간 군 복무를 마치고 원사로 전역할 때까지 정기 신체검사 때마다 총알은 보란 듯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자리 잡은 총알과 화약으로 심장 주변의 막이 딱딱해지고 만성 염증이 생겼다.

주치의는 "이제 의술이 발달해 제거할 수 있다"며 수술을 권했다.

주치의 엄재선 교수는 "당시 총알이 폐와 심장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심장 바로 옆에서 멎는 바람에 기적적으로 살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1㎜라도 더 들어갔으면 위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술을 맡은 이승현 교수는 "총알과 심장이 한 몸처럼 붙어 있었다"며 "조금만 심장을 건드리면 출혈이 많을 수 있어 총알만 제거하는 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몸에서 꺼낸 총알은 길이 1.6㎝.

푸르스름한 녹색의 금속은 심하게 부식된 상태였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이 총알이 당시 북한군이 사용한 소련제 기관단총 PPSH-41의 탄약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수술 직후 오씨의 가족이 이 총알을 건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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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씨는 "아직은 총알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오씨와 가족은 전쟁기념관 등 관련 기관에 총알을 기증하거나 목걸이로 만들어 보관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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