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썰렁한 서해안 해수욕장, '7말 8초' 본격 휴가철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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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말 8초' 본격 휴가철 시작

  해마다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를 여름 휴가철 ‘피크(peak)’라고 얘기합니다.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쏟아져 나오고, 직장인들은 몇 달 동안 아껴둔 휴가를 쓰고, 세탁소도 병원도 식당도 문 앞에 휴가 기간을 붙여놓고 떠나버리는 그야말로 ‘본격 휴가철’. 저도 어린 시절 부모님의 휴가에 맞춰 이 시기에 가족여행을 떠나곤 했습니다. 해수욕장으로, 계곡으로, 수영장으로. 일상을 벗어날 수 있단 사실만으로도 휴가는 설레고 신 나는 일이었습니다.

  이 시기에 휴가를 가면 어딜 가나 사람이 많았습니다. 많아도 너~무 많은 사람 때문에 주차장이 된 고속도로를 뚫고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는 것도 숙소를 잡고 물놀이를 즐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죠. 지금은 더운 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보기만 해도 짜증 지수가 급상승하는 무미건조한 어른이 돼버렸지만, 그 시절 저는 해수욕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신이 났습니다. 형형색색의 수영복과 튜브가 파도에 기대 출렁이는 모습을 보면 그제야 ‘휴가 온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올해도 어김없이 그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평년대로라면 지난 주말부터 ‘본격 휴가철’에 돌입한 셈입니다. 여름휴가 관련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던 저는 취재 목적으로 피서지를 찾았습니다. 7월 30일 서해안 대천 해수욕장. 이 때쯤이면 사람이 넘쳐 나겠구나. ‘물 반, 사람 반’을 기대하고 취재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제 예상은 백사장에 도착하는 순간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야말로 썰렁한 비성수기 해수욕장의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백사장은 한산하고 파라솔은 비어 있고. 음식점도 거리도 그야말로 휑한 분위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날씨까지 궂어서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해수욕장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고민할 것도 없이 제가 기획하던 아이템 취재는 물 건너갔습니다. 서울에서 달려온 세 시간이 허망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죠. 취재를 하다 보면 종종 겪는 일이긴 합니다. 현장에 갔더니 기자가 생각하던 모습과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져 있는 거죠. 그런데 그럴 땐 항상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예측과 기대는 합리적이고 상당한 이유에 기반을 두고 형성되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예측이 깨졌다는 건 그만큼의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는 의미인 거죠. 때론 그 자체가 뉴스거리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심기일전하고 (배를 채우고..) 눈앞에 펼쳐진 현상을 취재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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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

# 지난해보다 20% 줄어든 중부 서해안 피서객

  현지 상인들과 주민들은 평년보다 관광객이 줄었다며 울상이었습니다. 확인해보니 실제로 그랬습니다. 대천 해수욕장의 경우 보령 머드 축제가 끝나면서 관광객이 빠져나간 데다가 휴가철 방문객 수 자체가 줄었습니다. 인천·경기·충청을 포함한 중부 서해안 지역 해수욕장에 해당하는 얘깁니다. 지난 한 달 동안 방문객 수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봤더니 471만여 명에서 383만여 명으로 20% 가까이 발길이 줄었습니다. 인천만 따져보면 30만 명에서 18만 명으로 거의 반 토막 수준. 피서객이 몰리는 안면도·태안·대천 등 충청도 지역 해수욕장 이용객 수는 지난해보다 80만 명 가량 줄어든 354만 명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휴가 특수를 노리고 있던 상인들의 표정이 어두울 만도 합니다.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 수가 절대적으로 줄어든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휴가철 동해안 지역 해수욕장을 방문한 사람은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포항 해경이 관할하는 경상도 지역 해수욕장 이용객은 지난해 7월 86만여 명에서 올해 101만여 명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강원도 동해안 지역을 찾는 관광객 수도 지난해보다 많아졌습니다. 해운대·광안리 해수욕장엔 사람이 넘쳐나는데 서해안 해수욕장에만 상대적으로 휴가 인파가 적은 상황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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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

# 역대 최장기 장마, 오는 6일 끝날 예정

  서해안 해수욕장이 유독 썰렁한 이유, 예상하시겠지만 바로 기나긴 장마 때문입니다. 장마가 시작된 게 지난 6월 17일. 벌써 한 달도 넘게 지났습니다. 쉼 없이 비가 쏟아진 건 아니지만 사나흘 간 비가 내렸다가 그치길 지겹게도 반복하고 있습니다. 평년대로라면 진즉 끝났어야 할 장마가 아직도 진행 중인 상황. 해가 쨍쨍해야 할 ‘본격 휴가철’에 장마라는 불청객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 셈입니다.

  장마 전선은 전국을 누볐지만 그중에서도 수도권을 포함한 중부지방에 특히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인천의 경우 지난 7월 한 달 가운데 비가 내리지 않은 날이 엿새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스무닷새 동안은 계속 비가 내렸다는 뜻이죠. 다른 서해안 지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부분 지역에 한 달 중 스무 날 넘게 비가 왔습니다. 서해안 해수욕장에 피서객들의 발길이 줄어든 이유, 이제 납득이 가시나요?

  손꼽아 기다리던 휴가까지 훼방 놓는 지겨운 장마. 달력을 두 장이나 넘기더니 역대 최장기 장마 기록까지 갈아 치웠습니다. 중부지방에서 역대 가장 길었던 장마는 1980년, 6월 16일 시작돼 7월 30일까지 이어진 45일간의 장마였습니다. 그런데 올 장마는 벌써 이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기상청 예보대로 오는 6일에 장마가 끝난다면 51일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남기게 되는 겁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추적추적 빗줄기와 함께 푹 가라앉았던 휴가 분위기가 조만간 활기를 찾길 기대해 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8월 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을 이들과 관광객의 발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피서지 상인들의 웃음을 위해! (...그런데 오늘도 중부 지방에 최고 70mm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 있네요.. 크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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