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관광 적자 행진
관광수지 적자가 대책 없이 늘어 나고 있다.
한국은행 집계 결과 올해 상반기 관광수지 적자는 17억9천만달러, 우리돈 2조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억8천만달러보다 6.4배나 많았다. 한국인이 외국에 관광 등을 나가서 쓴 돈은 84억2천달러로, 작년보다 12.9% 증가한 반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쓴 돈은 66억3천달러로 7.5% 감소했기 때문이다. 관광수지는 유학이나 연수 비용은 제외한 것이어서 이를 포함한다면 을 적자 규모는 더욱 커지는 셈이다.
엔고로 인해 일본인 관광객이 우리나라로 몰리면서 호텔 객실이 없어 난리라며 호들갑을 떤 게 불과 1년 여 전인데 그 뒤 관광수지는 급전직하한 것이다. 실제 작년 6월 엔고에서 엔저로 바뀌어 일본인 관광객이 줄면서 다시 1억4천만 달러의 적자를 내기 시작해 지난 6월(2억만달러)까지 1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국내보다 많은 해외 관광의 숙명?
관광수지 적자는 쉽게 말하면 국내로 들어오는 관광객보다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이 많기 때문에 발생한다. 올 상반기 해외로 나간 한국인은 722만9천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3만4천명, 9.6% 늘었다. 이 가운데서도 엔저로 인해 일본 여행이 저렴해지면서 일본을 찾는 한국인은 올 들어 30∼40%까지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553만명으로 7천500여명이 오히려 줄었다. 중국인(173만5천명)은 늘었지만 일본인(133만9천명)이 26.3%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한국의 관광은 엔화나, 원화의 가치에 따라 들쭉날쭉하기 일쑤며 이런 상황 변화에 따른 반짝 특수가 사라지면 여지 없이 만성 적자의 늪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관광 한국으로서의 원천적인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관광공사는 물론 국가브랜드를 앞세우며 지자체나 중앙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한 해 관광객은 서울 넓이의 2배가 채 되지 않는 홍콩의 3분의 1 수준이다.
국제화되고 글로벌화된 지금 해외로 나가 돈을 쓰는 우리 관광객을 탓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외국인 관광객을 국내로 더 끌어들이냐가 중요한 문제다. 경기 침체에 장기 불황 조짐까지 보이는 상황에서 해외 관광객의 대거 유입은 경기 활성화와 고용 증진에 효자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인프라는 돼 있지만 콘텐츠가 없다
국내외 취재를 하다 보면 우리의 쇼핑 환경이나 교통, 공공시설 같은 관광 인프라는 비교적 잘 갖춰져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한 마디로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것은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우리나라에 와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즐길 것인가 하는 정작 중요한 콘텐츠 문제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뚱하게 된다.
2년 전 쯤 한국관광공사 간부들과 만나 리움이나 가나아트센터 등에 있는 한국 전통문화 기념품을 본 적이 있냐고 물었는데, 이 분들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해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 관광지의 가게마다 파는 기념품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내외국인들은 그 문제점을 다 아는데 정작 더 잘 아셔야 할 분들은 모르고 계셨으니 말이다.
청렴과 금욕을 국가적 신조로 삼고 있는 싱가폴까지 몇 해전 외자를 유치해 대형 종합리조트(IR Integrated Resort)인 마리나베이 샌즈(우리나라 쌍용건설이 완공)를 세워 이 곳에서만 한 해 3백5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 들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대형 국제회의장, 스파, 호텔, 게임장, 공연장 등 웬만한 레저 시설이 한 곳에 모인 이른바 국제수준의 종합리조트가 한 곳도 없다. 지난 정부 때 서비스 산업 육성만이 살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온갖 규제를 확인하고는 제풀에 지쳐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창조경제는 따로 있다?
사상 유례 없는 한류가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공연의 묘미를 그대로 전해 줄 전용 공연장 하나 변변한 게 없어 동남아 한류 관광객조차 제대로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약방의 감초처럼 내세우던 난타 공연도 한계에 다달아 존폐 기로에 서 있다. 라스 베이거스에서 3천명 좌석이 연일 매진돼 열리는 '0쇼'(물 위 아래에서 진행되는 현대적서커스쇼)를 한 번 본 사람이면 그 감동을 잊지 못할 뿐 아니라 자기 나라로 돌아가 만나는 사람에게마다 입소문을 내게 될 것이다.
이런 것들이 정작 중요한 관광 콘텐츠이다. 창조경제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콘텐츠를 어떻게 기획하고 개발하며 아울러 난마처럼 얽혀 있는 규제를 적절하게 풀어서 관광 수지를 개선시키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