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칼럼] 걷기와 치유의 열풍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산티아고 가는 길’은 장장 800킬로미터에 이르는 길고 긴 순례길이다. 프랑스의 생 장 피드포르에서 출발해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피레네 산맥을 넘는 한 달 여의 긴 여정을 거쳐야 한다. 매일 이 길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순례객이 300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이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은 무엇일까? 끝없이 이어지는 밀밭, 포도원, 저녁 노을 속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일까? 그런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치유의 힘이 있는 것은 아닐까?

평온한 일상을 즐기던 중년의 한 사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아 나선다. 순례 여행에 나섰다가 사고로 사망한 아들의 유해를 찾기 위해서다. 잘 나가던 아들은 왜 학업을 중단하고 산티아고 순례 여행에 나선 것일까? 사망한 아들 대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아버지는 생각한다. 그리고 한달 넘게 순례길을 걸으며 아들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2010년 에밀리오 에스테베즈 감독의 영화 ‘더 웨이(THE WAY)’ 이야기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룬 또 다른 영화 ‘산티아고...우리들의 메카로 가는 길’ 역시 문제투성이 삼남매의 산티아고 순례기를 다룬 힐링과 치유의 이야기다. 2005년 콜린 세로 감독이 만든 프랑스 영화다.

한동안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룬 여행기가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더니 최근 들어서는 혼자서 산티아고 순례길에 나서기가 버거운 여행객을 위한 다양한 여행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고독한 순례길이 더 이상 고행길이 아닌 시대가 된 모양이다.

국내에서도 제주 올레길에서 시작된 걷기 열풍이 열병처럼 유행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둘레길을 만들고 조용하던 시골 마을이 각지에서 몰려든 둘레객으로 떠들썩하다. 듣도 보도 못한 둘레길 이름이 자고 나면 하나씩 생겨나는 요즘이다. 힐링과 걷기에 대한 관심이 그 만큼 높아진 탓일 게다.

이런 열풍 속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되짚어보는 것은 ‘걷기 이상의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려는 노력이 이제 우리에게도 절실한 시점이 됐기 때문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여행객을 끌어들이는 힘은 치유와 힐링에서 나온다. 저마다 절실한 사연을 가슴에 품고 찾아든 순례객들이 끝없이 펼쳐진 대자연의 풍광 앞에 마음의 짐을 하나씩 내려놓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 치유와 힐링의 힘은 천년 넘게 이 길을 걸었던 성지 순례객들이 하나씩 만들어 놓은 전설 같은 스토리와 상상력에서 나오는지도 모른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양철훈 논설위원 대

그냥 산길, 들길을 다듬어 둘레길만 만들어서는 무언가 부족하다. 스토리와 상상력을 만들어 입히는 노력이 곁들여질 때 우리 둘레길도 산티아고 순례길 같은 치유와 힐링의 힘을 갖게 되지 않을까?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만들어 내는 둘레길도 내실을 기할 때가 됐다 휴가의 계절 둘레길을 걸으면서 팍팍한 세상을 살아가는 재충전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