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는 채소일까요, 과일일까요. 들어보신 적 있는 퀴즈죠? 토마토는 채소랍니다. 서양에선 샐러드 같은 데 같이 넣어서 먹는 성격이 있는데다, 특히 당도가 낮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토마토로 주스를 만들면서 시럽을 넣지 않으면 참 맛이…좋게 말하면 건강에 좋은 맛이고, 솔직히 말하면 텁텁하고 별 맛이 없죠.
그런데 채소가 아니라 과일이라고 주장하는 토마토가 있습니다. 바로 ‘대추방울토마토’입니다. 전 사실 최근까지 그 존재 자체를 몰랐는데, 지난 주 취재차 농가를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줄기에 열려있는 방울토마토를 그대로 따서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꽤 달았습니다. 그래서 잘라서 한 번 당도를 재 봤더니 10.3 브릭스까지 나왔습니다. 100g에 당분이 10g이나 들어있다는 뜻입니다. 일반 토마토의 두 배 수준이고, 배나 감귤과 비슷한 수치라더군요.
그래서 요새 이 토마토를 기르는 농가가 늘고 있답니다. 원래 둥근 방울토마토는 일본 종잡니다. 10년 전 쯤, 일본 회사들이 국내 농가에 재배를 주문하면서, 되도록 오래 신선도를 유지해서 일본까지 배로 실어갈 수 있는 품종을 줬답니다. 사실 맛은 그 다음이었죠. 그런데 국내 종자회사가 4년 전 새로 개발했고, 벌써 방울토마토 시장의 40%까지 올라섰답니다.
그런데 농가들이 이 대추방울토마토를 좋아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비에 강하기 때문입니다. 옛날 방울토마토는 비가 오면 땅의 물기를 너무 많이 빨아들인 뒤에 터져버리는, ‘열과’가 되는 비율이 높았답니다. 그런데 이 대추방울토마토는 껍질이 단단해서 - 그래서 씹는 맛이 더 있죠 - 그 열과가 덜 나온다는 겁니다. 올 여름처럼 장마가 끝나지 않는 때엔 이런 특성이 큰 도움이 되겠죠.
우리나라 기후는 우리가 느낄 정도로 빨리 바뀌고 있습니다. 2099년까지 평균 온도는 6도, 강수량은 20%나 늘어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6도와 20%, 그냥 말로 적어놓으니 이렇지, 실제로는 어마어마한 변화입니다. 사람도 바뀌고 먹는 것도 바뀌고 생활 환경도 바뀌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변하는 날씨에 맞는 새로운 종자를 빨리 개발해서 길러야 합니다. 문제는 정부도 이 일을 하고는 있지만 지지부진하다는 건데요. 한 발 빨리 움직이는 곳이 바로 대형 유통업체입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들을 제때 공급해서 팔아야 하는 회사들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절박한 겁니다. 그래서 검은색 수박, 오렌지색 단호박 같이 생소한 종자들을 가져다가 농민들에게 기르게 하고, 유통까지 책임지면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농민들도 하늘만 보고 농사지을 필요 없으니 좋은 일이죠.
정부가 나서기 보다는 이런 움직임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우선 새로운 종자를 찾고 개발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고요. 농민들에게 이런 종자를 보급하고 유통업체와 맺어주는 역할을 해도 좋을 겁니다. 농촌도, 유통업체도, 정부도 바뀌는 기후에 맞춰 해야 할 일이 참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