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의든 타의든)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들을 많이 봅니다. 일부에선 요새 남자들이 너무 힘들어졌다며 한숨도 쉽니다. 돈 벌어서 갖다주면 모든 것이 '면피'됐던 예전 아버지들 세대와 달리, 요새는 회사일 해야지, 집안 일에 육아까지 도와야 한다고 말이죠. 그만큼 맞벌이도 늘고, 남녀 역할 구분이 모호해지기도 하고, 사회 분위기도 점차 가족친화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아이는 엄마와 뱃속에서부터 하나였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엄마를 좋아하고 애착이 있는데, 아빠와의 관계는 처음부터 좋지는 않죠? 일부 아빠들은 '아이가 엄마만 좋아한다'며 서운해 한다고도 하는데요 ^^ 아이도 그렇지만 아빠 입장에서도 아이와 애착을 형성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건 아이와 아빠가 함께 하는 기회를 늘리고, 많이 접촉하면서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엄마가 주로 양육하더라도 분명 '아빠만 해 줄 수 있는 일'은 따로 있습니다.
그럼 아빠의 양육참여 효과는 정말 있는 걸까요?
최근 발표된 육아정책연구소의 아동패널조사(아동이 태어나면서부터 대상으로 선정된 가구들을 매년 추적하면서 조사하는 방식)에서, 아빠가 양육에 적극 참여할 수록 자녀의 사회성과 언어발달이 좋아진다는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평균에 비해 또래와 어울릴때 친구를 잘 사귀고, 단체활동을 잘 하며, 놀이방해 같은 문제행동을 적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말로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도 좋았고요. (양육에 적극적인 아빠들에게는 희소식이네요!)
흥미로운 것은 조사대상 가구 중 엄마가 양육에 적극적일수록 아빠도 함께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워킹맘이나 전업맘 구분없이 말이죠. 또한 초기의 양육 참여 정도가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됐습니다. 즉 자녀 출생직후 양육을 많이 도왔던 아빠라면 아이가 커가도 계속 많은부분 아이 돌봄에 참여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아빠는 계속 엄마에게만 양육을 맡긴다는 소리죠.
양육 참여는 아이와 무조건 시간을 함께 보낸다고 좋은 건 아닙니다. (물론 아빠와 많이 붙어있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아이에게 긍정적이겠지만) 밥 먹이거나 기저귀 갈아주거나 장난감 사다주는 등의 단순한 행동보다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놀아주고, 이야기 해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 합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놀이 상대',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라는 의미입니다. 아이가 말을 잘 못하는 월령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감정을 잘 읽어준다면 아이에게 지지받고 사랑받는다는 느낌과 함께 큰 안정감을 줄 겁니다.
아이의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군지, 아이가 다니는 기관 이름과 반 이름은 뭔지, 내 아이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아이가 요즘 잘 먹는 반찬은 무엇인지, 아이가 가장 즐기는 놀이는 무엇인지….
이 조사를 수행하고 있는 연구팀은 무엇보다 '아빠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남성과 여성의 타고난 차이 때문에, 아빠들이 본능적으로 육아를 알아서 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라네요. 해야 할 일을 아주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아빠들이 쉽고 편하게 양육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혹시 남편이 아이를 알아서 잘 보지 않는다고 불만인 엄마들이 있다면, 아빠들이 '알아서 해 주기'를 바라지 말고,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며 부탁'하라고 하는군요... 아빠가 엄마의 육아를 '돕는'게 아니라 '함께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아빠도 엄마도 마음이 좀 편해지지 않을까요?
이제 5년 된 이 조사가 앞으로 매년 잘 이뤄져 더욱 의미있는 조사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야근을 하며 취재파일을 쓰고 있습니다. 저 역시 아이 엄마이다보니 이렇게 야근하거나 퇴근이 늦는 날은 남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아이 키우며 일을 병행하는 것은 녹록치 않더군요. 하지만 못할 것도 아닙니다. (주변의 도움이 전제돼야 하지만…) 출근 전에도, 퇴근 후에도 쉴 수 없는 게 워킹맘의 현실입니다만, 늘 바삐 사는 저의 에너지가 아이에게도 전해지길 바라며 삽니다. 앞으로 실생활 속에서 느낀 점, 취재파일로 많이 풀어놔 보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