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주목되는 것은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다함께당이 합쳐서 76∼87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사실이다.
이들 정당은 일본에서 적극적인 개헌파로 분류된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다함께당은 이번 선거 대상이 아닌 참의원 의석 61석을 보유하고 있다. 개헌에 적극적인 '신당개혁' 등의 의원 2명을 합치고, 이번에 선거 초반 개표결과대로 3당이 확보할 76∼87석을 더하면 139∼150석으로 참의원 242석의 3분의 2(162석)에 육박한다.
이들 3당은 중의원에서도 3분의 2(320석)를 넘는 365석을 보유하고 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경우 현행 헌법 조항에다 환경권 등을 추가하는 이른바 '가헌'을 주장하고 있고, 96조 개헌에 대해서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공명당의 참의원 예상 의석 19∼21석을 합치면 3분의2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내 개헌파를 흡수할 경우 상·하원 모두 3분의 2를 넘길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이는 국회 내 개헌파가 힘을 합칠 경우 '상·하원 의원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돼있는 헌법 96조의 개헌안 발의 요건을 '상·하원 의원 과반수'로 바꾸는 이른바 '96조 개헌'을 시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전히 일본 국민의 여론은 개헌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이번 선거 결과로 1947년 5월 3일부터 시행된 뒤 한번도 바뀐 적이 없는 헌법 개정이 궤도에 오를 여지가 생긴 셈이다.
96조 개헌의 노림수는 결국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를 바꾸려는데 있다. 자민당은 지난해 발표한 헌법 개정 초안에 '자위권의 명기', '국방군의 설치' 등을 포함했다. 이는 결국 일본의 우경화로 이끌 것이라는 게 한국, 중국 등 주변국들의 우려다.
다만 개헌을 추진하는 정당이라고 해도 의견이 같지는 않다.
유신회는 96조와 9조 개정에 대해서는 자민당과 생각이 같지만 총리 선출에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총리 공선제'와 '도주제', '양원제 대신 단원제 도입' 등 통치기구 개혁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다함께당은 96조 개정을 주장하면서도 관료 제도와 지방 주권 개혁 등을 거론하며 "개헌 전에 할 일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차별성을 드러내고 있다. 공명당 안에도 96조 개정에는 부정적인 의원들이 적지 않다. 민주당도 96조 개정에 대해 부정적이다.
자민당이 이번 선거에서 대승을 거뒀다고 해서 개헌을 서두를지는 미지수다.
당 총재인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달 26일 정기국회 폐회에 맞춰 연 기자회견에서 "3년간 (개헌보다는) 디플레이션 탈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자칫 개헌을 서둘렀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참의원 의석 3분의 2 확보'라는 1단계 목표에 성큼 다가선 개헌파가 다음 선거가 치러질 때까지 3년이라는 시간을 흘려 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개헌 주장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채 "국민의 논의가 더 성숙할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던 아베 총리가 투·개표 전날인 20일 도쿄 아키하바라 가두연설에서 젊은 보수층을 향해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헌법을 바꿉시다. 여러분, 우리가 하겠습니다"라고 속내를 드러낸 것도 참의원 선거 결과로 개헌을 시도할 힘을 갖출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