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6일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소위 '전두환 추징법'으로 알려진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별법 일부개정안'이 지난 12일 발효됐기 때문이다.
법 시행으로 공무원 불법재산에 대한 몰수·추징 시효가 연장되고, 추징 대상이 가족 등 제3자로 확대하면서 전 전 대통령은 물론 장남 재국씨와 차남 재용씨 등 일가족에 대한 추징금 집행이 가능해졌다.
검찰은 수사 가능성마저 열어두면서 기필코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어 17년 동안 거두지 못한 1천672억원 중 어느 정도의 규모까지 추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두환 추징법' 12일 발효…檢 전격 압수수색 = 당초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 시효 완료를 5개월여 앞둔 지난 5월 서울중앙지검에 집행 전담팀을 구성했다.
전 전 대통령 등 거액 벌과금 미납자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채동욱 검찰총장은 "정의 바로세우기 차원에서 특별수사를 한다는 비상한 각오로 계좌추적, 자산추적, 압수수색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추징에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여기에 정치권에서도 전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이 이슈가 되면서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 제정에 들어갔고 결국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법이 통과됐다.
법 통과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추징금 환수 시효는 2020년 10월까지로 7년 늘어났고, 재국씨와 재용씨 등이 소유한 재산의 연원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라는 점만 밝혀내면 해당 재산에 대한 추징도 가능해졌다.
검찰은 이날 체납자 추징미납 재산을 압류할 수 있도록 한 국세징수법에 따라 전 전 대통령 사저에 대해서는 재산압류 처분을 내렸다.
일가 소유 회사 사무실과 주거지 17곳에 대해서는 지난 12일부터 시행된 '전두환 추징법'에 근거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사저에 대한 재산압류 처분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 전 대통령이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티자 지난 2003년 서울지검과 서울지법 서부지원 집행관은 전 전 대통령 사저에 비치된 동산 대부분에 대해 압류조치를 취한 뒤 가재도구 등 일체를 경매에 부쳤다.
◇1천672억 미납 추징금 완납 가능할까 = 검찰이 전격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과연 1천600억원이 넘는 전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완납이 가능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전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군 형법상 반란 등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과 함께 2천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지만 17년 동안 추징된 금액은 전체 추징금의 24%인 533억원에 불과하다.
검찰은 그동안 전 전 대통령 소유 재산이 발견되지 않아 추징금 집행에 애를 먹었지만 가족 등 제3자에 대해서도 추징이 가능해지면서 이번에는 반드시 추징금 집행을 완료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관건은 은닉재산 입증 여부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재국씨 소유 도서출판 시공사나 야생화 단지 허브빌리지 등 가족 소유 재산은 전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 또는 비자금과의 연관성이 입증돼야만 추징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전두환 추징법' 통과로) 압수수색 요건은 완화됐지만 실제 추징을 위해서는 전 전 대통령 은닉재산이란게 입증돼야 한다"면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는 많아졌지만 막상 추징(요건)은 예전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가족 소유 재산의 원천이 전 전 대통령 은닉재산이더라도 그동안 불어난 재산 중 어느 부분까지를 은닉재산으로 볼 수 있는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檢 "은닉재산 추적 중 단서 나오면 수사 전환" = 이번 검찰의 움직임과 관련해 주목되는 점은 그동안의 단순 추징금 집행에서 나아가 수사 전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히 은닉재산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법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면서도 "단서가 나오면 바로 수사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법원 판결을 통해 확정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추징금 집행에서 나아가 수사를 통해 전 전 대통령 재산의 실체를 끝까지 파헤쳐 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번 압수수색을 전국 특별수사를 지휘·감독·지원하는 대검 특별수사체계개편 태스크포스(오세인 검사장)에서 직접 챙기고 있다는 점에서도 검찰의 각오를 알 수 있다.
압수수색에는 대검 특별수사체계개편 T/F에 소속된 계좌추적 전문요원 등이 대거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미 서울중앙지검의 집행 전담팀을 외사부 소속으로 옮기면서 검사들을 투입, '단서'만 포착되면 언제든 수사에 나설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 가족이 소유한 재산과 관련해 여러 의혹이 있는 만큼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회계 및 금융자료 등을 확보했다"면서 "해외에 자금을 빼돌렸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수사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