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찬 공기 벽에 부딪히는 사나운 수증기들…또 집중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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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하던 장마가 본색을 드러내면서 곳곳에서 집중호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해 정도 건너가도 좋으련만 올해도 어김없이 호우 피해가 늘고 있어 걱정인데요. 문제는 집중호우가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점입니다. 

남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하던 중부지방이 호우의 수렁으로 빠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금요일(12일) 부터입니다. 금요일 퇴근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장대비가 퍼 붓기 시작했고 불과 서너시간 사이에 강수량이 100mm에 육박했는데요. 종로구 평창동에는 96.5mm의 폭우가 기록됐습니다.

본격적인 호우 행진은 토요일부터 시작됐습니다. 강동구 고덕동에 177mm의 집중호우가 기록됐고 남양주군 화도읍에는 165.5mm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구리시 수택동에도 162.5mm의 큰비가 기록됐습니다.

일요일에는 호우가 경기동부와 강원도로 이동했는데요. 하루 강수량도 200mm를 넘어섰습니다. 가평군 하면에 212.5mm의 폭우가 쏟아졌고 춘천시 남산면에도 205mm의 집중호우가 기록됐습니다. 인제군 기린면은 181.5mm, 철원군 김화읍에도 174mm의 큰비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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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리]충청.

그러더니 기어코 하루 강수량이 250mm를 넘어서면 피해를 키우기 시작했는데요. 월요일인 15일 봉평에는 251.5mm의 엉청난 호우가 기록됐고 횡성군 청일면에도 250.5mm의 기록적인 호우가 쏟아졌습니다.

가장 피해가 큰 곳은 춘천시였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춘천시 남산면에는 이틀 동안 각각 200mm가 넘는 폭우가 이어지면서 강수량이 400mm를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계속되는 집중호우 속에서도 그나마 피해가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던 것은 호우구름이 이리 저리 이동했기 때문인데 춘천에는 공교롭게도 호우구름이 빠지지 않고 이틀이나 머물렀기 때문에 강수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피해도 커졌습니다.

그렇다면 비교적 잠잠하던 올 장맛비가 갑자기 사나워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확한 원인 분석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직접적인 원인만을 꼽아보면 몇 가지로 추릴 수 있는데요. 그 가운데 두드러진 것으로는 북쪽에서 밀려온 상대적으로 찬 상층의 공기와 중국에 상륙한 뒤 소멸된 7호 태풍 ‘솔릭’을 들 수 있습니다.

박수소리가 커지려면 두 손이 크게 부딪쳐야 하듯이 장마전선에서 비구름이 발달하려면 남쪽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에 맞서는 북쪽 찬 공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아주 강력하게 맞서야 하는데요. 사실 올 장마 초기에는 찬 공기의 힘이 약했습니다.

그런데 7월 중순에 들어서자 북쪽의 찬 공기들이 힘을 키웠고 적극적으로 북태평양 고기압과 맞서면서 장마전선 상에서 비구름이 체계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일요일 오후부터는 이례적으로 북동쪽에서 찬 공기가 남하해 장마전선의 북상을 막으면서 비구름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호우를 쏟은 것입니다.

남쪽 공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조한 이 북쪽 공기는 거대한 벽의 역할을 합니다. 덥고 습한 공기가 이 벽에 계속 부딪치면서 상승하면 갑자기 폭우 구름이 발달하는 경우가 잦고 이 구름에서 시간당 50mm가 넘는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는 것입니다.

벽이 견고할수록 집중호우가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는데 특히 벽의 움직임이 거의 없을 경우에는 벽이 머문 그 곳에 기록적인 호우가 이어져 큰 피해를 내는 경우가 잦습니다. 경기동부와 강원도에 내린 폭우가 바로 이 경우에 해당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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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캡쳐_500

물론 이런 집중호우가 쏟아지려면 많은 수증기가 공급되어야 하는데 중국에 상륙해 소멸한 7호 태풍 ‘솔릭’이 이 역할을 맡았습니다.

문제는 아직도 한반도로 유입될 수증기가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저기압으로 약화된 태풍이 중국 북부를 지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 비구름의 끝 부분이 중부를 지나게 되면서 또 한 번 중부지역에서 치열한 전투가 치러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기상청은 그 시점을 화요일(16일) 밤에서 수요일(17일) 오전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호우 역시 하루 강수량이 200mm를 넘을 가능성이 큰데요.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집중호우가 쏟아질 가능성은 높지만 해당지역이 어디인지는 분명하게 알기 힘든 만큼 중부에 계신 분들은 모두 각별한 주의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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