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노출과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의 질병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지난 1999년 소송이 제기된 지 14년만으로, 고엽제 후유증과 관련된 법원의 첫 확정판결입니다.
대법원 3부는 베트남전 참전 군인 김모씨 등 파월군 1만6천여명이 "고엽제로 인해 질병이 생겼다"며 고엽제 제조사 미국 다우케미컬사와 몬산토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재판부는 "당뇨병, 폐암, 후두암, 기관암, 전립선암 등 파월군인들의 질병과 고엽제 노출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해당 질병은 기타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도 발병 가능해 베트남전에 사용된 고엽제로 인한 것으로 단정해 피고에게 책임을 묻긴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또한 "앞서 원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근거로 판단한 미국 보고서는 파월군인들에 대한 역학조사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기 어려워 근거자료로 삼기엔 부족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에 베트남전에 살포된 고엽제가 질병의 원인으로 인정하기 위해선 다른 증거가 필요한데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재판부는 다만 원심에서 일부 승소한 6천7백여명 중 시효가 소멸되지 않은 염소성 여드름 피해자 39명에 대해서만 인과관계를 인정해 원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고엽제 전우회 회원 등으로 구성된 원고들은 고엽제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 부대 작전지역에 뿌려져 후유증 등의 피해를 봤다며 1999년 9월 5조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앞서 1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항소심은 11개 질병과 고엽제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피고는 원고 중 6천7백여명에게 650억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 판결 직후 참전 군인 100여명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미국에서도 인정해준 고엽제 피해를 우리나라에서 인정해주지 않았다"고 항의의 뜻을 내비쳤습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고엽제 노출과 질병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제조사 측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확정된 건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