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 반대 시위에 앞장선 활동가들에게 자금 지원을 했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방송이 미국 UC버클리 쇼 탐사프로그램으로부터 입수한 미국 정부 문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무르시 정권 퇴진을 촉구해 온 주요 이집트 야권 인사들에게 은밀하게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무부의 이러한 정책은 친미 성향의 세속주의자들의 영향력 감소를 막고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이슬람주의자들의 부흥을 저지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라고 알자지라는 분석했다.
미국의 지원 대상자 중에는 무르시 정권 전복을 꾀하려고 폭동을 계획한 이집트 경찰 간부와 이슬람주의 정치인에 반대하는 야권 인사들도 포함돼 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민주주의 지원' 계획에 따라 워싱턴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인권노동(DRL)과 중동친선이니셔티브(MEPI), 미국 국제개발처(USAID), 미국 국립민주주의기금(NED) 등에 수억 달러가 흘러들어 갔다.
이 자금은 다시 이집트 비정부기구(NGO)인 국제공화주의연구소(IRI)와 민주주의연구소(NDI), 프리덤하우스를 거쳐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주요 인사들과 활동가들에게 전달됐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의 '민주주의 지원' 정책은 외국의 정치 자금 반입을 금지하는 이집트 국내법을 위반할 수 있으며, 세금을 외국 정치인을 돕는 데 쓰지 못하도록 하는 미국 정부의 규정에도 어긋날 수 있다고 알자지라는 지적했다.
앞서 이집트 법원은 지난달 4일 자국에서 활동한 미국인 등 활동가 43명 전원에게 미허가 조직을 운영하고 불법 활동을 한 혐의로 징역 1년~5년을 선고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붕괴 이후 권력을 이어받은 이집트 군부와 무르시 정권은 혁명 이후에도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것은 외국 NGO들의 사주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 NGO들은 카이로에서 군부의 수감자 고문, 시위가담자 납치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친 바 있다.
(카이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