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랜드로? 웰빙길?…국적불명 도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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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 옆으로 보이는 이 도로 이름들, 어떠십니까. 내년부터 도로 이름을 딴 주소가 전면 시행됩니다. 그런데 도로 이름들이 국적불명으로 지어지면서 우리 문화가 베어있는 고유지명 상당수가 사라지게 됐습니다.

심영구 기자입니다.

<기자>

인천의 한 도로.

3년 전 '로봇랜드로'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현재까지 착공도 못한 테마파크 예정지 부근에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근처의 또다른 도로, 친환경 단지 부지 근처라 해서 '에코로'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LCD 산업단지로 이어져서 '엘씨디로',  남해스포츠파크 가는 길이라 '스포츠로', 주변의 웰빙등산로 홍보 차원에서 '웰빙길'.

지금 제 뒤에 보이는 이 길이 크리스탈에 '길 로' 자를 써서 '크리스탈로'입니다. 이처럼 내년에 전면 시행되는 새 도로명 주소에는 국적불명의 이름들이 많이 섞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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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과 지역적 특성, 역사성, 위치 예측성과 주민 의견 등을 고려해 명명했다지만,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성구/인천시 경서동 :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 같아요. 왜 그렇게 이름 짓는지 저도 이해가 안 가요.]

더 큰 문제는 고유 지명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겁니다.

조선 행정구역에서 유래했거나 역사적 일화를 담고 있는 서울의 안국동, 서린동, 재동 등의 지번 주소는 북촌로, 율곡로, 무교로 등으로 바뀝니다.

이렇게 종로구에서만 동 이름 59개, 서울에서는 189개, 전국에서는 4천여 개의 동이나 리 이름이 더 이상 주소로 사용되지 않게 됩니다.

전통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일부 학자와 시민단체는 지난 달 헌법 소원을 제기했습니다.

[박호석/전 농협대 교수, 헌법 소원 제기 주도 : 지역의 문화와 역사 전통이 스며 있는 그런 말인데, 있는 지명조차 없애 버리는 것은 이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도로명은 한 번 결정하면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3년이 지난 뒤 해당 구간에 거주하는 주민 절반 이상이 동의해야 바꿀 수 있습니다.

[00구청 담당자 : 이 도로명이 싫다고 해서 오늘 바꾸고 내일 바꾸고 하면 그게 안정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거든요.]

지난 2008년 당시에도 황천길, 할렘가, 야동길 등 일부 부적절한 도로명이 문제가 되면서 재정비했습니다.

도로명 주소 전면 시행까지 불과 반 년 남은 시점, 국적 불명의 도로명을 바로잡고 역사와 민속, 문화가 배어있는 고유 지명을 살릴 방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김성일, 영상편집 : 박춘배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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