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보다 등골이 오싹했다. 빠른 속도에 긴박한 내용으로 휘몰아치더니 반전으로 쐐기를 박았다.
3일 SBS 수목드라마스페셜 ‘너의 목소리가 들려’ 9회는 브라운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전개됐다.
박수하(이종석 분)는 장혜성(이보영 분)을 위해 무죄 선고를 받은 민준국(정웅인 분)을 살해하기 위해 칼을 들고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칼을 맞은 것은 민준국이 아닌 장혜성, 박수하는 이 일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1년 후 한 낚시터에서 민준국의 한 손이 발견돼 박수하가 용의자로 떠올라 경찰에 붙잡혔다. 이 과정에서 박수하는 장혜성에게 “나를 아느냐”고 반문하는 등 기억을 잃은 모습이었다.
이날 방송은 3번의 반전을 선보였다. 박수하의 칼에 장혜성이 맞았다는 점, 민준국의 손이 발견됐다는 점(경찰은 민준국이 토막 살인을 당했다고 추정 중), 박수하가 기억 상실이라는 점이다.
이 중 박수하의 기억 상실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사실 기억 상실은 막장 드라마에서 너무나 손쉽게 볼 수 있었던 장치. 대부분 어떠한 사건을 더 전개시키지 못하고 급히 마무리 하거나, 아니면 다른 이야기로 급 전개되는데 사용됐다. 최근 막장 논란을 겪은 드라마 ‘백년의 유산’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너목들’은 달랐다. 8회까지 방영되는 내내 장혜성이 국선전담변호사라는 점을 이용해 현실에 있을 법 한 여러 법정 공방 사건을 궁금증을 자아내며 끌고 왔다.
박수하의 기억 상실 역시 마찬가지. 그가 왜 기억 상실에 걸렸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답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급기야 박수하가 진짜 기억 상실에 걸렸는지, 고도의 연기를 하고 있는건지 조차도 의견이 분분하게 만들었다.
‘너목들’은 신선한 소재와 이야기로 호평을 받으며 막장 드라마와는 차원이 다른 길을 걸었기 때문에 막장 드라마의 키워드 중 하나인 기억 상실이 등장할 것이라는 점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자체로만으로도 반전,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때린 셈이다.
이종석의 연기도 한 몫 했다. 박수하는 상대방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터라 상대방과 마주하면 그 속을 모두 꿰뚫어 언제나 자신만만했다. 기억 상실 후는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멍한 얼굴로 일관해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 제대로 반전을 선보일 수 있었다.
‘너목들’은 드라마의 큰 줄기인 장혜성 박수하 민준국을 둘러싼 사건이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흥미진진하게 펼쳐졌기 때문에 호평을 받아왔다. 여기에 반전 요소들을 계속해서 등장시켜 채널을 고정시킬 수밖에 없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사진=SBS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손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