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6.25 전쟁 때 제작된 영화의 원본이 처음으로 발견됐습니다. 소리는 없지만 영상만으로도 피난민의 고된 삶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류란 기자입니다.
<기자>
짓궂은 동네 형들이 세간살이를 내다 파는 꼬마를 방해합니다.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달맞이꽃을 꺾어 먹다 내쫓기는 소년들.
지금은 사라진 한국은행 대구지점 건물과 각종 구호물자를 실어나르는 지프 차도 눈에 띕니다.
1952년 고 민경식 감독이 만든 극영화 '태양의 거리'.
한국 영상자료원이 감독의 유가족으로부터 필름을 입수해 디지털작업을 거친 후 공개했습니다.
[민병화/故 민경식 감독 유가족 : 이사할 때마다 짐이니까 나중에 다 버렸지요. 그런데 저 필름은 워낙 소형이다 보니까 보관하게 되었어요.]
6.25 전쟁 당시 제작된 극영화는 모두 14편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체가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러나 소리가 기록된 필름은 끝내 찾지 못해, 영상만으로 줄거리를 추측해냈습니다.
[손기수/한국영상자료원 연구원 : 입모양을 읽을 수 있는 분들한테 부탁을 해서, 입모양을 읽어서 내용을 좀 더, 깊은 내용을 파악한다든가 하는 방법은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는 노모를 모시고 대구로 피난와 신문팔이를 하며 살아가는 소년을 중심으로 피난민들의 삶을 담았습니다.
[정종화/한국영상자료원 연구원 : 물적 기반, 영화 제작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예술적인 미학적인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 이후의 50년대, 60년대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만들 수 있는 토대, 기반이 되었던 것으로….]
어려운 시기에도 이어졌던 우리 영화인들의 예술혼 덕분에 6.25 전쟁 당시 사회상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