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궁, 세계 역사에서 가장 악명 높은 궁궐입니다. 중국 역사상 첫 통일 왕조였던 진나라가 진시황 사후에 바로 멸망하게 된 주요한 원인의 하나로 흔히 꼽힙니다. 우리는 진시황이 자기가 사는 집을 호화롭게 지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베이징의 자금성에 가서 보면 알다시피 궁궐은 요즘 개념으로 따지면 왕의 거처라기보다는 당시의 정부종합청사와 같은 곳입니다. 관리들이 황제를 만나 정사를 논의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경복궁도 마찬가지 개념입니다.
중국이 최근 현대판 아방궁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그것도 한두 곳이 아니라 거의 중국 전역에서 말이죠. 한해 다르게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중국의 지방정부들이 청사 건물을 앞다퉈 새로 지었는데 대부분 그 규모와 화려함에서 상상을 초월합니다. 백문이불여일견, 직접 보시죠. 아래 소개되는 모든 건물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지방 군청이나 중소도시 시청, 구청급의 청사 건물입니다.
윈난 홍허저우시의 신청사입니다. 넓은 호수에 비친 청사 건물이 눈부시게 아름답죠? 홍허저우시는 4백56만명의 인구가 사는 꽤 큰 도시입니다만 1인당 GDP는 아직 3천달러대입니다. 주민들의 생활 수준으로 봐서는 지나치게 화려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쟝시성의 핑샹시 신청사는 인도의 타지마할을 연상시킵니다. 인구 1백48만명의 공업도시 청사로는 어울리지 않게 화려한 동화풍입니다.
저쟝성 원저우시의 신청사입니다. 중동 두바이의 메인건물을 본떴다고 합니다. 건축비가 15억 위안, 우리 돈 약 2천7백75억원이 들었습니다. 인구는 9백만명이 조금 넘습니다.
같은 저쟝성의 창싱현 정부 건물입니다. 현은 우리나라로 치면 군청급입니다. 건축비는 무려 20억 위안, 우리 돈 약 3천7백억원이나 들었습니다. 65만 인구의 군청 청사로는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허난성 푸양시 청사입니다. 이 건물은 해외토픽에도 많이 나온 유명한 건물입니다. 미국의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을 합쳐 놓은 듯한 외양 때문입니다. 인구는 3백65만명입니다. 중국에서 가장 못사는 지역의 하나이다 보니 주변의 허름한 건물들 사이에서 비현실적으로 튀어보입니다.
이외에도 중국의 관공서, 공사 건물을 일일이 따지고 들면 호화청사로 지목할 만한 대상은 무궁무진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호화청사가 논란을 빚고 있지만 중국은 그 규모와 화려함이 비교도 되지 않는다는 느낌입니다. 그러면 그중에서도 가장 큰 논란을 빚고 있는 호화 청사들을 몇 군데 알아보겠습니다.
산둥성의 성도(우리로 치면 도청소재지)인 지난시의 정부청사입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규모가 어마어마한데요. 이 건물을 짓는데 40억 위안(약 7천4백억원)이 들었습니다. 건축면적이 37만 제곱미터로 단일 관청 건물로는 미국의 펜타곤(국방부 청사)에 이어 세계 두번째 규모랍니다. 청사에 설치된 엘리베이터가 무려 48대, 전화와 컴퓨터 코드만해도 4.5만개에 이릅니다. 지난시가 물론 큰 도시임에는 분명합니다만 6백5십만명 인구의 시청사가 이렇게까지 커야 할 필요가 있나요?
중국에서도 가장 빈곤한 지역의 한 곳인 산시성 한잉현의 위생 담당 관청 건물입니다. 소박하게 생겼는데 왜 문제가 되냐고요? 이 건물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겨우 36명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1인당 점유면적이 2백18 제곱미터(약 66평)에 달합니다. 내부 인테리어도 시골 관공서로는 너무 화려하다는 비난을 받습니다. 건축비 1천만 위안(약 18억5천만원)을 낡고 쇠락한 주민 주거지 재개발에 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습니다.
쓰촨성 산파이현의 이 청사건물은 가장 뜨거운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산파이현은 2007년 원촨 대지진 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중국 각지에서 모인 성금으로 복구 작업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이 현청사의 건축비 6천2백만 위안 가운데 3천3백만 위안이 이 성금에서 나온 돈이라고 합니다. 물론 무너진 현청사도 새로 지어야죠. 하지만 그 호화로움이 도를 지나쳤다는 것입니다. 이 청사의 공무원 1인당 면적은 66제곱미터입니다. 중국 규정상 현급 공무원의 1인 전용면적은 9제곱미터라고 합니다. 무려 7배가 넘습니다. 피해 주민들을 돕겠다며 모은 성금을 공무원들이 호화로운 환경에서 생활하도록 청사를 짓는데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제가 직접 찾아가본 곳은 텐진시 탕구구의 청사였습니다. 이 건물을 짓는데 들어간 예산은 3억2천만 위안, 우리 돈 6백억원에 육박합니다. 건축면적이 7만4천 제곱미터로 서울 세종로에 있는 정부종합청사에 필적하는 규모입니다. 2005년 처음 완공됐을 때 텐진시 지방 신문들은 이 건물의 화려함에 대해 앞다퉈 기사화했습니다. 엘리베이터 뿐 아니라 에스컬레이터까지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체력단련장과 당구대, 탁구장 등도 마련했다고 합니다. 소방수 저장고를 겸한 수영장도 있다고 기사는 쓰고 있습니다. 심지어 마작이나 카드놀이를 할 수 있는 방도 있다며 놀라움을 표시했습니다. 8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런 시설을 여전히 운용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내부 취재를 시도했지만 경비 책임자에게 거절 당했습니다. 앞서 말한 시설들이 있냐는 질문에는 전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8년전 워낙 논란을 빚었던 만큼 이런 시설들을 없앴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관청의 권위와 그 지역의 위신, 또 찾아오는 민원인들의 편의를 위해서 어느 수준 이상의 청사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생활 수준과 완전히 동떨어진 청사 건물은 스스로의 권위에 먹칠할 뿐입니다. 공무원들이 스스로 편하고 호화로운 환경에서 근무하기 위해 귀중한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으니까요? 관공서의 권위는 웅대하고 화려한 청사 건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준 높은 대민 서비스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