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이 내년 말 철수를 앞두고 아프간에서 굳이 빼낼 필요가 없는 차량 등 군사장비를 폐기하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은 미군이 철수일정이 빡빡한데다 아프간 산악지역에서 장비를 이동시키기 힘들다는 이유에서 3천억 원어치 이상의 장비를 몰래 폐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군사장비 폐기는 미군이 아프간에 넘겨 주려해도 미 국내법상 절차가 까다로운데다 아프간군이 넘겨받은 장비를 제대로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미군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들은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할 때는 장비를 쿠웨이트내 미군기지로 옮겨 놓은 뒤 나중에 처분방법을 결정할 수 있었으나 아프간 상황은 이와 다른 점도 감안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군이 파키스탄을 관통하는 육로를 거쳐 장비를 빼내야 하는데 미국과 파키스탄 관계가 원만치 않아 육로사용이 용이하지 않고 주변 지역에 미군기지가 없어 이동시킨 장비를 쌓아둘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미군은 또 동맹국에 장비를 팔려 해도 사려는 나라가 거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군은 장비를 파쇄하거나 고철로 만들어 아프간 고철시장에서 헐값에 팔고 있습니다.
군수물자를 담당하는 미군 고위 관계자는 현재 아프간에 250억 달러어치의 장비가 배치돼 있다면서 장비 수요와 철수 비용을 분석한 끝에 전체 배치장비의 76%만 반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장비철수 비용이 20억∼30억 달러, 장비를 본국 등으로 옮긴 후 드는 보수비용이 80억∼90억 달러에 이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미군은 내년 12월 아프간 철수 이전까지 24%의 장비를 폐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 예로 미군은 아프간에 배치한 1만1천 대의 지뢰방호차량(MRAP) 가운데 2천대를 폐기하기로 했습니다.
지뢰방호차량은 미국이 아프간에서 빈발하는 도로변 매설폭탄 공격에 대처하기 위해 2007년부터 생산해 배치한 것으로 대당 100만 달러에 달합니다.
아프간 철수업무를 맡은 한 미군 고위 관계자는 "아프간에서 장비를 폐기함으로써 역사를 써가고 있다"면서 "이는 역사상 최대 철수"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