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가식적인 모습에 속은 제 자신이 한심할 따름입니다."
전북 익산시 Y보육원을 7년째 후원한 손모(38)씨는 요즘 분노와 후회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다.
손씨가 Y보육원과 인연을 맺은건 2007년 3월께.
이 보육원이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고 헌신적이라는 소식을 듣고 매달 후원금을 내고 자원봉사도 했다.
주위 사람들도 손씨의 봉사 이야기를 듣고 알음알음 보육원에 힘을 보탰다.
손씨는 "사회에서 버림받은 아이들이 사랑받을 수 있는 곳에서 자라야 한다"는 생각에 보육원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그러나 몇 달 전부터 보육원을 두고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보육원 원장인 김모(52) 목사가 돈을 빼돌리고 아이들을 학대한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그가 믿고 싶지 않았던 소문은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익산경찰서는 최근 장애 아동을 방치해 숨지게 하고 보육수당을 횡령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 등)로 김 목사를 구속했다.
또 김 목사를 도와 사회복지사 자격증과 통장을 빌려준 혐의로 백모(67·장로)씨와 김 목사의 아내 황모(48)씨, 딸(23) 등 4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이 밝힌 김 목사의 파렴치함은 손씨가 상상한 것보다 더 심각했다.
김 목사는 지난 1월 24일 선천적 뇌병변장애가 있는 권모(6) 군을 6개월간 방치하고 병원치료를 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08년부터 최근까지 보육원을 운영하면서 보호아동 29명에게 지급되는 생계급여, 인건비 등 1억4천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목사는 권 군이 요로결석과 장폐쇄 증상이 있는 것을 알고도 방치했다.
그는 치료했다고 주장하지만 수사 결과 치료 내역은 전혀 없었다.
손씨는 횡령보다도 아이의 쓸쓸한 죽음에 가슴이 더 먹먹하다고 했다.
김 목사는 심지어 미국에 유학 중인 딸에게 월급 명목으로 1천180여만원을 지급해 주변을 아연실색케 했다.
김 목사는 음식을 훔쳐 먹었다는 이유로 아동을 파리채와 나무막대기로 때리고, 머리에 이가 있다는 이유로 강제로 삭발을 시키는 등 아동학대 혐의도 받고 있다.
손씨는 "김 목사가 아이들의 천사인 줄 알았는데 수사 내용을 보니 입을 다물 수가 없다"면서 "목사의 이중적인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리며 당분간 어떤 곳에도 후원하지 않겠다"고 격정적인 감정을 토해냈다.
(익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