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뒤의 눈물] 강요된 친절, '감정'을 착취 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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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 마트에 '생각 의자'라는 것이 생겼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잘못했을 때 훈육용으로 쓰이는 '생각 의자'를 버젓한 성인들을 대상으로 설치한 것이다.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분노했고 실제로 이 의자에 앉았던 사람이 바로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소문도 돌았다.

회사 측은 고객 서비스 평가에서 기준 점수에 미달한 마트 판매원들에게 이 의자에 앉아 반성의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에서 설치했다고 전했다. 알고 보니 바로 길 건너에 새로운 대형 마트가 들어설 준비를 하자 기존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고객 서비스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시행된 것이었다.

경쟁이 날로 치열해 질수록 기업들은 그 전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고객 서비스 강화라고 믿는다. 이를 위해 고객만족과 고객감동을 넘어 고객졸도 경영까지 외치고 있지만, 실상 그 방법이란 게 일선의 감정노동자들에게 친절하라고 강요하는 것뿐이다.

한인임 노동환경연구소 연구원은 "다른 곳에 취업하기 어려운, 저임금에도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여성 노동자들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객 만족 경영을 위해서라면, 정작 '생각 의자'에 앉아야 할 사람은 고객 서비스 최일선에 서 있는 노동자가 아닌 고객 서비스 강화를 부르짖는 사람들이 아닐까.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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