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의 제한상영가 판정으로 등급의 불합리함을 성토하는 영화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는 '뫼비우스'에 대해 "영상의 내용 및 표현기법에 있어 주제와 폭력성, 공포, 모방위험 부분에 있어 청소년에게는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직계간 성관계를 묘사하는 등 비윤리적, 반사회적인 표현이 있어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이 가능하다"고 판정을 내렸다.
제한상영가는 상영 및 광고, 선전에 있어서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영화에 내리는 등급. 이 등급을 받은 작품은 제한상영관으로 등록된 극장에서만 상영과 홍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제한상영관은 한 곳도 없어 사실상 '상영 불가' 통보라 할 수 있다.
김기덕 감독은 지난해 한국 영화 최초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였다. 그의 신작에 대한 관심은 유럽과 북미를 아우를 정도로 전세계적이다. 또 '뫼비우스'는 올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이 유력시 돼 2년 연속 수상의 기대도 높다. 그러나 이런 기대작을 정작 자국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은 촌극에 가까운 일이다.
제한상영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해마다 여러 편의 영화가 이 등급을 받아 개봉을 앞두고 발을 동동 굴렸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 전규환 감독의 '무게', 김경묵 감독의 '줄탁동시' 등도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홍역을 치렀다.
외화는 사정이 더하다. 표현의 자유가 폭넓은 환경에서 만들어진 외화가 우리나라 등급 기준에 맞춰 심의를 받다보면 제한상영가 판정은 비일비재할 수 밖에 없다. 일례로 지난 4월 개봉한 레오 카락스 감독의 수작 '홀리 모터스'도 과도한 선정성을 이유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고, 문제가 된 성기 노출 부문을 블러(영상을 뿌옇게 하는 것)처리한 끝에 개봉할 수 있었다.
'제한상영가=개봉불가'라는 공식이 성립된 상황에서 이들 영화가 모색할 수 있는 해결책은 재편집, 재심의밖에 없다. 그러나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장면에는 감독의 의도와 메시지가 투영돼있다. 심의라는 벽에 부딪혀 창작자가 스스로 창작의 자유를 거세해야 하는 상황은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수준은 나날이 높아져 가고 있다. 원작이 훼손된 상태에서 국내외 수작들을 감상해야 한다는 것은 창작자 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이쯤 되면 제한상영가 등급의 효용성을 제고해 볼 필요가 있다. 제한상영가 전용관이 없는 국내 환경에서 등급만 존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제한상영가 등급은 창작자에게 모든 출구를 차단한 채 "개봉하고 싶어? 그럼 편집해!"라는 식으로 행하는 암묵적 폭력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쓴소리를 던진 뒤 "등급 기준의 모호함도 문제지만, 당장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제한상영가 영화가 개봉할 수 있는 환경적, 제도적 여건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